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건물이나 사찰 법당의 바닥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마루입니다. 하지만 궁궐의 정전 바닥은
원래 전돌(벽돌처럼 흙을 높은 온도에서 구워낸 것)이 깔려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창덕궁 인정전 바닥은 현재
마루로 되어있지만 이는 구한말 순종 때에 이르러 인정전에 전기와 커튼을 설치할 때 바꾼 것으로 근정전이나
명정전은 지금도 바닥이 전돌입니다. 사찰 법당도 거의 전부라 할 만큼 마루 일색이지만 이것도 원래는 전돌
이었었다는 의견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마루는 습기가 많고 더운 지방에서 발달한 남방적 요소이지만 북방적 요소인 온돌과 함께 같이 구성된다는
것이 한옥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함경도 같은 경우는 워낙 추운지방이라 살림집에서 마루가 쓰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마루의 재료는 한국에서는 송판이 일반적이지만 일본이나 동남아, 중국 남방에서는 대나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마루의 종류는 모양에 따라 크게 우물마루와 장마루로 나뉩니다. 우물마루는 한옥에서만 나타나는 고유한 마루
깔기 형식입니다. 사계절이 뚜렷하여 건조수축이 심한 우리나라 기후에 적합한 마루형식이라고 하지만 사실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재목이 부족해서 토막 부재로도 만들 수 있는 우물마루가 탄생하게 된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우물마루는 우물천장을 만들 때처럼 먼저 기둥과 기둥 사이에 긴 장선을 건너지르는 장귀틀
(長耳機)과 모양은 같지만 짧은 장선인 동귀틀을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하여 틀을 짠 뒤, 동귀틀 옆에 길게
파여진 홈에 마루청판을 끼워 마감을 합니다
창경궁 양화당 건물에 붙여 내달아 만든 마루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긴 목재를 나란히 깔아서 만든 마루형태로
장마루라고 합니다. 장마루는 깔기는 쉬우나 건조수축에 대한 대응력이 약해 변형이 일어나면 마루 전체를 뜯어
고쳐야 됩니다. 현존하는 유적에서는 찾아보기가 거의 힘들다고 합니다.
궁궐, 사찰 얘기는 아니지만 우리가 흔히 혼동하는 마루가 있습니다. 툇마루와 쪽마루인데 두 마루는 개념의
차이가 있습니다. 툇마루는 고주와 평주 사이의 퇴칸에 놓인 마루를 가리킵니다. 한옥은 여름과 겨울을 동시에
나야 하기 때문에 내외부 공간 사이에 완충공간이 있는 것이 특징으로 이 완충공간이 바로 퇴(퇴칸)이고 이 퇴에
깔리는 마루가 툇마루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마루가 건물 벽선 안쪽에 설치되어있습니다. 이런 툇마루는 외부에 개방되어 있으면서
안방과 건넌방, 부엌 등의 동선을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하며 밖에서 안으로 들어갈 때 잠시 걸터앉아 옷도 털고
신발도 정리할 수 있는 생활의 완충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툇마루는 벽면 안쪽에 만들어지지만 쪽마루는 벽
바깥쪽에 만들어집니다.
쪽마루는 퇴칸이 없는 부분에서 툇마루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건물 벽 밖으로 덧달아낸 마루를 뜻합니다.
툇마루에 비해 폭이 좁으며 우물마루가 아닌 장마루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쪽마루는 보통 건물 측면이나
뒷면의 창호가 있는 쪽에 부분적으로 가설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동바리기둥(마루 밑을 받치는 짧은 기둥)이
마루를 지지해 줍니다. 아래는 우리 한옥의 여러가지 이름이 붙어있는 마루들에 대한 개렴도입니다.
근래에 와서는 보일러를 이용한 온수난방이 대세라 젊은 세대는 온돌을 그저 바닥 난방 정도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는 구들로 만들어진 난방방식의 의미로 쓰였다. 온돌은 마루와 반대로 북쪽 추운
지역에서부터 발달하여 한옥에 정착되었습니다. 온돌의 구조는 고래와 고래둑, 구들장으로 구성됩니다.
고래는 아궁이에서 지펴진 불길을 굴뚝까지 유도하는 통로로, 고래를 만드는 바닥을 고래바닥이라 하는데
아궁이에서 윗목 쪽으로 갈수록 조금씩 높여 경사지게 하여 불길이 잘 들어가도록 합니다. 아궁이와 고래바닥
경계는 둑처럼 약간 높여주는데 이를 불목 또는 부넘기라 합니다. 불목은 고래에서 개자리로 넘어가는 곳에도
설치합니다. 고래바닥에는 골을 만들기 위해서 둑을 쌓는데 이를 고래둑이라고 합니다. 고래둑은 고래 양쪽
측벽이 되는 것으로 보통 잔돌을 흙과 이겨 쌓는 것으로 이 고래둑 위에 구들장을 얹어 구들장을 달궈 난방을
하는 것입니다. 고래의 형태는 굴뚝 위치와 모양에 따라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것은 아궁이와
굴뚝이 반대편에 놓이고 고래가 직선으로 놓인 줄고래입니다. 아래는 줄고래 구들의 개념도입니다.
고래가 모아지는 윗목에는 고래보다 깊은 줄 웅덩이를 만들어 주는데 이를 개자리라고 합니다. 개자리는
뜨거운 공기가 고래를 통과하면서 식어 공기 중에 섞여 있던 그을음이나 찌꺼기들을 떨어뜨리는 곳입니다.
또한 열기를 가두는 한편 밖에서 찬 공기가 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합니다.
부엌이 필요 없는 사랑채나 건넌방, 행랑 등에서는 부뚜막이 만들어지지 않고 아궁이만 만들어졌습니다.
때로는 벽체에 구멍만 내 아궁이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를 함실에 바로 불을 지핀다는 의미로
함실아궁이라고 합니다. 함실은 고래가 시작되는 부넘기 앞에 만들어지는 불을 지피는 공간을 말합니다.
함실아궁이는 정자나 살림이 필요 없는 서원, 향교 와 궁궐의 내전 등에서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알기쉬운 한국건축 용어사전(2007, 동녘)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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