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뿌리

옛날이야기 33 - 교수잡사(攪睡襍史) 3

從心所欲 2020. 8. 30. 11:01

☞매부거상(妹夫居喪)

 

한 사람이 시골에 갔을 때였다. 그는 길에서 한 상인(喪人)이 무덤 앞에 앉아 노래 부르는 것을 보았다. 마음속으로 해괴하여, 상인을 불러 물었다.

“당신이 누구의 상중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인이 되어 노래를 부르는 것이 온당하오?”

“나는 매부의 상중에 있는데, 그것이 예절에 어긋나나요?”

“세상에! 어떻게 매부 상중이란 것이 있을 수 있소? 당신의 말은 미친 소리구려.”

“이 무덤은 내 상전의 무덤이오. 그러나 상전이 일찍이 내 누이를 간음하였으니, 어찌 내 매부가 되지 않겠소? 상전의 상중에 있는 것 또한 가볍지 아니하오. 하지만 상전이 이미 예를 잃어버리고 나의 매부가 되었소. 상전이 그렇게 했듯이, 나도 조금 예를 버리고 상전을 모시는 종 대신, 상전의 매부가 되어 상복을 입은 게 뭐 그리 대단하겠소?”

그 사람은 웃고 다시 길을 가더라.

 

 

☞명기여약(命棄餘藥)

 

늙은 재상은 젊은 첩을 몹시 사랑하였다. 그러나 매일 밤이면 온갖 핑계를 대며 잠자리를 피해 첩의 마음을 기쁘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해구신과 녹용을 두루 구해 가루약으로 만들어 베갯머리에 두고 매일 아침마다 따뜻한 술에 타서 복용하였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도 전혀 효험을 보지 못했다.

늙은 재상의 곁에는 젊은 겸인(傔人)이 있었는데, 그는 재상이 매일 아침마다 약을 복용하는 것을 보았다. 하루는 재상이 공무가 있어 새벽에 외출하자, 겸인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겸인(傔人) : 청지기. 양반집에서 잡일을 맡아보거나 시중을 들던 사람

 

‘대감께서 매일 아침마다 이 약을 복용하니, 분명 좋은 약이렷다.’

그리고는 따뜻한 술에 가루 몇 숟갈을 타서 복용하였다. 그랬더니 며칠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양기가 왕성해져 밤이건 낮이건 주체할 수가 없게 되었다. 겸인은 곧장 집으로 돌아가 그의 아내와 밤낮으로 붙어지내며 떨어지지 않았다. 십여 일이 지났어도 재상 댁에는 가보지도 못할 정도였다.

재상은 다른 겸인에게 물었다.

“아무개가 십여 일 동안 오지 않으니 괴상한 일이로구나. 너는 가서 즉시 아무개를 불러오너라.”

이윽고 그 겸인이 와서 뵈었다. 노재상이 말했다.

“자네는 그동안 무슨 병이 들었더냐? 십여 일 동안 보이지가 않았으니 참으로 괴이하구나.”

겸인은 웃으며 대답했다.

“소인이 어찌 감히 속이겠습니까? 소인은 대감께옵서 매일 아침마다 베갯머리에 둔 가루약을 복용하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지난번에 소인이 장난삼아 따뜻한 술에 몇 숟갈을 타서 복용했습니다. 그런데 복용한 지 며칠 만에 갑자기 양기가 강성해지더니 그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해도 반시간조차 참을 수가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곧바로 집으로 가서 소인의 아내와 더불어 밤낮으로 관계를 맺은 것이 벌써 십여 일이옵니다. 그동안 잠시도 그만둘 수가 없었습니다. 이처럼 멈출 수 없으니 반드시 죽고 나서야 그칠가 합니다. 참으로 후회했지만, 그 또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일찍 올 수가 없었습니다.”

재상은 이 말을 듣더니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탄식하며 말했다.

“원래 이와 같은지라. 늙은 사람에게는 약 또한 쓸모가 없지. 나는 수십 일 동안 복용했는데도 털끝만치도 효험이 없더니, 자네는 불과 몇 숟갈만 복용했는데도 그 효험이 그처럼 웅장하니 어찌 애통하지 않은가! 만약 이 약을 그냥 둔다면 늙은 놈에게는 효험도 없으면서, 젊은 놈은 죽음에 이르게 할 것이니 잠시도 놔둘 수가 없겠네.”

그리고는 그 약을 똥통에 던져버리라 명령했다.

 

[최재순 화백 작품]

 

☞염상도처(鹽商盜妻)

 

산골 초가삼간에 생원 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소금장수가 그 집에 와서 하룻밤 자고 가기를 청했다.

생원이 말했다.

“우리 집은 크기가 말[斗]만 하여 방이 몹시 좁습니다. 우리 내외도 지척에 두고 있을 정도이니 머물러 잘 수가 없겠습니다.”

“나도 가난한 양반으로, 소금을 팔아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고. 이곳을 지나다가 마침 날이 어두워져 겨우겨우 인가를 찾아 왔는데, 하룻밤 자고 가는 것조차 허락해주지 않는구려. 호랑이나 표범의 피해를 입을까 두렵기도 합니다만, 그보다도 어찌 이렇듯 인정머리 없는 행동을 한단 말이오?”

생원은 어찌할 수 없어 자고 가는 것을 허락하였다.

이후 생원은 안방으로 들어가 밥을 먹고 아내에게 말했다.

“내가 요새 송편[松餠]이 먹고 싶으니 오늘 밤 자네가 만들어서 함께 먹으면 어떻겠는가?”

“사랑방에 손님도 와 계신데 어떻게 둘이서만 조용히 먹을 수 있겠어요?”

“내가 새끼줄에다 내 거시기를 묶어둔 다음 새끼줄의 끝부분을 창틈으로 내보내서 창밖에 둘 것이네. 송편이 다 익으면 그 새끼줄 끝단을 잡아당기면서 흔들게. 그러면 조용히 안방으로 와서 함께 먹겠네. 이 어찌 절묘하지 않은가?”

아내는 그렇게 하기로 승낙하였다. 하지만 이 집의 안방과 사랑방은 단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 소금장수는 벽에 귀를 대고 부부가 하는 말을 몰래 엿들었다.

생원은 안방에 갔다 들어와서는 소금장수에게 먼저 자라고 권유했다. 소금장수가 거짓으로 잠든 척하자, 생원은 새끼줄로 자신의 불알을 묶더니, 그 한쪽 끝단을 창틈으로 내보내고 누웠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우레처럼 코도 골아댔다. 소금장수는 생원이 깊은 잠에 빠져들었음을 알고, 몰래 생원이 불알에 묶어둔 새끼줄을 풀어 그것을 자신의 불알에 묶고 누웠다.

잠시 후, 생원의 아내가 창밖에서 새끼줄을 몇 차례 잡아당겼다. 소금장수는 가만히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다가 처마 아래에서 나지막이 말했다.

“등불이 창에 비치면 소금장수가 엿볼까 두려우니 불을 끄는 것이 좋겠네.”

“그러면 캄캄한데, 어떻게 떡을 드시려구요?”

“비록 캄캄하더라도 손이 있고 입이 있는데, 먹는 데야 무슨 어려움이 있겠나?”

아내는 웃으면서 등불을 껐다. 소금장수는 곧장 방 안으로 들어가 생원의 아내와 송편을 먹었다. 송편을 먹은 후, 소금장수는 생원의 아내를 이끌어 눕히고는 지극한 즐거움을 나누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생원을 불렀다.

“주인! 주인! 이제 이미 닭이 울었으니 나는 가오. 뒷날 다시 오리다.”

그렇게 말하고서 떠나버렸다. 생원은 혼잣말을 했다.

“닭이 울 때까지 어찌하여 떡 소식은 없단 말인가?”

그리고 자신의 양물을 만져보니, 묶어두었던 새끼줄도 없었다. 몹시 이상하여 곧바로 안방으로 갔더니 아내는 잠이 들어 있었다. 생원이 아내를 깨워 물었다.

“나는 송편을 고대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도 소식이 없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아까 이미 배불리 먹고 즐거움까지 나누고서 또 무슨 일로 안방에 오셨어요?”

“그게 무슨 말인가?”

아내는 아까 등불을 끄고 방에 들어온 일과, 함께 음식을 먹은 일이며, 운우의 즐거움을 나눈 일까지 빠짐없이 모두 말했다. 그러자 생원은 놀라 주저앉았다.

“원수 같은 소금장수가 내 아내와 떡을 도둑질했구나!”

그러자 아내는 웃으며 말했다.

“나도 관계를 맺을 때 양물이 장대하고 굳건하여 전과 크게 다른 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소금장수의 것이었구나!”

이 말은 들은 사람들 모두 배를 움켜잡고 웃더라.

 

 

☞삼인각원(三人各願)

 

세 소년이 서로 마주 앉아 각각의 소원을 물었다. 한 소년이 먼저 말했다.

“나는 후생(後生)에 세상에서 제일가는 기생이 되고 싶네. 위로는 공경대부에서 아래로는 토지세를 걷는 아전과 부잣집 자제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간장을 모두 녹여내 손아귀에 넣고 농락하면서, 온갖 사치를 부리면서, 인간 세상의 모든 즐거움을 누리면서, 오로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도 온 나라에 내 이름을 떨친다면 이보다 나은 것은 없을 듯하네.”

다른 한 소련이 말했다.

“나는 후생에 솔개가 되어 높이 날아 하늘 끝까지 올라 사방을 유람하려네. 그러다가 이름난 집안의 아름다운 계집종이 고기를 담은 광주리를 끼고 오기라도 하면, 가벼운 몸으로 곧바로 내려와 그 고기를 낚아채고 다시 날아오르려네. 그러면 아름다운 계집종은 놀라 엄마를 찾아대겠지. 그리고 나를 올려다보며 울다가 웃다가 하는 양을 본다면 어찌 호쾌하지 않겠는가?”

다른 한 소년이 말했다.

“나는 후생에 돼지 새끼가 되려네.”

두 소년은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것 참 별난 소원이로군. 그게 무슨 말인가?”

“돼지 새끼는 태어난 지 겨우 몇 달 만에 능히 색(色)을 참하는 법을 알거든. 그래서 그리 원했던 것 뿐일세.”

듣는 사람들 모두 크게 웃더라.

 

 

☞차고정로(借袴錠露)

 

예전에 가난하기 짝이 없는 고을 원이 있었다. 그는 다른 고을의 원으로 제수를 받아, 그날 자신이 몸담았던 관아에서 하직을 해야 했다. 그러나 마땅히 입고 갈 바지가 없었다. 이에 아내가 말했다.

“급박하게 나아가야 하니 바지를 만들 수가 없네요. 또한 빌릴 데도 없고요. 그러니 내가 결혼할 때 입었던 명주로 짠 붉은 바지라도 잠시 입을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러나 여자 바지의 밑은 터져 있어서 남자의 윗옷으로 완전하게 가릴 수 없습니다. 만약 바지와 윗옷이 떨어진다면 반드시 들통이 날 것이니 명심하세요.”

고을 원은 허락하고 사랑으로 나갔다. 아내는 누각 위에 올라가 창문으로 고을 원의 행동을 살펴보았다.

형방(刑房)에 속한 아전이 나와 엎드렸다가 조금 물러났다. 그러고나서 고을 원에게 관아의 문서를 읽으면서 보고하기 시작하였다. 고을 원은 안석(案席)에 기대앉아 한쪽 다리를 내려놓았다. 그러자 고을 원이 입고 있던 창의(氅衣)가 감겨 올라가면서 바지의 밑부분이 벌어지고 고을 원의 사타구니도 훤히 드러났다.

▶창의(氅衣) : 벼슬아치가 평상시에 입던 웃옷으로 뒷솔기나 옆솔기 또는 뒷솔기와 옆솔기 두 곳에 모두 트임이 있다.

 

아내는 그것을 보고 몹시 당황하여 급히 짧은 편지를 써서 아이종을 시켜 원님께 드리도록 했다. 고을 원은 그 편지를 형리(刑吏)에게 주어 읽도록 했다. 형리는 우물쭈물하며 감히 읽지를 못했다.

“이것은 마님께서 보낸 서간이온데, 황송하여 감히 읽을 수가 없습니다.”

“무릇 관아의 모든 문장은 본래 아전의 몫이지 않은가?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그렇게 가는 목소리로 말을 하느냐?”

고을 원은 급히 편지를 읽도록 했다. 형리도 어쩔 수 없이 마치 백성들이 올린 소장을 아뢰는 것처럼 큰 소리로 그 편지를 읽었다. 그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집이 가난하여 바지를 만들지 못해 임시로 여인의 바지를 입혀드렸잖아요? 아까 부탁한 말씀을 어찌하여 마음에 새기지 않으시는지요? 옷을 벌린 상태로 다리를 내려놓으면 아랫부분이 모두 드러나서 아랫것들에게 보이게 됩니다. 그러면 어찌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즉시 무릎을 모아 단정하게 앉으세요.”

고을 원이 보고를 듣더니 눈썹을 찡그리며 소리를 질렀다.

“우습고도 우습구나! 나는 그래도 이런 바지라도 있지. 저는 짧고 해진 치마 쪼가리조차 없으면서 무슨 말을 한단 말이냐?”

곁에 있는 사람들이 몰래 웃더라.

 

[최재순 화백 <주남 저수지>]

 

☞취악폐궁(臭惡廢弓)

 

예전에 한 한량이 있었다.

봄과 여름이 바뀔 무렵이었다. 한량은 산에 들어가 사단(射壇)에서 활을 쏘다가 물을 마시려고 계곡을 찾아 내려갔다.

▶사단(射壇) : 활쏘기를 할 때, 활을 쏘는 사람이 올라서는 단

 

그곳에서 한량은 한 젊은 여인을 보았다. 그녀는 빨래를 하다가, 봄볕에 노곤하여 소나무 그늘 아래에 누워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한량은 그 곁에 앉아 그녀를 불렀지만, 여인은 깨지 않았다. 어루만져도 알지 못했다.

이에 한량은 그 곁에 누웠다. 팔을 뻗어 여인에게 팔베개를 해주고, 다리를 서로 교차하여 얹고, 허리를 담뿍 껴안고, 여인과 깍지도 꼈다. 그리고 가운뎃손가락을 여인의 음호에 넣고 흔들었다. 그러나 여인은 한결같이 깊은 잠에 빠져 깨지 않았다.

한량도 피곤하여 그 곁에서 잠이 들었다. 한낮이 지나서야 한량은 겨우 깨었는데, 가운뎃손가락은 여전히 음호 속에 들어가 있었다. 한량은 웃음을 머금고 일어나, 손가락을 빼서 살펴보았다. 오랫동안 음호 속에 젖어 있던 손가락은 불어서 마치 부풀어 오른 것처럼 커져있었다. 그 옆의 다른 손가락과 손바닥에는 하연 액체가 두루 번져 있었는데, 그 악취가 코를 찔렀다.

한량은 급히 계곡으로 가서 손을 수도 없이 씻고 또 씻었다. 그리고 다시 화살을 쏘던 사단으로 돌아와 활을 잡고 화살을 먹였다. 하지만 활시위가 코와 뺨 사이에 이르자, 가시지 않은 가운뎃손가락의 악취가 코로 스며들었다. 그 때문에 활을 놓아야 했고, 화살을 평소의 반도 못가 떨어지고 말았다. 연거푸 두세 번 쏘았지만, 예전처럼 격식에 맞게 마음껏 잡아당겨 활을 놓을 수가 없었다. 매번 코와 뺨 사이에 이르면 악취가 나서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음 또한 허탈하여 활을 놓았다. 한량이 활을 쏠 때마다 이러했다.

마침내 한량은 ‘활을 쏘지 못하는 병[弓病]’에 걸려 여러 달 동안 활 쏘는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 모두 배를 움켜잡고 웃었다.

 

 

☞권차우통(勸借牛桶)

 

한 시골 마을에 품팔이를 하는 총각이 있었다. 그는 소죽통을 빌리기 위하여 울타리를 사이에 둔 이웃집으로 갔다.

가서 보니, 과부인 주인은 넓은 홑바지만 입고 창문 앞 봉당에 누워 자고 있었다. 피부는 눈처럼 희고, 아랫도리는 반이나 드러나 있었다. 총각이 가까이 가서 쳐다보고 있자니, 음욕을 자제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급히 달려들어 맹렬하게 자신의 양물을 집어넣었다. 과부가 놀라 눈을 뜨고 바라보니, 그는 곧 이웃집 총각이었다. 과부는 화를 내며 총각을 꾸짖었다.

“네가 이러고도 살 수 있을 것 같으냐?”

“소죽통을 빌리러 왔다가 우연히 죄를 짓게 되었구먼요. 마땅히 빼고 그만두렵니다.”

그러자 과부는 두 손으로 그 허리를 바싹 끌어당기며 말했다.

“네가 마음대로 나를 겁탈하더니만, 이제는 또 네 마음대로 그만두겠다는 거냐? 어찌 감히!”

그리고는 지극히 음탕한 짓을 하고서야 총각을 보내주었다.

다음 날 저녁, 과부는 울타리 안에서 서서 총각을 불렀다.

“총각, 총각! 오늘은 소죽통 빌리러 오지 않는가?”

총각은 과부의 생각을 알고, 밤이 깊어지자 또다시 찾아가 어제처럼 즐거움을 나누었다.

 

 

 

 

번역본 출처 : 조선후기 성소화선집(김준형 옮김, 2010,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