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뿌리

옛날이야기 23 - 어수신화(禦睡新話) 3

從心所欲 2020. 6. 24. 14:25

☞여성필여(汝姓必呂)

한 선비가 비를 피해 주막에 머물렀다. 이른바 주막집 창부는 비록 선비 가까이에 오지 않았지만, 때때로 눈길을 주며 얼굴을 마주 보았다. 선비는 그 아낙을 불러들여 몇 마디를 나누었다.

하루 이틀이 지나자, 농담이 진짜가 되어 둘은 일을 치루게 되었다. 그런데 여인의 음호는 몹시 광활하고, 선비의 물건은 매우 작았다. 아득히 넓은 바다에 떠 있는 한 톨의 밤이라 할만 했다.

선비가 말했다.

“자네의 그 구멍은 남발랑(南拔廊)이 아닌가?”

▶남발랑(南拔廊) : 한자는 ‘남쪽으로 뻗은 행랑’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지금은 잘 쓰지 않는 ‘하발통’처럼 그냥 커서 헐겁다는 뜻의 속어로 보임.

 

아낙은 무슨 말인지 알지 못해 대답하지 못했다. 선비도 물러나 앉아 생각 없이 시 한 구를 읊었다.

“청산만리일고주(靑山萬里一孤舟)라!”

“쇤네는 무식하여 글의 의미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남발랑’이란 서울 근처의 지명일 것이니, 그 거리가 좁은지 넓은지는 알 수가 없네요. 그런데 ‘청산만리일고주’라 운운하신 것은 무엇을 말씀하신 것인지요? ‘만리나 되는 청산’이란 하늘이 만드신 것이고, ‘외로운 배 한 척’은 변변치 못한 장인이 만든 것이지요.”

선비는 화가 나서 한참 뒤에 말했다.

“너는 분별력이 좋으니, 내가 네 성이라도 기억할 수 있게 해주겠느냐?”

“옛사람이 말하기를, 대나무를 보며 무엇 때문에 주인이 누구인지를 묻느냐고 했지요. 생원님도 단지 쇤네를 주막집 창부로만 알면 될 뿐이지요. 성씨를 물어서 무엇 하시게요? 아들 낳고 딸 낳고 하시거든 비밀 문서 속에 제 외할아버지 이름자라도 써주시게요?”

선비는 이 말을 듣고 화가 났지만, 얼굴에 드러내지 않고 이렇게 말했다.

“네 윗입은 비록 작으나 아래 입은 크니, 네 성은 틀림없이 ‘呂(여)’가인가 보구나.”

 

 

☞피부출외(避婦出外)

 

한 촌사람이 아내를 맞았는데, 자못 예뻤다. 그러나 신랑은 어리고 아내는 다 큰 어른이었다.

혼례를 치른 후, 날을 가려 신부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신부를 따라 친정아버지도 쫓아왔다. 시집에서는 이웃 사람들을 초청하여 조촐한 잔치를 벌이면서 신부를 맞이하는 의식을 갖추었다. 이미 집안은 손님들로 가득 찼는데, 그 자리에 꼬마 신랑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신부를 보자, 신랑은 많은 손님들 앞에서 손가락질을 해대며 말했다.

“저년이 온다, 와! 며칠 전에 자기 어깨로 나를 눕히고, 세게 껴안은 년, 다리로 나를 끼고 무겁게 짓누른 후, 내 오줌 싸는 물건을 밤새도록 주물럭거린 년. 내 배 위에 올라탔다가 엎드렸다가 하면서 숨을 헐떡이고 헐헐거리면서 내게 견딜 수 없는 아픔을 준 년. 그년이 왜 온단 말이야? 왜 와? 또 나를 잡을까봐 부섭단 말이야!”

그리고는 곧바로 달아나더라.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은 친정아버지가 몹시 무안해 할까봐 묵묵히 있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키스, <신부>]

 

☞기가포폄(妓家褒貶)

 

어느 한 고을의 기생은 집에서 손님을 맞곤 했는데, 오는 손님들은 모두 한 두 번씩 관계를 가진 사이였다.

한 손님이 먼저 와서 기생집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을 때였다. 잇따라 기생집으로 사람이 오는데, 마침 두 사람이 짝을 지어 들어왔다. 기생이 손님에게 은밀하게 말했다.

"마부장(馬部將)과 우별감(牛別監)이 오셨습니다.“

또 두 사람이 연속해서 들어왔다. 그러자 기생은 다시 은밀하게 말했다.

“여초관(驢哨官)과 최서방(崔書房)이 오셨습니다.”

▶부장(部將) : 오위나 포도청 등에 속해 있던 무관직
▶별감(別監) : 장원서(掌苑署) 및 액정서(掖庭署) 소속의 관직
▶초관(哨官) : 100인 단위의 병사집단인 초(哨)를 통솔하던 종9품 관직
▶서방(書房) : 액정서(掖庭署)에 소속되어 국왕에게 지필묵(紙筆墨) 등을 준비하여 올리고 대궐 안의 화재를 방지하는 등의 잡일을 맡던 잡직인 서방색(書房色). 또는 벼슬이 없는 사람을 그 성과 아울러서 부르는 호칭.

 

그런데 먼저 온 손님이 네 사람을 보니, 어떤 사람의 성은 김씨고 어떤 사람의 성은 이씨였다. 네 사람 중에 마씨, 우씨, 여씨, 최씨는 한 사람도 없었다.

네 사람이 모두 돌아간 후, 손님이 기생에게 물었다.

“너는 아까 왔던 손님들의 성씨를 과연 모르느냐?”

“모두 저와 친하게 지낸 지 오래되었는데, 어찌 성을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마씨니 여씨니 하는 말은 그저 밤일을 평가하여 붙인 것이지요.”

그리고 덧붙여 말했다.

“아무개는 몸과 양물이 모두 장대하니 성이 말 마(馬)가 된 것이고, 아무개는 몸은 작으나 양물이 크니 성이 당나귀 여(驢)가 된 것이고, 아무개는 한번 삽입하면 곧바로 끝내버리니 성이 소 우(牛)가 된 것이고, 아무개는 잠깐 동안에 오르락내리락하니 성이 참새 최(崔)가 된 것이죠.”

다 듣고 나서 손님이 물었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어떤 별명을 붙이려느냐?”

“실속도 없이 날마다 헛되이 왔다가 헛되이 돌아가 허송세월만 하니 마땅히 허(許)생원으로 붙이는 것이 좋겠네요.”

이른바 재치 있는 기생이라 하겠다.

 

 

☞종무인장(終無人葬)

 

한 늙은 나그네가 태수(太守)를 따라 책실(冊室)에 머무르고 있었다.

▶책실(冊室) : 책과 문서를 보관하는 방.

 

밤이 깊어지자, 나그네는 아이종에게 기생을 불러오게 했다. 닭이 울 때까지 나그네는 기생을 껴안았지만, 그 물건은 조금도 일어서지 않았다. 그러자 기생이 말했다.

“쇤네의 음호는 생원님 댁의 옛 무덤자리인가요? 밤새도록 시체를 끌어안고 올렸다 내렸다 했지만 끝내 장사(葬事)를 치르지는 못하네요.”

늙은 생원은 얼굴만 붉힐 뿐, 책망하지는 못했다.

 

 

☞조비영시(趙裨詠詩)

 

조씨 성을 가진 비장(裨將)이 장군의 명으로 한 고을에 이르렀다. 그러자 고을 원은 조비장에게 운심(雲心)이라는 기생을 보내주었다.

조비장은 본디 늙은이로, 밤새도록 주물럭거려도 끝내 일을 이룰 수 없었다. 그렇지만 기생은 음욕을 이기지 못해 홀로 설정(泄精)을 하고 끝내버렸다. 조비장은 부끄러워하며 뒤로 물러나 누운 채 조용히 시를 읊었다.

 

구름[雲, 운심]은 무심히 비[水]를 내뿜고(雲無心而出水)

새[鳥, 조씨 성의 비장]는 애써 날지만 돌아올 줄 안다네(鳥捲飛而知還)

 

이 또한 포복절도할 일이다.

 

 

☞유병지미(油餠之味)

 

한 늙은 할미가 산속 깊은 곳에서 허리를 구부린 채 산나물을 캐고 있었다. 그런데 할미의 속옷이 헤져서 음문이 드러났다. 마침 한 총각이 지나다가 그것을 보고 그 물건이 크게 일어났다. 그래서 총각은 몰래 할미 뒤로 다가가 급히 찌르고는 곧바로 몸을 달려 달아났다. 그러자 할미가 꾸짖으며 말했다.

“개자식아! 너는 내 손자 또래인 듯한데, 어찌하여 나를 이렇게 모욕한단 말이냐?”

“나는 쥐구멍인 줄 알고 발로 그것을 찼는데, 잘못하여 엄지발가락이 들어간 것뿐이에요.”

할미는 화를 내며 말했다.“내 비록 늙었지만 어찌 오이와 그 물건을 알지 못하며, 태평소와 말 좆의 기능을 알지 못하겠느냐? 네가 말한 것처럼 발가락이면 어찌하여 지금까지 훈훈한 기운이 남아 있고, 기름떡과 같은 맛이 느껴졌겠느냐?”

 

 

☞요항필무(溺缸必無)

 

부잣집에 사는 젊은 과부는 유모와 더불어 잠을 잤다.

그러던 어느 날, 유모가 병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집을 떠나 있어야 했다. 과부는 이웃집 아주머니를 불러 말했다.

“유모가 멀리 나가 있으니 혼자 잠을 자기가 너무 무섭네요. 댁에서 데리고 있는 고도쇠란 아이종을 잠시 빌려주시면 저녁밥을 잘 먹인 후에 우리 집을 지키게 하겠습니다. 그래도 될까요?”

이웃집 아주머니는 허락하고 즉시 고도쇠를 보냈다. 열여덟 살 난 이 아이종은 어리석고 지각이 떨어지는 놈이었다. 그가 과부의 집에 와서 저녁밥을 먹은 후 마루에 드러누워 자는데, 코 고는 소리가 마치 우레가 치는 것과 같았다.

고도쇠는 아직까지 한 번도 일을 치러본 적이 없었다. 그의 순수한 양물은 단단하게 일어나더니, 낡은 옷을 뚫고 나와 당당하면서도 우뚝하니 서 있었다.

밤은 깊어 적막하였다. 젊은 과부가 고도쇠의 그것을 보니 갑자기 음욕이 일어났다. 그래서 몰래 그의 옷을 벗기고, 자신의 음호를 양물 위에 덮어씌우듯이 집어넣었다. 그리고 나아갔다 물러났다를 반복하면서 그 음욕을 모두 채운 후, 마침내 설정(泄精)까지 하고 일어났다.

일을 마친 과부는 다시 고도쇠의 옷을 추스른 다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기 방으로 들어와 잠을 잤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고도쇠를 이웃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런데 유모는 그날 저녁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과부는 다시 이웃집에 가서 고도쇠를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이웃집 아주머니는 즉시 고도쇠를 불러, 그를 달래며 말했다.

“뒷집 아가씨 댁에는 그릇도 많고, 음식도 많고, 옷도 많거든. 그러니 네가 오늘도 가면 좋을 게다.”

“비록 그릇이 많다하나, 요강은 없는 것 같던데요.”

이웃집 아주머니는 핀잔을 주며 말했다.

“저런 부잣집에 어찌 요강이 없겠느냐?”

“요강이 없어요. 그러니까 어젯밤에 그 집 아가씨께서 손수 소인 놈의 바지를 벗기고, 소인의 좆대가리 위에다가 오줌을 쌌던 게죠.”

이웃집 아주머니는 그 말을 듣고 몹시 부끄러워하며 다시 말을 하지 못했다.

 

 

☞춘전난출(春前難出)

 

홍풍헌(風憲)의 아내는 음모가 많았다.

▶풍헌(風憲) : 조선시대 향촌의 자치 규약에 관련된 일을 담당하는 향소(鄕所)에서 수령의 업무를 도왔던 직책

 

어느 겨울밤 얼음 위에서 오줌을 싸다가, 그녀의 음모가 얼음에 붙어버리고 말았다. 일어나고자 해도 일어설 수가 없었다. 이에 도와달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 소리를 듣고 놀란 풍헌은 벌떡 일어나 아내가 부르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머리를 숙여 입김을 불었다.

입김을 불면서 얼음을 녹이던 차에, 풍헌의 수염도 얼음에 단단히 붙어버렸다. 풍헌 역시 일어나고자 했지만, 일어설 수가 없었다. 그것은 마치 풍헌의 입과 아내의 음문이 서로 마주 보고 엎드린 형상이었다.

날이 밝자, 김약정(約正)이 와서 일이 있으니 문밖으로 나오라고 외쳤다.

▶약정(約正) : 향약(鄕約) 단체(團體)의 임원

 

그러자 풍헌이 말했다.

“비록 관아의 일이 중요하지만, 나는 얼음이 녹기 전에는 드나들 수가 없네. 자네는 이런 생각을 관아에 아뢰고, 내 직임을 바꾸도록 하게. 내년 봄 이후에는 비록 권농(勸農)으로 차출된다 하더라도 내 마땅히 따라간다고...”

▶권농(勸農) : 지방의 방(坊)이나 면(面)에 딸려 농사를 주관하는 유사(有司).

 

 

번역본 출처 ; 조선후기 성소화선집(김준형 옮김, 2010,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