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뿌리

옛날이야기 20 - 진담론(陳談論)

從心所欲 2020. 5. 27. 13:35

 

[Lillian May Miller <푸른 언덕들과 초승달(Blue Hills and Crescent Moon)>, Lillian May Miller는 미국 화가이자 목판화제작자로.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1918년 조선을 방문했고 1923 ~1927에는 조선에서 살면서 많은 목판화를 제작하였다.]

 

 

「진담론(陳談論)」은 1811년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패설집이다. 진담록(陳談錄)이라고도 하는데 편찬자는 알 수 없다. 전하는 책에 따라 수록된 이야기가 49편인 것도 있고 50편인 것도 있다. 그 가운데 성에 관한 이야기가 20편이다.

 

 

☞세 딸을 가진 아버지가 있었다.

큰딸은 집이 다소 부유할 때 시집을 보냈는데, 신랑은 스무 살이었다. 큰딸을 시집보낸 후, 갑자기 가세가 기울어 아버지는 남은 두 딸의 혼례를 성사시킬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둘째딸은 재취(再娶)로 시집을 보내게 되었는데, 신랑은 마흔 살이었다. 셋째 딸은 삼취(三娶)로 시집을 보냈는데, 신랑은 쉰 살이었다.

▶재취(再娶)는 두 번째 장가들어 맞이한 아내이고 삼취(三娶)는 세 번째.

 

어느 날, 친정에 다니러 온 세 딸이 한자리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큰딸이 먼저 말을 꺼냈다.

“남자의 양물에는 뼈가 들어 있나봐.”

둘째딸이 말했다.

“아니야! 힘줄이 들어있는 것 같던데.”

그러자 셋째 딸이 말했다.

“그것도 아니거든! 그저 살에 붙은 가죽이라니까!”

그때 마침 아버지가 그 말을 듣고는 아주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우리 집안 모양새가 낭패를 당한 까닭에 둘째와 셋째에게는 뼈 맛을 보여주지 못했구나. 참으로 한스럽구나.”

 

 

☞노인이 젊은 첩과 관계를 맺을 때였다. 양물에 힘이 없어 들어가지가 않자, 노인은 그것을 손으로 잡아 밀어 넣으면서 버둥거리며 물었다.

“들어갔느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노인은 다시 일어나서 또 손으로 양물을 잡아 밀어 넣으며 물었다.

“들어갔느냐?”

“아니요.”

네댓 번을 그러고 나니, 노인이 초조함을 견디지 못해 거의 울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들.....어......갔느냐?”

첩은 노인의 하는 짓이 안 되어 거짓으로 답했다.

“이번에는 들어왔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좋다, 좋아!”

하지만 실제 양물의 끄트머리는 축 늘어져 기름 장판에 닿아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그 부분이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러자 양물이 첩의 몸속에 들어갔다고 알고 있는 노인은 첩에게 이렇게 말했다.

“네 음호(陰戶)는 여름철에나 알맞겠다.”

“왜 그러시는지요?”

“음호 속이 너무 차가워.......”

 

 

☞새벽달이 창을 환하게 비추는 밤, 부부가 관계를 맺고 있었다. 마침 이불이 들썩이는 바람에 곁에서 자던 어린아이가 잠을 깨고 말았다. 아이가 깨어 보니, 아버지는 어머니의 배 위에 엎드려 있었다. 아이는 그 까닭을 알지 못해 이상해하며 물었다.

“아버지는 왜 어머니 배 위에 엎드려 있어요?”

아이의 질문에 아버지는 딱히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둘러댔다.

“벼룩과 빈대가 물지 못하도록 피해 있는 거란다.”

“나도 벼룩과 빈대 때문에 죽겠으니, 아버지 등 위에 엎드려 잘래요.”

 

 

☞얼굴이 못 생긴 처녀가 있었다.

첫날밤을 보낸 다음 날 아침, 어머니가 처녀에게 물었다.

“신랑이 너를 보고 무슨 말을 하더냐?”

“처음에 제 얼굴을 봤을 때는 몹시 싫어하는 기색이 있었어요. 그런데 잠자리를 나눈 뒤에 신랑이 비로소 말을 하더군요. ‘얼굴을 볼 것이 없는데, 음호(陰戶)의 맛은 참으로 별나구나.’라고...”

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몹시 기뻐 박수를 치며 크게 웃었다.

“그럴 게다. 그렇고말고! 우리 집 음호 맛이야 이미 이 동네에 소문이 났지!”

 

 

☞농담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이웃집 남자와 이웃집 여자가 서로 간통하고 있다고 짐작했다. 그래서 하루는 이웃집 여자의 맥을 짚어준다 하며 말을 꺼냈다.

“이웃집 사내 아무개가 내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내가 어느 날 저녁 이웃에 사는 아낙 아무개의 집을 지날 때였지. 이웃집 아낙이 내가 지나가는 것을 보더니 곧바로 내 손을 잡고 자기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게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가서 그녀와 관계를 맺었지.’ 라고....그런데 정말 그런 일이 있었수?”

이웃집 아낙은 그 말을 듣더니 깜짝 놀라 손으로 앉은 자리를 치며 이렇게 말했다.

“세상천지에 어찌 이런 수치스러운 말이 있단 말이오? 세상에 이처럼 수치스럽고 해괴망측한 일이 있다니! 내가 언제 저를 꾀었다고? 내가 언제 저를 잡아끌었다고? 일전에 있었던 그 일을 얘기하자면, 내가 그 집을 지나갈 때 제가 나를 보더니 곧바로 나를 이끌어 제집으로 데려갔지.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었던 거고. 그런데 뭐? 내가 자기를 잡아끌었다고요? 세상에 어찌 이런 수치스러운 일이 있단 말이오?!”

 

 

☞한 중이 어느 집 과부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지만,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과부도 중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차마 그 뜻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중이 과부의 집에 묵게 되었다. 밤이 깊어지자 중은 방문 가까이 가서 상황을 엿보았다. 마침 달빛이 마당을 밝게 비추고 있어 과부의 방 안도 환히 들여다보였다. 과부는 여름이라 이불을 걷어차서 몸을 드러낸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풍성한 살집과 윤기 있는 피부는 달빛을 옮겨다놓은 듯이 더욱 하얗게 빛났다. 한 번 보니 정신이 아늑하고, 다시 보니 넋이 빠져 사라지는 듯했다.

“내 당장 들어가서 겁탈하리라. 그러나 혹 탄로가 나면 곧바로 몸을 빼서 도망가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중은 옷을 모두 벗었다. 벗은 옷은 바랑에다 쑤셔 넣어 서까래에 걸어두었다. 도망갈 준비도 단단히 해둔 후, 중은 벌거벗은 몸을 잔뜩 오므리고 목도 움츠린 채 살금살금 과부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때, 과부는 잠에서 깨어 중의 동정을 살피고 있었다. 그러다가 중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몹시 기뻐 두 손으로 중을 와락 껴안았다.

그러자 중은 깜짝 놀라 문밖으로 뛰쳐나가면서 바랑을 잡는다는 것이 그만 닭 둥지를 잡아들어 머리에 이었다. 그리고는 알몸으로 죽어라고 달아났다. 달아나다보니 어느덧 동방이 밝아 있었다. 길을 가는 사람들이 중의 모습을 보고 해괴망측해하며 말했다.

“저 중놈은 어찌하여 알몸으로 닭 둥지를 머리에 이고 달려가는 건가?”

중은 제 꼴을 보고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급한 김에 둘러대는 말로 이렇게 대답했다.

“이렇게 하면 큰 풍년이 든답니다.”

 

 

☞서당에서 아이가 천자문을 읽는데, 아이의 기질이 몹시 아둔하여 단지 ‘재주 재(才)’자와 ‘좋을 량(良)’자, 두 글자밖에 배우지 못했다. 또한 말까지 어눌하여 항상 이렇게 읽었다.

“제 좆 팔 냥, 제 좆 팔 냥.”

훈장이 천번 만번 다시 가르쳤지만, 아이는 끝내 “제 좆 팔 냥”이라고만 했다. 그러자 훈장은 몹시 화가 나서 책을 잡아 아이의 머리를 때리며 말했다.

“네 좆이 여덟 냥이면, 네 아비의 좆은 마땅히 열여섯 냥이겠구나!”

 

 

☞주막의 아낙은 관계를 맺고 싶을 때면 항상 농담조로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외눈박이를 죽입시다.”

외눈박이는 양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삼경 무렵이었다. 남편이 아내에게 말했다.

“지금 외눈박이를 죽일까?”

“윗방 손님들이 아직 깊이 잠들지 않았으니, 사경까지는 기다리다가 틈을 봐서 죽입시다.”

그때 윗방에 머무르는 손님 중에 마침 외눈박이가 있었다. 그는 우연히 이 말을 듣고 덜컥 겁이 나서 함께 자던 손님들을 두드려 깨우며 큰 소리로 외쳤다.

“날 살려주오, 날 살려줘!”

 

 

☞한 여인은 음모(陰毛)가 너무 길어, 그 드리운 것이 마치 말갈기와 같았다. 남편이 관계를 맺을 때에는 항상 손으로 음모를 양쪽으로 가른 다음에야 비로소 잠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어느 날 밤, 남편은 또 손으로 음모를 가르고 있었다. 그러다가 잘못하여 손톱으로 음핵을 건드리고 말았다. 음핵이 찢어져 그 아픔은 참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자 아내는 버럭 화를 내며 두 발꿈치를 한데 모아 구들을 힘껏 차고는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건넛집 김서방은 헤치지 않고도 잘만 합디다.”

 

 

☞부부가 무슨 일로 서로 싸웠다.

아내는 남편에게 얻어맞았는데, 그 분노와 억울함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저녁밥도 짓지 않은 채, 부엌 쪽과 맞닿은 벽 한 귀퉁이에 머리를 싸매고 누워 계속 흐느껴 울었다. 남편도 화가 나서 다시 말을 붙이지 않고 아내가 누운 반대쪽 벽 한 귀퉁이에 쓰러지듯이 누웠다. 그러다가 잠이 들고 말았다.

이날, 한밤중이 되어갈 무렵, 남편은 잠에서 깨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내는 아직도 화가 난 상태로 누어있었다. 남편은 도리어 불쌍한 마음이 생겨, 아내를 꾀어보려고 했으나 딱히 그 마음을 보여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짐짓 잠든 체하고 기지개를 켜는 척하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한 손을 아내의 가슴 위에 얹어놓았다. 아내는 그 손을 잡아 뿌리치며 말했다.

“이 손은 나를 때린 손이잖아. 어디라고 가까이 와?”

남편은 마음속으로 웃었다. 한참 후, 남편은 다시 한쪽 다리를 아내의 엉덩이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아내는 다리를 잡아 내던지며 말했다.

“이 다리는 나를 차던 다리잖아. 이게 어디라고 가까이 온담?”

남편은 혼자서 한참 웃었다. 그러다가 다리를 펴고 허리를 늘여 그의 양물 부분을 돋보이게 하고는 그 툭 튀어나온 부분으로 아내의 배와 배꼽 사이를 찔러댔다. 그러자 아내는 두 손으로 그것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것은 나의 어진 백성이지. 너야말로 내게 무슨 짓을 했겠느냐?”

 

 

☞음탕한 남녀가 산속 은밀한 곳에서 질펀하게 일을 벌였다. 일이 끝나자 음수(陰水)가 흥건하였다. 남자가 말했다.

“햇볕에 말린 후 다시 하는 것이 좋겠네.”

“그렇게 해요.”

두 사람은 두 팔을 자유롭게 두고, 두 다리는 넓게 벌려 아랫도리를 드러낸 다음, 해를 향해 나란히 누웠다. 한참 후, 여인이 기지개를 펴며 말했다.

“내 물건은 벌써 말랐네요.”

“내 물건은 아직도 마르지 않았어.”

그러자 여인이 골을 내며 말했다.

“내 것은 이미 말랐는데, 당신 것은 어찌하여 아직도 마르지 않았단 말인가요?”

“당신 물건은 가운데가 갈라져 있으니 빨리 마르겠지. 하지만 내 물건은 통짜로 되어 있기 때문에 더디 마르는 게지.”

 

 

[사진 출처 : 클라우드픽]

 

 

참고 및 인용 : 조선후기 성소화선집(김준형 옮김, 2010, 문학동네),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