창호(窓戶)는 건물에 달린 창과 문을 통칭하는 용어다. 창호는 크기와 형태가 비슷해 굳이 창과 문을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각각의 명칭은 사용되는 기능상의 성격과 형태에 따라 다양하다.
서양의 방문이 주로 여닫이라면 우리 옛 건축물의 방문은 주로 미서기나 미닫이다. 이에 더해 들어걸개라는
특이한 방식이 있다. 들어걸개문은 한문으로 분합(分閤)이라 한다. 분합은 ‘나눈 쪽문’이라는 의미로 일반적인
문에 비하여 폭이 좁다. 이 분합을 대청과 방 사이에 설치할 때 분합 가운데에 광창1을 달고 위아래는 벽지를
발라 빛을 차단하는 독특한 분합이 사용되는데 이 광창을 연창(煙窓, 連窓)이라 쓰고 불발기창이라고 읽는다.
따라서 연창이 있는 분합문이라고 하여 연창분합(煙窓分閤) 또는 연창장지(煙窓障子)라고 쓰고 통상 불발기
분합문이라고 부른다. 불발기문은 앞뒤로 한지를 두껍게 바른 맹장지의 가운데 부분에 직사각형, 팔각형 등의
올거미를 만들고, 그 속에 교살, 정자살, 완자살 등의 모양을 짜 넣는 문이다. 살이 있는 부분은 한쪽만 창호지를
발라 빛이 유입되게 하며 않아 있는 사람의 눈높이 정도에 설치한다. 보통 중, 상류 주택의 대청과 방 사이에, 또
궁궐, 서원 등의 대청과 방 사이에 설치하였다. 분합문은 문짝을 접어 들어 올려 걸쇠에 매달아 놓으면 마루와
온돌방은 하나의 공간이 되지만, 분합문을 내려 닫아 놓으면 하나의 벽체처럼 공간을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외벽에 다는 창은 보온을 위해 조선 후기 고급 집에서는 세 겹으로 달았다. 밖에서부터 쌍창 → 영창 → 흑창 →
갑창의 순서다. 쌍창은 덧문으로 두 짝 여닫이 분합이 일반적이며 영창(影窓)은 두 짝 미닫이로 살림집에서는
보통 용자살을 사용하였다. 영창 안쪽에는 다시 두 짝 미닫이창을 다는데 이를 흑창(黑窓)이라고 한다. 흑창은
보통 양쪽에 종이를 두껍게 바른 도듬문2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흑창을 닫으면 실내가 컴컴해 낮에도 잠을
잘 수가 있다. 삼중문은 궁궐에서 보이고 보통 살림집에서는 흑창 없이 쌍창과 영창 두 겹으로 만드는 것이 보통이다.
여름에는 영창이나 흑창을 빼고 올이 성근 비단을 바른 창을 끼워 방충창으로 사용하는데 창호지 대신 비단을 바른 창이라하여 사창(絲窓)이라고 부른다.
방 안에는 영창이나 흑창을 양쪽으로 열 때 안으로 들어가는 두꺼비집을 만들어 주는데 이를 두껍닫이 또는
갑창(甲窓)이라고 부른다. 두껍닫이는 창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실상은 고정되어 있는 가벽(假壁)이라고
볼 수 있다. 나무로 격자형 틀을 만들어 벽지나 두꺼운 종이를 발라 만드는데 방 안쪽에는 서화 등을 붙여 장식하기도 한다.
[경복궁 생물방3 갑창]
출입문 위쪽에 높이가 낮고 옆으로 긴 창호를 다는 경우가 있다. 퇴칸이 있고 고주칸에 출입문이 달리는 경우에
많다. 그것은 출입문을 기둥에 맞춰 너무 높게 만들면 실용적이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며 다락이 만들어질 경우
다락의 환기나 통풍 및 일조를 위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를 옆으로 폭이 넓은 창이라고 하여 광창(廣窓)이라고
한다. 광창은 필요에 따라 일조만을 위해 열리지 않는 붙박이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열 수 있는 벼락닫이나 여러
짝으로 만들어 미서기로 하기도 한다. 광창은 또 바라지창이라고도 하며 사창(斜窓), 교창(交窓) 등으로 쓰기도 한다.
특수한 목적으로 쓰이는 창 중에는 부엌 등의 연기를 배출시키기 위해 벽에 구멍을 뚫고 날짐승이 들어오지
못하게 살대를 엮고 창호지를 바르지도 않고 열리지도 않는 환기창이 있다. 이를 봉창(封窓)이라고 한다.
선조들의 해학과 기지를 볼 수 있는 앙증스런 이름을 가진 창이 있다. 눈꼽째기창이다. 그야말로 눈꼽만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겨울에 창호 전체를 열 경우 열손실이 많다. 그래서 창이나 문 안에 다시 열 수 있는 작은
창을 내거나 아니면 창호 옆 벽면에 밖의 동태만 살필 수 있는 작은 창을 내는데 이를 눈꼽째기창이라고 한다.
이 글은 알기쉬운 한국건축 용어사전(2007.동녘)을 인용,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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