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술 받는 환자가 난리다.
암이 퍼져 있는 부위는 아프지 않게 빨리 수술하라고 난리고
배는 왜 상관도 없는 자기를 갈랐냐고 난리고
손발은 왜 못 움직이게 하느냐고 난리고
위는 배고프다고 난리고
뇌는 수술 안 해도 자정능력이 있으니 수술하지 말라고 난리고
혀는 이 모든 말을 쉴 새 없이 내뱉느라 난리다.
옆에서는 수술도 안 끝난 환자를 두고
왜 빨리 일어나서 걷지 못하냐고 난리고
가족은 수술하면 바로 퇴원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입원도 하고 항암 치료도 해야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의사가 돌팔이인가 의심을 하느라 난리고
수술비와 병원비를 서로 떠미느라 난리다.
늙은 부모는 멀쩡히 걸어 다니던 산 사람 데려다
반송장 만들어 놓았다고 난리다.
적폐청산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줄 아는 사람들이 있었나 보다.
바뀐 대통령이 도깨비 방망이를 들고 있는 줄 알았나 보다.
자고 일어나면 밤사이에 천지가 개벽될 줄 알았나 보다.
입만 벌리고 있으면 감이 저절로 입안에 떨어질 줄 알았나 보다.
손 안 대고도 코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있는 줄 알았나 보다.
누워서 떡을 먹을 수 있는 줄 알았나 보다.
명의는 아프지 않게 수술하는 줄 알았나 보다.
생살은 하나도 안 건드리고 암세포만 족집게로,
그것도 눈 깜짝할 사이에 뽑아내는 줄 알았나 보다.
수술 받고나면 한동안은 안 아프던 곳까지 아픈 줄 몰랐나 보다.
오래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당장은 더 아플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몰랐나보다.
『삼국지연의』에는
두통에 시달리던 조조가 약을 먹어도 낫지 않자
천하의 명의 화타를 수소문했다.
화타가 머리를 갈라 그 안의
사기(邪氣)를 제거해야 한다고 하자
조조는 화를 내고 화타를 옥에 가둔 뒤 심한 고문으로 결국 죽게 했다.
그리고 결국 조조도 죽었다.
죽은 조조를 살릴 방법은 없다.
화타가 다시 살아와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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