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뿌리

옛날이야기 32 - 교수잡사(攪睡襍史) 2

從心所欲 2020. 8. 29. 09:14

☞출이반이(出爾反爾)

 

예전에 한 방백(方伯)이 도임한 후의 일이다.

▶방백(方伯) : 관찰사(觀察使). 조선 시대 각 도의 으뜸 벼슬. 도(道)의 경찰권ㆍ사법권ㆍ징세권 따위의 행정상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종2품 벼슬. 지금의 도지사.

 

방백은 모든 기생을 불러 자시의 주위에 빙 둘러앉혔다. 그리고는 그중에 고운 기생을 골라 가까이 오게 하고는 입을 맞추고 껴안는 등 하지 않는 짓거리가 없었다. 그리고 매일 밤 그들을 차례로 불러내어 관계를 가졌다. 일이 있어서 그날만큼은 피하고 싶다고 아뢰는 기생이 있으면, 방백은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은 상점에 쓰는 요강과 같은지라, 뭐 꺼릴 게 있겠느냐?”

이 말을 들은 기생은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방백은 비록 자기 형제나 친구들이 가까이한 기생이라 해도 꺼리지 않았다.

방백의 주면에는 책객(冊客)이 있었는데, 그는 방백의 행태를 마음속으로 몹시 민망히 여겼다.

▶책객(冊客) : 관제(官制)에는 없지만 고을 원이 사사로이 임용하여 회계 등과 같은 비서 업무를 맡아보게 하던 사람.

 

민망함을 넘어 몹시 화가 난 그는 많은 재물을 뿌려가며 방백이 관계를 가진 기생만을 좇아 관계를 맺었다. 이러한 사연을 전해들은 방백은 몹시 화를 내며 무거운 형벌로 책객을 다스리고자, 그에게 물었다.

“너는 내가 눈을 주었던 기생만 따라다니면서 간음한 게 한두 번이 아니라고 들었다. 참으로 짐승과 같은 행동인지라, 사람의 형상을 하고 어찌 그런 일을 한단 말이냐?”

“소생은 어리석어서 일을 잘 판단하지 못합니다. 소생은 일찍이 친척이나 친구가 사랑한 계집은 비록 천한 기생이라 할지라도 감히 눈을 주거나 사랑해서는 안 된다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대감께서는 모든 기생들을 향해 ‘너희들은 상점에서 쓰는 요강과 같은지라’라고 가르침을 주시더군요. 그리고 비록 긴밀한 관계에 놓여 피해야 할 기생들까지도 모두 잠자리를 돌보게 하시더군요. 소생은 그때 비로소 상점의 요강에 소생이 한 번 더 오줌을 누었다고 무슨 의심과 걱정이 있겠느냐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이제야 겨우 대감의 밝디 밝은 가르침을 받들어 명확히 깨달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감께서 그 가르침이 잘못되었다고 책망하시니, 알지 못하겠습니다. 대감께옵서 지금에야 그것을 깨달으신 것입니까? 아니면 소생이 지금에야 비로소 그것을 깨달은 것이옵니까?”

방백은 비록 욕을 당했지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그저 부끄러워하며 얼렁뚱땅 둘러댈 수 밖에 없었다.

“상점의 요강에도 곡절이 있겠지!”

이 말을 들은 사람들 모두 침을 튀기면서 웃더라. 그 후 무뢰배들이 기생을 가리켜 ‘상점의 요강[店中溺缸]’이라고 불렀는데, 이 말은 기실 이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더라.

 

 

☞견기반과(見欺反誇)

 

예전, 한 양반집에 자못 예쁜 계집종이 있었다.

하루는 양반이 몰래 계집종을 꾀어내 후원에 있는 나무 밑으로 끌고 가 관계를 맺었다. 한창 흥이 무르녹았을 때, 계집종의 남편이 홀연 그곳으로 왔다. 일이 막 탄로날 상황이었다.

양반은 급히 계집종의 치마로 누워 있는 계집종의 얼굴을 덮었다. 자신의 계집종의 배 위로 올라가 엎드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계집종의 남편을 바라보고 눈을 찡긋거리며 입으로 물러가라는 표정을 지었다. 손을 흔들며 가까이 오지 말라는 시늉도 했다. 계집종의 남편은 웃음을 머금고 조심조심 발을 빼고 돌아갔다.

저녁때, 계집종의 남편은 사랑방에 들어가 양반을 보고 말을 꺼냈다.

“서방님, 서방님! 아까는 소인이 잘 피해드렸지요? 소인도 영리하지요?”

‘자네는 정말로 잘 알아듣더군. 기특하고, 기특하네. 만약 그 여인네가 누군지 들통나면 어찌 무안하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제가 곧바로 피했던 게지요.”

밤이 되었을 때, 그는 또 아내인 계집종에게 말했다.

“낮에 서방님과 어떤 여인네가 후원에서 이러저러한 일을 하고 있었거든. 그 꽃밭에 불이 날까 걱정이 될 정도였지. 그래서 내가 몸을 숨기고 곧바로 피해주었더니, 서방님께서 내게 유능하다고까지 말씀하시더군!”

“양반님들이 한 일은 삼가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면 안 돼요. 만약 발설하면 그 죄가 반드시 클 테니까요.”

“내가 세 살 먹은 어린아인가? 무엇 때문에 그 말을 하고 다녀? 그렇게 당부하지 않아도 알아!”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비웃지 않는 사람이 없더라.

 

 

☞아자선절(衙子先竊)

 

예전에 한 고을 원이 도임하는 날이었다. 그는 고을의 모든 기생이 자못 예쁜 것을 보고 몹시 기뻐하였다.

고을 원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자못 애지중지하였다. 그런데 그 아들이 예쁜 기생들을 가까이했다가 혹시라도 상처를 입을까 걱정되어, 고을 원은 기생 명부를 가져다가 한 사람씩 호명하여 가까이 오게 했다. 그러고는 입을 한 번 맞추고, 젖가슴과 음문을 한 번씩 어루만졌다. 이것은 아들이 기생들에게 마음을 두지 못하게 하려는 계책이었다.

아들은 이러한 광경을 보고 마음속으로 ‘저러다가 한 사람도 남지 않겠다’며 걱정하다가, 그중에서 가장 예쁜 기생 한 명을 골라 급히 입을 맞추고 젖가슴과 음문을 어루만졌다. 그리고는 이러한 사실을 아버지인 고을 원에게 아뢰도록 일러두었다.

고을 원의 안전에 이르자, 그 기생은 곧바로 땅에 엎드렸다가 일어나서는 무릎을 꿇고 아뢰었다.

“쇤네는 아까 서방님과 이미 입을 맞췄습니다. 감히 피할 생각을 할 틈도 없었습니다. 이에 그 실상을 아뢰오니, 저는 어찌해야 합니까?”

고을 원은 놀라 기생을 물리치고 앉아 말했다.

“이 아이의 인사하는 짓은 개자식이로되, 그 기상은 매우 좋구나. 내가 근심할 필요가 없겠구나.”

그리고는 마침내 기생을 점고(點考)하는 일을 멈추었다.

아들은 그 후 과연 과거에 급제하여 존귀하면서도 두드러진 지위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최재순 화백 작품]

☞여우모병(女憂母病)

 

한 여인이 부엌에서 밥을 지으면서 밥이 익었는지를 살피고 있을 때였다.

방안에 있던 남편이 연거푸 급하게 아내를 불렀다. 여인은 무슨 일인지 몰라 급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남편은 곧바로 아내를 넘어뜨린 후 질펀하게 일을 치렀다.

일이 끝나자, 여인은 도로 부엌으로 나갔다. 밥은 이미 익어 있었다.

여인은 한 발은 부엌 바닥을 딛고, 다른 한 발은 부뚜막 위에 올려놓은 채 그릇에 밥을 펐다. 이때, 어린 딸이 마침 부뚜막 아래 있었다. 딸은 어머니의 넓은 속옷 사이로 열린 틈을 보았다. 그 속으로 보이는 음호에서는 아직 씻지 않은 음수가 잇따라 흘러내렸다. 어린 딸은 한참 동안 그것을 보다가 눈썹을 찡그리며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의 보지도 감기가 들렸나 봐요. 콧물이 잇따라 흐르는데, 멈추지가 않네요. 불쌍하고, 불쌍해라.”

여인은 웃음을 머금고 속옷을 정리하여 그것을 감추었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한바탕 크게 웃더라.

 

 

☞신아배의(新兒背衣)

 

한 선비가 잇따라 아들 셋을 낳았는데, 하나하나가 모두 못났다. 선비는 마음속으로 억울하고 한탄스러워 말했다.

“내 정수(精水)가 매우 탁하여 아이를 낳으면 반드시 이와 같은가보구나. 이번에는 마땅히 잘 만들어봐야겠다.”

그래서 선비는 가는 베 한 조각을 아내의 음호에 덮고 나서 관계를 가지려고 했다. 아내는 선비의 행동이 괴이하여 물었다.

“베 조각으로 무엇을 하시려고요?”

“이번에는 정수를 깨끗하게 걸러서 고운 아이를 만들고자 함이오.”

그리고는 베 조각 위에서 일을 치렀다. 그러나 일을 치르는 것이 깊어져, 나아갔다 물러갔다를 반복하는 사이에 베 조각은 간 곳이 없어졌다. 일을 마친 후, 여기저기 두루 찾았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열 달이 차서, 선비는 과연 고운 아이를 얻었다. 그때의 베 조각은 자그마한 속옷 모양으로 새로 나온 아이의 등을 덮고 있었다. 선비는 기뻐하며 말했다.

“이번에 낳은 아이가 고운 것은 정수를 깨끗하게 걸려낸 효험이렷다. 아이 또한 등거리를 입고 나왔으니, 이야말로 일거양득이라 하겠구나!”

 

 

☞비파주의(婢破主疑)

 

한 어리석은 선비가 스무 살에 처음으로 아이를 얻었다. 선비는 아이를 볼 때마다 항상 손으로 머리를 쥐어보았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아이의 머리가 비록 작다고는 하지만, 이 아이가 나온 이후로 그 어미의 음호가 몹시 커졌을 것임은 가히 알지라. 내 양물이 어찌 그 적수가 되리오! 그러니 다시 관계를 맺겠다는 생각일랑 감히 내지도 말아야겠다.’

선비는 아내와의 정이 돈독했지만, 잠자리를 그만둔 지 이미 몇 년이 흘렀다. 선비가 항상 아이의 머리를 재고 난 후, 그의 아내를 보고 문득 한탄하는 얼굴빛을 보인 것도 여러 번이었다. 아내는 시샘이 났지만, 어쩔 수 없이 지냈다.

어느 날, 아내는 친하게 지내는 늙은 여종과 조용히 상의했다.

“서방님이 이 아이를 낳은 후로는 매양 아이의 머리를 쥐어본 다음에 나를 보거든. 그리고는 문득 한탄하는 얼굴빛을 보인단 말이야. 서방님은 필시 아이를 낳은 후 내 하문(下門)이 넓고 커졌다 여겨 나와 관계를 맺지 않겠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 몇 년 동안 잠자리를 갖지 못해 답답할 뿐 아니라 다시는 아이를 낳을 희망도 없으니 어찌하면 좋겠나?”

늙은 여종은 웃으며 말했다.

“이 일은 매우 쉽습니다. 제게 한 계교가 있습니다. 지난번에 소쿠리 안에 연안(延安) 인절미가 있는 것을 보았는데, 지금도 남아 있나요?”

▶연안 인절미[延安引絶餠] : 연안은 황해도에 있는 읍으로, 이곳에서 생산되는 찹쌀은 차지고 품질이 좋아, 연안 인절미는 인절미 중에서도 최고로 쳤다고 한다.

 

“남아 있지.”

“그럼 오늘 밤에 서방님이 들어오시면 이 늙은이를 불러주십시오. 그리고 제게 떡을 굽게 하면 마땅히 묘책을 내서 서방님의 의혹을 풀어드리지요.”

아내는 선비가 들어오는 때에 맞춰 늙은 여종을 불렀다. 그리고 인절미를 내어주며 말했다.

“잘 구워서 서방님께 드리게.”

여종은 선비 앞에 앉아 인절미를 무르녹을 정도로 구운 다음에 그것을 꺼내 손가락으로 찔러 구멍을 냈다. 그리고 손가락을 도로 뺐다. 떡은 서서히 다시 합쳐졌다. 그러자 여종이 웃으며 말했다.

“이 떡은 비유하자면 아이를 낳은 여인의 하문과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더냐?”

“아이를 낳은 후에 넓어진 여인의 음문은 예전처럼 도로 좁아진다는 말이지요. 아이를 낳을 때는 수십 번이라도 음문이 열리지만, 아이를 낳은 후에는 그때마다 다시 합쳐진답니다. 이 떡은 차진 찹쌀인 까닭에 손가락으로 찔러도, 뽑아낸 후에는 다시 합쳐지지요. 그러니 어찌 아이를 낳은 부녀의 하문과 다름이 있겠습니까?”

말을 마친 늙은 여종은 크게 웃었다. 선비가 이 말을 듣자, 마치 술에 취해 있다가 막 깬 것과 같았다. 마음은 몹시 기뻤다.

그날 밤, 선비 부부는 잠자리를 가졌는데, 전날에 나누었던 즐거움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마침내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선비의 의혹도 풀렸다.

이 말을 들은 사람이라면 어찌 포복절도하지 않겠는가?

 

[최재순 화백 작품]

 

☞상인지시(喪人知時)

 

배우지 못해 무식할 뿐만 아니라 몹시 어리석은 사람이 있었다.

그가 부모의 상(喪)을 당해 장례를 치르게 되었을 때였다. 친척들이 와서 모든 일들을 돌봐주다가, 여러 사람이 말을 꺼냈다.

“하관(下棺)은 자시(子時)에 해야 하는데, 그 시각을 정확하게 알기가 매우 어렵네. 자명종이라도 빌려오는 게 좋을 듯하네.”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상주(喪主)가 말했다.

“빌려올 필요가 없습니다. 때를 아는 것만큼은 제가 귀신같으니까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든 사람들은 상주의 말이 이와 같으니 그에게 맡겨두고 다시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장례 당일이 되자, 사람들은 산에 올라가 때를 기다렸다. 밤이 깊어지자, 홀연 상주가 말했다.

“때가 되었습니다. 즉시 하관합시다.”

모든 사람들이 막 하관할 즈음, 갑자기 상인은 바지를 풀더니 손으로 양물을 잡고 관 위에다 오줌을 누기 시작했다.

곁에 있던 사람들이 몹시 놀라 말했다.

“이게 무슨 짓이오?”

“여러분은 모르십니까? 택일기(擇日記)에 병인년(丙寅年)에 태어난 사람은 하관할 때 소피(少避)하라고 했잖습니까? 【소피(少避)는 ‘잠시 피해 있으라’는 말인데 이를 ‘오줌’을 가리키는 소피(所避)와 혼돈한 것이다.】제가 병인년에 태어났기 때문에 오줌을 눈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해괴망측해하면서도 웃어 마지않았다. 그 중의 한 사람이 물었다.

“자시는 어떻게 해서 정확히 알았는가?”

“저는 매일 자시가 되면 갑자기 양물이 일어납니다. 그것은 한 번도 어김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확히 알았습지요.”

모든 사람들이 또다시 포복절도하더라.

▶하관(下棺) : 시신을 묻기 위하여 관(棺)을 파놓은 구덩이에 내리는 것

▶택일기(擇日記): 길흉사(吉凶事)가 생겼을 때, 의식을 치르기 위하여 날을 고르고 처리해야 할 사항을 적은 글

▶자시(子時) : 십이시(十二時)의 첫째 시(時). 밤 11시부터 오전(午前) 1시까지의 사이. 24시로 나눌 때는 밤 11시 30분부터 0시 30분까지의 사이.

 

 

번역본 출처 : 조선후기 성소화선집(김준형 옮김, 2010,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