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뿌리

옛날이야기 22 - 어수신화(禦睡新話) 2

從心所欲 2020. 6. 14. 17:24

☞도사책기(徒事責妓)

 

서관(西關)에 있던 문관이 그 고을의 도사(都事)가 되어 임소(任所)로 부임하러 가는 중이었다. 도사가 한 역(驛)에서 머물러 잔 후, 다음 날 말을 바꿔 타고 떠날 때였다.

도사가 말 위에 앉으니, 자리가 심하게 흔들려 제대로 앉아 있을 수조차 없었다. 그러자 급창(及唱)이 도사에게 가만히 아뢰었다.

“만약 역장 놈을 엄하게 다스리지 않으시면, 앞으로 갈아타실 말들도 이 말과 같을 것입니다. 어르신께서 소인이 하는 일을 간섭하지 않고 그대로 좇으신다면 먼 길을 가는 행차가 편안해질 것입니다.”

▶서관(西關) : 황해도와 평안도를 두루 이르는 말, 서도(西道).

▶도사(都事) : 종5품 관직으로 내직으로는 중앙의 충훈부(忠勳府), 의빈부(儀賓府), 충익부(忠翊府), 의금부(義禁府), 개성부에서 서무를 주관하였고, 외직으로는 관찰사(觀察使)를 보좌하던 직책.

▶급창(及唱) : 관아(官衙)에서 부리는 사내종

 

도사는 허락해주었다. 급창은 곧장 사령을 불러 해당 역의 병방(兵房)과 도장(都長)을 잡아들여 곤장을 치고 엄히 분부하였다.

“별성행차(別星行次)께서 앉으시는 말인데, 어찌 이처럼 변변치 못한 놈을 내놓았단 말이냐? 이 말은 앉기가 불편하니 속히 다른 놈으로 바꿔 올리도록 해라.”

그러자 역에서 일하는 놈들은 과연 좋은 말로 바꾸어 왔다.

▶병방(兵房) : 지방관아에서 병조의 일을 맡아보던 향리

▶도장(都長) : 군현(郡縣)에서 나그네가 휴식하는 옥사(屋舍)를 맡아보던 하급 관리

▶별성행차(別星行次) : 임금의 명령을 받들고 가는 사신의 행차

 

도사는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서울에서 오면서부터 때로는 삯을 주기도 했고, 때로는 빌려서도 말을 탔지. 말은 비록 네 발이 달렸지만, 내가 어느 놈을 달라고까지 하며 가려서 타지는 못했지. 그런데 지금 타고 있는 말처럼 좋은 말은 처음 타보는군.”

좋은 말을 몰자 며칠 만에 도내(道內)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 고을 수령은 다과를 내오고 수청기생도 보내 도사에게

현신(現身)토록 하였다.

▶현신(現身) : 지체가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에게 처음으로 뵘

 

도사는 일찍이 기생을 본 적이 없어서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저기 붉은 치마를 입고 있는 여인은 무슨 이유로 이곳에 왔느냐?”

옆에 있던 급창이 대답하였다.

“이 고을 관청에서 보낸 수청기생이옵니다.”

“그렇다면 저 기생은 어디에 쓰는고?”

“행차 어르신께서 저 기생과 잠자리를 하시면 좋을 듯하옵니다.”

“비녀를 꽂은 것으로 보아 이미 시집을 갔나보네. 그러니 남편도 있을 게 아닌가? 그런데도 잠자리를 같이하면 후환이 두렵지 않겠는가?”

“고을마다 기생을 두는 것은 그 고을에 찾아온 손님을 접대하기 위함입니다. 비록 지아비가 있다 해도 감히 화를 낼 수는 없습니다.”

“좋구나, 좋아!”

그러고는 곧바로 기생을 불로 당(堂) 위로 오르게 할 즈음, 도사는 은밀하게 급창을 불러 귀엣말을 하였다.

“비록 여인이기는 하지만 천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 불러서 같이 앉으면 체면에 손상을 입지 않겠느냐?”

“기생이 당에 오르는 것은 본래 예삿일로 되어 있습니다. 많은 재상들과 사대부들도 기생과 잠자리를 한답니다. 기생을 당 아래에서 자게 하면, 도사 어르신의 몸이 당상에 있으니 어떻게 그 일을 치를 수 있겠습니까?”

이에 도사는 기생을 당 위로 올려 한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닭이 개를 보듯, 개가 닭을 보듯 끝내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조용히 훔쳐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두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도사는 급히 고개를 숙이거나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이렇게 밤이 깊어 삼경이 되자 기생이 먼저 물었다.

“진사님께서는 일찍이 방 바깥에서 그 일을 치른 적이 없으신지요?”

‘내 집사람은 오랫동안 집 안에만 있었네. 비록 잠깐 문밖을 나선다 하더라도 내 어찌 아내를 쫓아가 들판에서 그 일을 한단 말이냐? 그런 말은 감히 하지도 마라.“

“그 말씀이 아니옵고, 일찍이 다른 사람의 아내와 동침을 하신 적인 있으시냐고요.”

“속담에도 있지 않느냐? ‘내가 다른 사람의 처를 도둑질하면 다른 사람도 내 처를 도둑질한다’고. 내 어찌 그처럼 부정한 일을 한단 말이냐?”

기생은 낙담하여 다시를 말을 하지 않고 등불 아래에 뺨을 괴고 앉아 있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점점 깊은 잠으로 빠져들면서 기생은 방바닥으로 스르르 쓰러졌다. 쌔근쌔근 코 고는 소리는 조용히 들려오고, 초승달처럼 길게 그은 눈썹은 곱고 아름다우며, 분으로 단정한 뺨은 희디희고, 앵두 같은 입술은 붉고 붉었다. 참으로 장부의 정신을 미혹하고, 마음을 탕탕 뛰게 하였다.

도사가 한 번 돌아보고 두 번 바라보매, 불같은 마음이 절로 일었다. 도사는 마치 굶주린 매가 꿩을 낚아채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생을 끌어안았다.

기생은 깜짝 놀라 일어나서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행차 어르신, 행차 어르신! 이게 무슨 일입니까?”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마라. 내가 급창에게 기생은 나그네와 동침을 하는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기생은 이 말을 듣자, 갑자기 터져 나오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러자 도사가 물었다.

“너도 좋아서 그러느냐?”

마침내 두 사람은 서로 껴안고 즐거움을 나누었다. 촛불 아래서 치룬 운우의 즐거움도 끝이 났다. 도사는 난생처음

이러한 즐거움을 느꼈으나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해 얼굴에는 붉은 기운이 비치고, 손과 발은 마구 떨렸다. 헐레벌떡

일을 해치운 것이 마치 잠자리가 급하게 물을 한 번 차고 날아가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기생은 도사의 이런 행동을 보고, 도사가 아직 경험이 없는 촌놈임을 알아챘다. 그래서 지극히 음란한 행태를 보여주어 그 쾌감을 만족시킨다면 지금까지 볼 수 없던 별별 구경거리를 다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침내 기생은 도사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다시 일을 치르려 하였다. 입으로 입술과 혀를 빨고, 또 체를 치듯 몸을 좌우로 흔들어대고, 키로

까부르듯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여대면서 엉덩이를 자리에 붙이지 않았다. 도사는 정신이 빠지고 넋이 나가 중간에

그만 사정을 하고 말았다. 일이 끝나자, 도사는 길게 종놈을 불렀다. 하인들이 계단 아래에 대령하자 도사가 분부하였다.

“기생의 잠자리를 담당한 도장을 급히 잡아오라.”

“도장은 역에나 있사옵니다. 기생의 잠자리를 담당한 사람은 수노(首奴)입니다.”

마침내 수노를 잡아오자, 도사가 꾸짖으며 말했다.

“네가 기생 하나를 내가 머무는 곳에 대령케 했다면 마땅히 배 위를 편안케 하는 기생을 보냈어야지, 지금 이 기생은 왼쪽으로 흔들고 오른쪽으로 움직이더구나. 비단 배 위를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어지럽게 입술과 혀도 빨아대더구나.”

그리고는 매를 들어 수노를 치라고 하였다. 그러자 수노가 애걸하며 말했다.

“말 위에 앉는 것은 역에서 일하는 놈들이 알아서 하는 일로, 행차 어르신께서 둔하고 못난  말을 타신 것은 모두 도장이 살피지 않은 죄가 맞습니다. 그러나 소인을 책망하시는 것은 잠자리에 들 기생을 뽑은 연고일 것입니다. 그런데 소인은 그 얼굴을 봐서 수청을 들 기생을 올린 것일 뿐이지, 잠자리에서 요동치는 몹쓸 병이야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소인은 무죄입니다. 참으로 죄가 없습니다.”

그때 행수기생(行首妓生)이 웃음을 머금고 나아와 말했다.

▶수노(首奴) : 관노(官奴)들 중의 우두머리

▶행수기생(行首妓生) : 관아(官衙) 소속의 기생 중에 우두머리,

 

“쇤네가 사실대로 아뢰겠습니다. 말 위에서 불편하셨던 것은 말이 네 다리의 잘못에서 나온 것이지요. 그러나 기생이 허리 아래에서 요동을 친 것은 이름하여 ‘요분질’이라고 하지요. 이것은 남자의 쾌감을 더하기 위한 것으로 잘못이 아니랍니다. 입을 맞추고 혀를 빠는 행위는 마치 봄날에 비둘기들이 서로 좋아하는 행태와 같사옵니다. 결단코 사나운 호랑이가 개를 잡아먹으려고 그러는 것과는 다릅니다.”

도사는 그러려니 하고 하인들을 모두 물리쳤다. 그리고 다시 한 판을 벌이는데, 기생은 한 번도 요동치지 않았다.

도사는 비로소 요동을 치는 것이 쾌감을 돕는 행위임을 깨닫고, 여러 번 기생에게 요청하였다. 그제야 기생은 전과 같이 요동을 쳤다. 도사는 바야흐로 그 맛이 기가 막힘을 알고 기쁨과 즐거움을 이기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자리에서 일어난 도사는 잇따라 자신의 뒤통수를 치며 말했다.

“내가 삼십여 년 잠자리를 가졌지만, 이처럼 절묘한 재미는 맛보지 못하였구나. 이른바 집사람이란 사람은 여인들이 마땅히 행해야 할 요분질을 알지 못하는 자라, 심히 어리석음을 탄식하노라.”

 

[장한종 <송사리>, 지본담채, 24 x 27cm, 서울대박물관]

 

 

☞오비장전(吾扉將顚)

 

지아비를 때려 얼굴에 상처를 낸 여인을 잡아온 고을 원은 그녀의 볼기를 치며 그 이유를 물었다. 여인이 실상을 아뢰는 말 가운데 이런 말이 있었다.

‘지아비가 본처를 돌보지 않고 기생첩에게 빠져 파산을 한 까닭에, 그 여인은 분하고 한스러워 설왕설래하는 동안 잘못하여 지아비의 얼굴에 상처를 냈습니다.’

고을 원은 화를 내 꾸짖으며 말했다.

“음(陰)은 양(陽)을 이기지 못하거늘, 너는 어찌하여 이렇게 법을 업신여기느냐?”

여인의 지아비가 그 모습을 보니 도리어 아내가 불쌍하였다. 그래서 뜰 아래 나아가 엎드려 아뢰었다.

“소인의 얼굴에 난 상처는 소인의 집 문짝이 넘어지는 바람에 그리된 것입니다. 아내에게 맞아서 생긴 것이 아니옵니다.”

마침 고을 원의 아내가 창틈으로 이 말을 듣고 말했다.

“그 지아비가 기생첩에게 미혹되어 조강지처를 버렸은즉, 그 아내가 지아비를 때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잖아?

이른바 관장(官長)이란 사람이 저렇게 잘못 판단하니 가히 절통하고 한스럽구나!“

고을 원의 아내는 울분을 이기지 못해 그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는 줄도 알지 못했다.

새어나오는 소리를 들은 고을 원은 즉시 형리(刑吏)에게 두 사람을 내쫓으라고 명했다.

“만약 이 송사를 듣고 저 여인을 엄하게 처벌한다면, 우리 집 문짝도 넘어질까 두렵구나.”

 

 

☞영수태장(寧受笞杖)

 

거지 아이가 한겨울에 길 위에 누워 떨고 있었다. 한 노파가 그것을 보고 불쌍히 여겨 방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밤이 깊어지자, 거지 아이는 노파의 배 위로 올라갔다. 노파는 아이를 꾸짖어 말했다.

“너는 어찌 이렇게 무례하냐? 내 마땅히 형조에 소장을 올려 네 죄를 다스리도록 하리라.”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지 아이는 거듭 진퇴를 반복했다. 그러자 노파의 음호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노파의 마음도 요동치고 말았다.

이윽고 거지 아이가 말했다.

“그럼 이제 빼고 일어나리까?”

“그러면 나는 반드시 포도청에 소장을 올리리라.”

“이른바 진퇴유곡(進退維谷)이로군요.”

그 사이 이미 일은 이루어졌다.

 

 

☞마상송이(馬上松栮)

 

한 선비가 말을 타고 가다가 냇가에 이르러 물을 건너려고 할 즈음이었다. 냇가에는 빨래하는 촌아낙들이 많았다.

그때 마침 지나가는 중을 보고 선비가 농담조로 말했다.

“자네는 글을 아는가? 시 한구를 지어보게.”

“소승은 무식하여 능히 시를 지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자 선비는 막무가내로 먼저 읊었다.

 

시냇가에 홍합이 열려있네.(溪邊紅蛤開)

 

선비는 시 한 구를 짓고 중에게 빨리 짓기를 재촉하였다.

“자네는 빨리 대구를 맞추게.”

“생원님의 시에는 고기와 같은 물건이 있습니다. 그러니 산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감히 대구를 맞출 수가 없습니다.

바라옵건대 채소로 대구를 맞춰도 용서하시겠는지요?”

“뭐 문제 될 게 있겠나?”

중은 옷을 걷고 먼저 물을 건너 맞은편 한 귀퉁이에 이르자, 시를 외쳤다.

 

말위에는 송이버섯이 움직이네.(馬上松栮動)

 

이른바 적절한 대구라 하겠다.

 

[장한종 <조개(貝)>, 지본담채, 22 x 26cm]

 

☞축순행방(祝順行房)

 

보통 홍역은 어렸을 때 한 차례 치르고 넘어간다. 세속에는 이런 말이 있다.

‘홍역을 맡은 신령(神靈)이 있다.’

어떤 이는 그 신을 서신(西神)이라 하고 또 어떤 이는 호구별성마마(戶口別星媽媽)라고 부른다. 홍역에 걸린 아이가 있는 집안에서는 늙은이나 젊은이 모두 정성을 다하며 몸도 정결하게 한다. 그리고 이웃 사람과 친척 등 식구가 아니면 홍역을 앓고 있는 아이의 방 안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작은 상을 차려 정화수를 떠놓는데, 그것을 객주상(客主床)이라 이름한다. 간혹 무엇인가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이 상 앞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한다. 세속에서는 이렇게 하는 것이 보통이다.

어느 행랑아범의 아들이 홍역에 걸렸다가 조금씩 나아가 때였다. 행랑아범이 아내에게 말했다.

“나는 혈기가 왕성한 나이로, 하루도 밤일을 거른 날이 없었네. 그런데 그 일을 완전히 그만둔 지 이제 십여 일이 지났어. 그 사이 이 물건은 단단하게 움직이며 길게 서더니만 꺾이지가 않아. 입은 바짝 마르고 마음은 몹시 괴로운데다 불같은 욕망이 크게 일어나니 오늘 밤은 헛되이 보낼 수 없네.”

아내는 깜짝 놀라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호구별성마마님께서 머물러 있는 이곳에서 어찌 감히 망령된 생각을 하십니까? 다시는 말도 꺼내지 마세요.”

“호구별성마마는 남편도 없고 아내도 없어서 그 일을 모른단 말이야? 별성은 반드시 남자일 것이고, 마마는 또한 부인일 것인데, 어찌 모를 리가 있단 말인가? 나는 반드시 그 일을 할 것이니 번거롭게 다른 말을 하지 말게.”

‘그렇다면 먼저 손을 씻고 상에 놓아둔 정화수 앞에 나아가 축원을 하세요. 그 후에 부리나케 일을 치르는 것이 좋겠네요.“

남편은 그 말대로 하여 축원을 드렸다.

“소인은 온전하게 사람의 형체를 갖추었습니다. 비록 놋숟가락으로 밥을 퍼먹는다 하더라도, 먹는다는 것이 개, 돼지 같은 짐승들과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우리 젊은 부부는 오랫동안 함께 잠자리를 갖지 못해 춘정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감히 우러러 아뢰옵니다. 간절히 바라옵건대 마마님은 저희 부부를 불쌍히 여기시어 특별히 한바탕 즐거움을 나눌 수 있도록 처분을 내려주십시오.”

그리고는 손을 모으고 두 번 절을 했다.

그때, 마침 그 집 행랑채 앞을 지나던 순라군이 창으로 불빛이 비치자 몰래 다가가 엿보았다가, 그가 말하는 소리를 들으니 우스워 죽을 지경이었다. 순라군은 목을 살살 쳐가며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

“소원대로 시행할 것을 허락하니 그 짓을 하라!”

행랑아범은 ‘호구별성마마의 분부시다’라고 생각하여 몹시 기뻐하였다. 그리고는 “예이 ~!” 하고 가늘게 늘여 빼며 대답한 후, 곧바로 일을 치렀다. 맹렬한 운우의 즐거움이었다. 즐거움을 나누고 나자, 부부는 상의하며 말했다.

“별성마마님께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지!”

그리고는 다시 손을 깨끗이 씻고 감사의 축원을 드렸다.

“분부하신 대로 좋게 한바탕 하였습니다. 그 은덕은 산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어 이루 다 말씀을 드릴 수가 없사옵니다.”

밖에 있던 순라군이 다시 말했다.

“또 하라!”

행랑아범은 다시 대답하고, 또 그 일을 다시 하였다. 이렇게 너댓 번을 하게 되었다. 행랑아범은 비록 건장한 사내지만, 오랫동안 기력이 소진해 있던 터라 하룻밤에 다섯 차례나 그 일을 벌이니 사지가 모두 쑤시고 숨이 가쁘고, 땀이 흘러 온몸을 적셨다. 몹시 피곤하여 별성마마님께 사례는 고사하고, 시원한 바람에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았다. 행랑아범은 길가로 나 있는 작은 창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창밖에는 검은 옷을 입고 벙거지를 쓴 건장한 놈팡이가 지팡이를 짚은 채 달빛을 받으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행랑아범은 깜짝 놀라 물었다.

“너는 웬 놈이기에 감히 우리 집 방안을 엿본단 말이냐?”

순라군은 졸지에 당한 일이라, 뭐라 대답할 말이 없어, 둘러대었다.

“나는 별성마마의 분부를 받들어 자네들이 하는 짓이 건전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염탐하러 왔네. 자네들은 다시 한 차례 더 해도 좋네.”

‘나를 죽인다 해도, 다시는 그 짓을 못하겠네.“

 

 

 

참고 및 인용 ; 조선후기 성소화선집(김준형 옮김, 2010, 문학동네),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