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뿌리

옛날이야기 21 - 어수신화(禦睡新話) 1

從心所欲 2020. 6. 13. 13:47

「어수신화(禦睡新話)」는 화원(畫員) 장한종(張漢宗, 1768 ~ 1815)이 편찬한 한문 패설집으로 「어수록(禦睡錄)」이라는 이름으로도 전한다. 조선 후기에 편찬된 패설집으로는 유일하게 작가의 실명이 밝혀진 책이다. ‘어수신화(禦睡新話)’는 ‘잠을 막는 새로운 이야기’란 뜻으로 장한종이 수원 감목관(監牧官)을 지내면서 책 제목대로 잠을 쫓으려는 목적으로 지었다고 한다. 책머리에 있는 자서에 의하면, 1812년 정월에 여러 날 동안 한가한 틈을 타서, 야어고담(野語古談)과 자신이 실제 겪은 일 중에서 권징(勸懲)이 될 수 있는 것들을 골라 기록했다고 한다.

장한종은 정조의 명으로 김홍도와 함께 금강산을 그리러 다녀왔던 화원 김응환(金應煥)의 사위다. 아들 장준량(張駿良)과 손자 장동혁(張東赫)도 화원이었다. 장한종은 어해화(魚蟹畵)를 특히 잘 그려 이 분야의 일인자로 꼽혔다. 「어수신화(禦睡新話)」에는 총 135편의 이야기가 들어있고 그 가운데 39편이 성(性)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실린 글 중에는 자신과 자신의 주변에 관한 술회로 이루어진 것도 10여 편 가량 있는데, 화원 이인문과 김응환에 대한 일화도 들어있다. 「어수신화(禦睡新話)」는 국립중앙도서관, 성균관대 도서관, 고려대 도서관 등에 수장되어 있으며 민속학자료간행위원회에서 등사한 『고금소총』에도 실려 있다.

▶어해화(魚蟹畵) : 물고기와 게 그림

 

[장한종 <게>, 지본담채, 26 x 34cm, 개인소장]

 

☞위여마도(爲礪磨刀)

한 나그네가 주막에 묵을 때였다. 주막집 부부가 옆방에 누워 있었는데, 남편이 아내를 희롱하며 장난치는 말소리가 들렸다.

“하루 종일 일을 했더니 허리가 아프네. 그런데도 아픔을 무릅쓰고 이 일을 하는 것은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오로지 당신을 위해서요.”

“숫돌에 칼을 가는 사람이 도리어 숫돌을 위해 칼을 간다는 것이 옳은 말인가요?”

“그럼, 귀이개로 귀지를 파는 것은 귀가 가려운 것을 덜기 위한 것이겠소, 아니면 귀이개를 위한 것이겠소?”

두 사람의 말이 적절한 대구(對句)라 하겠다.

 

 

☞승지양축(僧止兩祝)

한 중이 서울 사대문(四大門) 주변의 경치가 몹시 좋다는 말을 싫도록 들었다. 이에 송기떡과 자반을 싸가지고 남대문에서 출발하여 동쪽으로 순행하였다. 그리고 다시 서쪽을 향해 가다가 사직단 뒤쪽에 이르렀을 때였다.

▶송기떡 : 송기병(松肌餠). 송기(소나무 속껍질)가루를 멥쌀가루와 버무려 만든 떡으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병자호란 등의 전란으로 굶주림에 허덕이던 백성들이 구황식(救荒食, 기근이 들었을 때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먹는 음식)으로 먹던 것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추측.

 

날은 이미 저물어 하늘도 깜깜해졌고, 통행금지를 알리는 종이 울릴 시간도 임박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도 없고, 머물러 갈 곳도 없던 중은 순라군에게 잡혀 욕을 당할 것이 적잖이 걱정되어 한 재상집 행랑채 뒤에 있는 굴뚝 사이에 몸을 숨겼다. 통행금지 해제를 알리는 파루를 기다렸다가 떠날 작정이었다.

밤이 깊어 삼경에 이르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주위는 적막했다. 그때 행랑채에서 행랑아범이 아내에게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두 사람이 밤마다 그 일을 하는데도 정혈(精血)만 헛되이 낭비할 뿐, 끝내 자식을 낳지 못하니 괴이하네. 이는 분명 축원을 하지 않고 그 일을 했기 때문일 거야.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소원에 따라 각각 그 정성을 다하고, 입으로는 축원을 하며 그 일을 하면 좋을 것 같소.”

“그리하죠.”

먼저 아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서방님의 소원은 어떤 자식을 낳는 건가요?”

“나는 풍채가 좋고, 지략도 많고, 건장한 사내아이를 낳아으면 좋겠소. 커서는 후하게 월급을 받으면서 관아에서 일했으면 좋겠고, 곡식도 많고 돈도 많아서 평생토록 공경을 받는 사람...”

그리고는 아내에게 물었다.

“그럼 당신 소원은 뭣이요?”

“평생토록 얼굴도 예쁘고 똑똑한 여자요. 자라서는 돈과 재물은 많으면서도 시부모가 없는 집에 시집가 물처럼 돈을 쓸 수 있고, 그리고 그 부유함이 우리 집에까지 미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어요.”

그리하여 두 사람이 즐거움을 나눌 때, 남편은 크게 세운 물건을 아내의 구멍에 집어넣은 다음, 다시 수건으로 손을 씻고 경건하게 축원하였다.

“집과 집터를 지키는 성주 신령님 앞에 비옵니다. 대갓집에서 말을 끄는 마부의 우두머리인 대마구종을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궁중에서 편지를 전하는 일을 하는 색장의 우두머리인 색장구종을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관아에서 심부름을 하는 사령의 우두머리인 행수사령을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대감님 앞에서 길을 인도하는 사령인 인배사령을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관아에서 창고를 지키는 고지기와 심부름을 하는 방지기를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관아에서 깃발을 다루는 기수(旗手)와 군(軍)에서 죄인을 다스리는 뇌자(牢子)를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기를 잡은 군사와 무리에 속한 군사를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제부터 소원에 따라 아이를 만들어보고 또 만들어볼까 합니다.”

▶구종(驅從) : 벼슬아치를 모시고 따라다니던 하인.

 

여인도 남편의 입에 맞춰 대구하며 축원하였다.

“아이를 점지하시는 삼신할머니 제석님 앞에 비옵니다. 관청 고관(苦觀)의 시중을 드는 수청(隨廳)시녀를 점지해주시기 바랍니다. 바느질 잘하는 선침각씨(善針閣氏)를 점지해주시기 바랍니다. 궁에서 안부와 편지를 전하는 시녀를 점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음식 잘 만드는 궁중나인을 점지해주시기 바랍니다. 젖이 마르지 않는 아기씨의 유모를 점지해주시기 바랍니다. 과일 파는 모전(毛廛)이나 분을 파는 분전(粉廛)의 마나님을 점지해주시기 바랍니다. 의녀(醫女)나 무녀(巫女)를 점지해주시기 바랍니다. 혼례를 거드는 수모(手母)나 혼사를 이어주는 중매인을 점지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제 남자의 정액을 받아들이고자 하니 소원에 따라 점지해주옵소서.”

중이 손가락에 침을 묻혀 창호지를 뚫고 엿보니, 그 농탕한 형상은 차마 보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중의 아랫도리가 크게 팽창하고, 불같은 욕정도 일어났다. 그래서 중은 자신의 물건을 손으로 희롱하며 축원하였다.

“나무아미타불. 부처님께 바랍니다. 중생을 이끄는 스님이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예불할 때 부처님께 법고를 치는 스님이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부처님께 바라를 치는 스님이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불경 읽는 스님이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스님 가운데 으뜸 스님이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중의 군대를 총괄하는 스님이 태어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어찌하오리까. 홀아비 중은 혼자서 아들을 낳을 수가 없습니다. 어찌하오리까. 홀아비 중은 혼자서 딸을 낳을 수가 없습니다. 아미타불도 어찌 할 수 없고, 관음보살도 어찌 할 수가 없습니다. 부처님의 수제자인 아난타와 마하가섭도 한자리에 인연을 두고 자식을 낳았다는 말을 나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방 안에서 시주를 하시는 부부는 음양을 서로 맞추니 축원하는 바를 얻을지라. 그러나 문밖에 있는 이 중놈은 윗대가리나 아랫대가리 모두 아름다운 짝이 없으니 어찌하오리까?”

그때, 중은 창호지가 찢어지면서 자신의 두 대가리가 방 안으로 들어간 것을 깨닫지 못했다. 놀라서 방안에서 축원하는 소리도 멈추었다.

 

 

☞말소난착(襪小難着)

상놈의 아내가 버선을 지어 남편에게 주었다. 남편이 신어보려 했지만, 버선이 작아 발에 들어가지 않았다.

상놈은 혀를 차며 아내를 꾸짖었다.

“당신의 재주는 참으로 기괴하구려. 마땅히 좁아야 할 물건은 광활하여 감히 쓸 수 없게 하고, 마땅히 커야 할 물건은 작아서 발에 들어가지 않게 하는구려.”

아내가 이에 응대하며 말했다.

“당신의 물건도 굉장히 아름답지요. 길고 굵어야 할 물건은 짧으면서도 가늘고, 마땅히 크지 말아야 할 물건은 나날이 다달이 커져가고 있잖아요?”

이 말을 들은 사람 모두가 포복절도하더라.

 

 

☞백병침채(白餠沈菜)

▶침채(沈菜) : 채소를 소금물에 담근다고 해서 침채(沈菜)라고 하였다. '침채'를 예전에는 '딤채'로 읽었고, 이것이 '짐치'를 거쳐 '김치'가 되었다고 한다. 김장은 침장(沈藏)에서 나온 말.

 

양반집에서 종살이를 하는 계집종의 얼굴이 자못 예뻤다. 그녀의 남편이 날마다 집에서 잘 수 없는 형편이라 주인집 젊은 아들이 그녀를 마음껏 간음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오직 그의 부모와 아내뿐이었다.

어느 날 밤, 양반집 아들은 아내와 누워 있다가 아내가 깊이 잠든 것을 보고는 살금살금 빠져나와 곧바로 행랑채로 달려갔다. 그 무렵 잠에서 깬 아내는 남편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몰래 그 뒤를 밟았다. 아내는 창문 틈으로 행랑채에서 벌어지는 일을 엿보았다.

행랑채 안의 계집종이 양반집 아들과 실랑이를 하며 말했다.

“서방님은 어찌하여 둥근 떡과 같은 아기씨를 버려두고 구차하게 이처럼 누추한 곳에 오십니까?”

“아기씨가 떡과 같다면 너는 산갓김치다. 음식으로 말하자면 떡을 먹은 뒤에는 김치를 먹어야 되지 않느냐?”

그리고는 입을 맞추고 즐거움을 나누었다. 운우가 한창 무르익어가자 아내는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누워 잤다. 얼마 후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은 오늘도 무사히 아내를 속였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부부가 부모님께 문안 인사를 드릴 때였다. 갑자기 기침이 나오자 아들은 손으로 급히 입을 막고 벽을 향해 앉으며 말했다.

“요즘 들어 자꾸 이런 증세가 나타나니 참으로 괴이하네.”

그러자 아내가 응대하며 말했다.

“날마다 산갓김치를 많이 드셔서 그런 것이겠죠.”

부모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어디서 산갓김치가 났기에 너만 혼자 먹었단 말이냐?”

아들은 부끄러워하며 입을 막고 곧바로 방을 나갔다.

 

[장한종 <물고기>, 견본담채, 24.6 x 30.0cm, 국립중앙박물관]

 

☞산파환경(産婆還驚)

중국에 한 산파가 있었는데 아이를 많이 받아봐서, 아이가 나올 경우를 잘 알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출산일이 임박하면 이 산파를 불러 아이를 받게 했다.

어느 날 산파가 출산이 임박한 사람의 집에 왕진을 갔을 때, 한 방탕한 사내가 산파의 예쁜 얼굴을 보고 돌아와 빈집 한 채를 빌렸다. 그리고 족자와 병풍을 많이 구해와, 방 한 칸을 캄캄하게 만들고 나서 탕자(蕩子)는 알몸으로 이불 속에 들어가 누웠다. 탕자는 마당에 약그릇을 벌여놓게 한 다음, 계집종을 시켜 거짓으로 해산에 좋다는 약재를 달이도록 했다.

그리고 가마를 보내 산파를 맞이해 오라고 하였다.

산파는 곧바로 방 안으로 들어가서 병풍을 밀치고 손을 이불 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임산부의 배를 두루 어루만졌다. 배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살폈는데, 배는 특별히 높지도 크지도 않았다. 산파가 의아해하며 두세 번 위아래를 어루만졌다. 그래도 특별히 이상한 징후가 없었다.

산파의 손이 음문 근처에 이르렀을 때, 탕자의 그 물건이 크게 일어나 배꼽 쪽을 향해 치솟았다. 깜짝 놀란 산파가 급히 밖으로 나오자 계집종이 놀라며 물었다.

“우리 집 아씨는 언제께나 해산을 하실까요?”

“아이의 머리가 먼저 나오는 것을 순산(順産)이라 하고, 발부터 나오는 것을 역산(逆産), 손부터 나오는 것을 횡산(橫産)이라고 하거늘, 이 아이는 고추가 먼저 나오네. 내 이런 일은 오늘 처음 보는데, 그 와중에 그놈의 고추가 네 할아비의 머리를 넘어서는 크기라, 그러니 창졸간에 순산하기는 어렵겠어.”

 

 

☞벽력유웅(霹靂有雄)

한 젊은 부부가 방 안에서 자려고 함께 누워 있을 때, 갑자기 비가 쏟아지더니 우렛소리가 진동하였다. 칠흑 같은 밤에 번개가 치니 촛불을 켠 것처럼 밝았다. 그때 남편이 아내에게 물었다.

“장독은 어떻게 하였소?”

“뚜껑을 덮지 않았네요.”

“그럼, 속히 나가서 살펴보구려.”

“내가 본래 우렛소리를 두려워하니 서방님께서 나 대신 나가보시면 안 될까요?”

두 사람은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는데, 처마 밑으로 동이로 퍼붓듯이 비가 쏟아졌다. 아내는 전전긍긍하며 자리에서 억지로 일어났다. 여인이 방에서 나와 장독대로 갈 무렵, 도적놈이 마침 마루 밑에 숨어 있다가 부부가 서로 다투는 소리를 듣고 미리 가지고 있던 질그릇을 여인 앞에 던졌다. 여인은 깜짝 놀라 기절하고 말았다. 도적놈은 그 틈에 여인을 겁탈하고 달아났다.

남편은 아내가 밖으로 나간 지 오래되었는데도 들어오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밖으로 나갔다가, 쓰러져 잇는 아내를 보고 안아서 방으로 데려왔다. 잠시 후 여인이 조금 정신을 차리더니 남편에게 조용히 물었다.

“벼락을 내리치는 신도 암수가 있나요?”

“어찌하여 그런 말을 묻소?”

아내는 몹시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아까 벼락신이 와서 내 몸을 건드리고 갔는데, 나는 혼비백산하여 죽은 몸이나 다름없었어요. 비록 인사불성이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벼락신이 나를 건드릴 때의 형상이 서방님과 동침할 때와 너무나 똑같았거든요.”

“그럼, 내가 아까 나갔다면 반드시 벼락에 맞아 죽었겠구려. 벼락신이 무엇 때문에 사사로이 얼굴을 봐가면서 용서하고 떠나겠소?”

 

 

☞단고유석(單袴猶惜)

촌사람이 밤에 아내를 희롱하며 말했다.

‘오늘 밤에는 반드시 수십 번 할 것이오. 그러면 당신은 어떤 물건으로 보답하겠소?“

‘만약 그렇게만 하신다면, 오랫동안 숨겨 간직하고 있던 올 가는 고운 무명 한 필로 내년 봄에 열일곱 줄 누비바지를 만들어 그 고마움에 보답할게요.“

‘그 약속을 잊지 않겠다면, 나도 열일곱 번을 하리다.“

“좋아요.”

남편은 즉시 일을 거행하였다. 그런데 한 번 나아갔다 한 번 물러나는 것으로 숫자를 세어 계산하는 것이었다.

“한 차례 했고, 두 차례 했고...”

그러자 아내가 말했다.“이게 무슨 한 차례고, 두 차례예요? 이렇게 한다면 쥐가 파먹은 무명으로 만든 홑바지[單袴]도 아까울 따름이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한 차례가 되는데?”

‘처음에는 완전히 나아갔다가 물러나서 그 물건으로 음호 속을 가득 채워 나온 후에, 위쪽은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아래쪽은 강하게 부딪치고 왼쪽은 송곳처럼 찌르고 오른쪽은 몽둥이처럼 쳐야지요. 그렇게 아홉 번 나아갔다가 아홉 번 물러나서 결정적으로 심지에 깊이 집어넣어야죠. 이렇게 수백 번을 뽑아낸 연후에야 두 사람의 마음은 무르녹고 , 사지는 늘어지겠죠. 소리는 목구멍에 있지만 나오지가 않고 무엇을 보고자 하여도 눈을 뜰 수 없는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소 한 차례라고 말하는 것이죠. 이렇게 한 후, 두 사람이 깨끗하게 씻은 뒤에 다시 시작하면 그것이 두 차례가 되는 것이죠.“

이렇게 두 사람이 서로 다툴 즈음, 닭서리를 나왔던 이웃 놈팡이들이 오랫동안 방 안에서 두 사람이 수작하는 것을 엿듣고 있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좋구나. 아주머니의 말씀이여! 자네가 말한 한 차례는 잘못되었고, 아주머니가 말한 것이 옳네! 나는 이웃에 사는 아무개일세. 아무개와 아무개 등 두세 명의 친구들이 자네에게 닭을 사서 늦은 밤 술자리를 마련하고자 왔네. 자네 집에서 키우는 수탉 몇 마리를 빌려주면 뒷날 후한 값으로 보상하겠네.”

남편이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아내가 말했다.

“훌륭하신 판관께서 송사를 판결함이 이처럼 지극히 공정한데, 어찌 수탉 몇 마리를 애석해하겠습니까? 닭 값은 주지 않아도 됩니다.”

 

 

☞금오체인(金吾體人)

▶금오(金吾) : 의금부(義禁府)

 

한 재상이 의금부 당상(堂上)이 되자 축하하는 손님들이 그 집 문 앞을 가득 메웠다. 그 부인도 몹시 기뻐하며 남편이 안방으로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관직이 높아지면 몸도 또한 그에 따라 커지나요?”

남편은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듣고 대답했다.

“사람들이 말하지 않소? ‘재상은 체중(體重)하다’고. 그러니 어찌 그렇지 않겠소?”

▶의금부 당상(堂上) : 당상은 통산 정3품의 상계(上階)인 통정대부(通政大夫) 이상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의금부 당상은 종2품 이상의 지위이다.

▶체중(體重) : 지위(地位)가 높고 중함

 

그러자 아내는 아주 기뻐했다.

그후, 남편이 아내와 잠자리를 할 때였다. 막 일을 하려는데, 그의 아내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상공(相公)께서 지난날 말씀하시기를 ‘관직이 높아지면 몸도 또한 같이 커진다’고 하셨죠. 오늘 밤 그것을 시험해보니 한 푼어치도 커지지 않았으니, 어찌 된 일인가요?”

‘내 몸이 커진 것은 내 친구들도 모두 아오. 또한 내 물건이 커졌는지 작아졌는지는 천한 첩들까지도 모두 알고 있소.“

‘나는 알 수가 없는데, 천한 첩들이 어찌 그것을 안단 말입니까?“

“부인의 말이 잘못되었소. 처가 지아비의 관직을 따르는 것은 법전에 근거하고 있소. 내가 이미 의금부 당상이라는 벼슬로 높아졌으니, 부인의 직첩 또한 따라서 높아진 것이오. 그러니 내 볼록이[凸]가 이미 커졌으면, 부인의 오목이[凹] 또한 커졌을 게 아니오? 천한 첩들은 그 지아비의 관직과 무관한 까닭에 그 구멍도 따라서 커지는 일이 없소. 이런 까닭에 첩들은 의금부 당상의 아랫도리가 커졌음을 알겠다고 했던 것이요.”

부인은 실망하며 다시 말을 하지 않았다.

 

 

 

참고 및 인용 ; 조선후기 성소화선집(김준형 옮김, 2010, 문학동네),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