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퇴당지(如槌撞之)
소년, 장년, 노인 세 사람이 같이 길을 가다가 한 시골집에서 숙박을 하게 되었다. 장년 남자가 주인집 여자 얼굴이 아름다운 것을 흠모한 나머지, 밤을 타서 그녀를 범했다.
다음 날, 주인은 누가 자신의 아내를 범했는지 알지 못해 세 사람 모두를 관아에 고소하였다. 수령은 판결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가 자기 아내에게 그 사연을 이야기했다. 그러자 부인이 말을 꺼냈다.
“어찌 분별해내지 못하겠습니까? 내일 신문(訊問)할 때는 ‘그 일을 할 때 송곳으로 찌르는 듯하더냐, 방망이로 찧는 듯하더냐, 아니면 삶은 가지를 집어넣은 듯하더냐’하고 물어보십시오. 그러면 가히 분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게 그것으로 소년인지, 중년인지, 노인인지를 알 수 있소?”
“만약 송곳으로 찌르는 듯했다면 젊은 사람이며, 방망이로 찧는 듯했다면 장년일 것이며, 삶은 가지를 집어넣은 것과 같았다면 노인일 것입니다.”
다음 날, 수령은 부인이 일러준 대로 여자를 신문하였다. 그러자 여자가 대답했다.
“방망이로 찧는 듯했습니다.”
이에 장년 남자를 신문하니 과연 자신이 한 행동을 자복하였다.
수령은 자신의 아내가 세 가지로 분별해냈다는 것이 의심스러워 부인에게 그 연유를 물었다. 부인은 웃으며 대답하였다.
“혼인을 할 때 당신은 나이가 젊었던 까닭에 송곳으로 찌르는 듯했지요. 중년에 이르러서는 방망이로 찧는 듯했고요. 그리고 지금은 노경에 이르러 그 일을 할 때는 마치 삶은 가지가 들어오는 듯합니다. 이것으로 미루어 알 수 있었을 뿐입니다.”
수령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더라.
☞양둔육옹(兩臀肉癰)
한 늙은 할미가 병이 들어 장차 죽게 되자, 세 딸에게 말했다.
“나는 이제 죽나보다. 만약 영혼이 있다면 내 반드시 너희들을 도우마. 그러니 너희들이 바라는 것을 이야기해보려무나.”
큰딸이 대답하였다.
“남자의 불알은 아무 쓸데가 없는 것이오니, 차라리 그것을 양물에 보태주세요.”
“너는 나이가 어려 사물의 이치를 깨닫지 못했구나. 무릇 저울이 있다 해도 추가 없다면 쓸모가 없는 법이다.”
둘째딸이 말했다.
“남자의 양물을 어떤 때는 움직이기도 하고, 어떤 때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기도 하더군요. 그러니 오랫동안 움직이기만 하고 죽지 않게 해주세요.”
“너 또한 이치를 깨닫지 못했구나. 무릇 활이 있다 해도 팽팽하게만 하고 풀어두지 않으면 그것은 도리어 탄력을 잃어 쓸 수 없게 된단다.”
그러자 막내딸이 말했다.
“제 소원은 두 언니와 다르답니다. 남자의 두 볼기짝에 각각 혹이 나게 한 다음, 일을 벌여 질탕해질 때가 되면 내가 그것을 잡아당겨 힘을 쓰게 해준다면 좋겠어요.”
그러자 할미가 웃으며 말했다.
“너는 가장 묘한 이치를 얻었구나. 네 아비의 두 볼기짝에 그런 물건이 있었다면 내 비록 늙어 죽으면서도 여한이 없었으리라.”
할미는 이를 드러내며 야릇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손으로 강렬하게 잡아당기는 시늉까지 하더라.
☞원득사양물(願得死陽物)
자매가 광주리를 가지고 나물을 캐러 나갔다. 때는 마침 춘삼월로 춘정(春情)이 한창 무르익을 시기였다.
언니는 광주리를 어루만지면서 한탄조로 말했다.
“꿈틀대는 양물이나 한 광주리 얻었으면...”
그러자 동생이 웃으며 대꾸했다.
“죽은 양물 두광주리만 얻었으면...”
언니는 핀잔을 주며 말했다.
“죽은 양물을 어디에 쓰게?”
“죽은 양물이 움직이면 두 광주리면 족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그랬던 거예요.”
말을 들은 언니는 크게 웃었다.
☞원적강남(願適江南)
어느 시골의 나이 먹은 여인에게 딸이 있었는데, 그 딸을 시집보낸 후의 일이다.
신랑이 딸과 일을 벌여 운우(雲雨)의 즐거움이 바야흐로 무르녹았을 때였다. 딸이 신랑에게 말했다.
“이런 상태라면 강남까지도 가겠어요.”
‘배가 고파서 어떻게 거기까지 갈 수 있겠소?“
“어머니께 밥고리(飯古里)를 이고 따라오게 하여 간다면야 어찌 굶주리겠습니까?”
마침 어머니가 벽에 붙어 있다가 그 소리를 듣게 되었다.
다음 날, 어머니가 평소보다 밥을 두 배나 많이 먹었다. 그러자 딸이 괴이하게 여겨 물었다.
“어찌하여 전보다 밥을 많이 드세요?”
“밥고리를 이고 강남까지 가야 하는데, 밥을 적게 먹으면 어떻게 갈 수 있겠느냐?”
▶밥고리(飯古里) : ‘도시락’의 옛말. 飯古里는 이두식 표기. |
☞양통만부(佯痛瞞夫)
어리석은 사내가 영악한 계집을 아내로 맞이하였다. 그는 아내를 매우 사랑했다.
하루는 부인을 친정에 보내기 위해 좁은 산길을 함께 가게 되었다. 때마침 부부는 한 소년이 으슥한 곳에 암말을 세워두고 음란한 짓을 하는 장면을 보았다. 부인은 소년의 양물이 큰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흠모하였다. 그때, 어리석은 사내가 물었다.
“당신은 무슨 짓을 하고 있소?”
“이 말이 배가 아픈 까닭에 약초를 구해 음호에다가 집어넣고 있소.”
잠시 후, 부인은 가만히 계책을 하나 생각해냈다. 그리고는 일부러 말에서 떨어지더니, 마치 거의 죽을 듯한 시늉을 했다. 어리석은 사내는 걱정스러워 울부짖기만 했다. 아내도 울며 말했다.
“나는 지금 복통으로 죽을 것만 같아요. 아까 말이 복통을 일으켰다고 약을 집어넣던 사람을 왜 불러오지 않나요? 사람이나 말이나 매한가지이니 한번 시험이라도 해봐요.”
어리석은 사내는 그 말을 좇아 소년에게 가서 사정사정하여 그를 데리고 왔다. 소년은 손으로 여인의 배를 만져보고 말했다.
“이는 복통이 분명하니, 약을 써서 시험하는 것이 옳소. 그런데 문제는 약을 집어넣으려면 손으로는 할 수 없고, 양물로 밀어 넣어야만 좋아진다는 것이오. 그러니 쉽게 시행할 수가 없소.”
그러자 부인이 급히 말했다.
“꺼리는 게 있다고 해서 약을 쓰지 않을 수는 없잖아요. 그러니 어찌 그것을 피하겠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지체한다면 나는 곧 죽고 말 텐데요.”
어리석은 사내는 그 말을 듣고 곁에서 덩달아 치료해달라고 부탁했다.
소년은 마침내 노끈으로 자신의 양물을 묶더니, 어리석은 사내에게 그 노끈의 끄트머리를 잡고 멀찍이 서 있게 하였다. 그리고 경계의 말을 던졌다.
“절대 노끈을 잡아당기지 마시오. 만약 노끈을 잡아당기면 나 또한 죽게 될 것이오.”
마침내 소년은 무릎을 꿇고 여인의 다리를 들어 자신의 양물을 집어넣은 후 나아가고 물러서기를 무수히 반복했다. 여인은 마음이 혼미하고 정신이 질탕하여 말했다.
“복통이 점점 나아지는구나.”
어리석은 사내는 노끈의 끄트머리를 잡고 멀찌감치 서서 자세히 살펴보다가 말했다.
“당신이 하는 행위가 잠자리에서 하는 모습과 비슷하구려.”
그러자 소년이 거짓으로 화를 내며 말했다.
“당신이 의심하면 나는 약을 넣지 않겠소.”
아내도 꾸짖으며 말했다.
“사람이 죽어가는 판에 좋은 의원을 만났는데 어째서 망령된 말을 해요? 사람을 빨리 죽게 만들려고 그래요?”
어리석은 사내는 몹시 두려워 손을 모아 다시 애걸하였다. 그러자 소년은 다시 지극히 음탕한 짓을 하고 물러갔다.
여인은 매우 좋아 앓는 소리를 내다가 일어나며 말했다.
“그 사람의 약은 정말로 신기한 효험이 있나 봐요. 복통이 조금 멎었네요.”
그리고는 말을 타고 갔다. 몇 리를 더 가다 어리석은 사내가 아내에게 말했다.
‘그놈의 양물에 매었던 노끈을 내가 몇 차례 잡아당겼거든. 그러니 반드시 죽었겠지?“
이에 아내가 꾸짖어 말했다.
“만약 이 말이 새나간다면 당신은 반드시 사람을 죽였다는 죄명을 쓰게 될 거예요. 그러니 집에 가더라도 삼가 헛된 말을 내지 마세요.”
그러자 어리석은 사내가 대답했다.
“내 나이가 적지 않은데 어찌 아이들처럼 가벼이 말을 내겠소?”
☞태취미주(紿取美酒)
옛날에 한 재상의 부인은 질투가 심하여 손님이 오면 반드시 그들이 남편과 하는 말을 몰래 엿들었다. 간혹 여색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부인은 반드시 마음속에 담아두었다가 재상이 술을 내오라고 하면 박주(薄酒)로 대접하곤 하였다.
▶박주(薄酒) : 맛이 좋지 못한 술 |
재상의 친구가 그것을 알고 그 부인을 속여보고자 하여 재상의 집으로 갔다. 그러고는 사람들을 물리치고 소곤대며 말했다. 부인은 그들이 여색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 의심하여 벽에 귀를 대고 엿들었다.
재상의 친구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소문은 들었는가? 이번에 올라온 소장은 자네와 관계된 것이라더군.”
재상이 놀라며 물었다.
“어느 부서에서 무슨 일로 나를 평(評)한단 말인가?”
친구는 더욱 낮은 소리로 말했다.
“자네 부인이 몰래 계집종의 남편과 간통하였다 하여 장차 논쟁이 일어난다고 들었네마는...”
그 소리를 들은 부인이 문을 밀치고 나와 울며 말했다.
“아녀자가 되어 이런 오명을 얻게 되었으니 저는 차라리 자결하고자 하옵니다.”
그러자 친구가 말했다.
“부인께서는 그리하지 마옵소서. 상소가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 어찌 중지시킬 방도가 없겠습니까?”
부인은 이에 내실에 들어가 술과 안주를 성대하게 차려 들여보냈다. 그리고 다시 나와 그 자세한 사연을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친구는 웃으면서 재상을 가리켜 말했다.
“이 친구가 평상시 계집종과 많이 관계하였고, 부인께서는 이 친구와 함께 동침을 하시었습니다. 그런즉 이른바 계집종의 진짜 남편은 바로 이 친구가 아니겠습니까?
부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가며 말했다.
“다른 일로 나를 얽어 술을 얻어먹는 것이 옳거늘, 하필이면 이렇게 흉악한 말로 나를 욕보인답니까?”
“이것은 사실인데, 어찌 감히 욕을 보였다 하십니까?”
부인은 이로부터 다시는 재상의 말을 엿듣지 않았다고 한다.
☞설포만녀(設泡瞞女)
어떤 중이 거주하는 절은 마을과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마을에는 박씨, 김씨, 이씨 성을 가진 부농(富農)이 있었는데, 중은 그 세 명과 더불어 서로 친하게 지내고 왕래도 잦았다.
하루는 중이 세 사람의 아내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제가 세 아주머니를 위해 특별히 두부 요리를 만들 것이니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고 절까지 올라오실 수 있겠습니까?”
세 부인은 모두 허락하고 기약한 날짜에 맞춰 절로 찾아갔다. 그러자 중이 말했다.
“무릇 사찰 음식은 반드시 부처님께 먼저 올린 이후에야 드실 수 있답니다.”
세 부인은 그 말을 좇아 불전에 와서 손을 모으고 절하는 몸짓을 했다. 그러자 중이 말했다.
“비단 절하는 시늉만 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평생 숨겨둔 비밀 중에 다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부처님 앞에 사실대로 아뢰어야만 음식을 드실 수 있습니다. 만약 사실대로 아뢰지 않는다면 반드시 무거운 벌이 내려질 것입니다.”
세 부인은 모두 난처해했다.
중은 불상 뒤에 미시 사미승을 숨겨두고 부처님 말씀처럼 이야기하도록 해두었다.
“너희들이 숨기고 있는 음란한 일들을 나는 이미 알고 있느니라. 그러니 너희들은 사실대로 아뢰고 숨기지 말라.”
중 또한 사실대로 아뢸 것을 재촉하였다. 세 부인은 놀라고 두려워했다.
잠시 후, 박씨의 부인이 먼저 아뢰었다.
“제가 시집가기 전 춘흥(春興)을 이기지 못해 매일 오가던 총각과 더불어 숲에 들어가 간통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그 사실을 알았지만 이를 숨기고 박부자에게 시집을 보냈습니다.”
불상 뒤에 숨어있는 사미승이 대답했다.
“믿을 만하구나.”
김씨의 부인도 말했다.
“제가 처녀 때입니다. 동네 한 남자가 저를 유혹하면서 ‘네가 장성하였으니 미리 예법(禮法)을 연습해야지, 예법을 미리 연습해두지 않고서 어떻게 신혼 첫날밤을 감당할 수 있겠니?’ 하고는 저를 방 안으로 이끌고 가 관계를 맺었습니다. 처음에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으나 매일 연습하다보니 아이까지 낳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이 그 일을 알자 태어난 아이를 매장하고, 저를 김부자에게 시집보냈습니다.”
불상 뒤에 숨어 있는 사미승이 대답했다.
“참으로 그러하구나.”
이씨의 부인도 말했다.
“저는 본디 행실이 나쁜 사람이 아닙니다만, 남편의 친구가 자주 왕래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눈이 맞았고, 또한 사내아이까지 낳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자신의 아들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제 죄가 아니옵고 남편이 친구를 좋아하는 폐해일 뿐입니다.”
불상 뒤에 숨어 있는 사미승이 또 대답했다.
“과연 숨김 없는 사실이구나.”
중은 세 부인에게 말했다.
“부처님의 영험함이 어떠하오?”
그러고는 불상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고 말했다.
“저는 저들의 음탕한 행위들을 모두 저들 남편에게 말하겠습니다.”
그러자 세 부인이 모두 두려워하면서 음식을 맛볼 겨를도 없이 엎드려 애걸하였다. 중은 곧장 세 부인을 이끌고 좁은 방으로 들어가서 차례로 겁탈하였다.
그 후 중은 세 부인과 돌아가면서 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부인들에게 쌀까지 얻어내 사미승과 함께 며칠 동안 배불리 먹었다고 하더라.
☞송이접신(松栮接神)
한 과부가 계집종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그 계집종도 지아비를 잃어 서로 홀로 사는 처지였다.
과부가 계집종에게 물었다.
“너는 천인(賤人)인데 어찌하여 개가하지 않느냐?”
“주인께서 홀로 사는데 소인이 어찌 지아비를 탐내 홀로 즐거움을 누리겠습니까? 종신토록 개가를 하지 않겠습니다.”
과부는 계집종의 정절을 가상히 여겼다.
때는 마침 중추절이라 마을에 송이버섯을 파는 장사치가 지나갔다. 과부는 계집종에게 길고 큰 송이버섯 서너 개를 골라 가져와보라고 하였다. 계집종이 버섯 몇 개를 가져와서 보니, 그 모양이 마치 남자의 양물과 비슷했다. 그것을 보고 과부가 말했다.
‘이 송이버섯은 참으로 크구나. 너는 가서 값을 따지지 말고 사오너라.“
계집종은 즉시 송이버섯을 사서 돌아왔다. 그리고는 춘정을 이지지 못해 이 버섯 저 버섯으로 장난을 쳤다. 마치 남녀가 관계하는 것과 같아, 그 맛이 참으로 좋았다. 두 사람은 버섯을 시렁 위에 놓아두고 기를 덕거동(德巨動)이라 불렀다. 그리고 심심할 때마다 이 송이 저 송이로 음탕한 장난을 쳤다.
하루는 또 체를 파는 장사치가 ‘집 안에 크고 작은 체가 있으면 모두 고치시오’라고 외치며 지나가자, 과부와 계집종은 체를 내주어 고치게 하고는 안으로 들어와 또 장난을 벌였다. 송이버섯은 두 과부의 정이로 인해 신(神)이 붙었다. 그런 까닭에 ‘덕거동’이라는 세 자만 부르면, 송이버섯이 급히 뛰어 내려와 행동하였다. 이때도 체장수가 밖에 있었는데, 과부와 계집종은 덕거동을 불러 음란한 행위를 하고 있었다.
체장수는 계집종이 맡긴 일을 모두 끝냈지만 계집종은 오랫동안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이에 체장수는 혼자 ‘안에서 아까 덕거동을 부르는 소리가 있던데, 덕거동이 곧 계집종의 이름이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큰 소리를 내어 “덕거동은 빨리 나오라!”하고 외쳤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홀연 한 물건이 튀어나오더니 체장수를 엎어뜨린 후 곧바로 뒤쪽을 찔렀다. 그 아픔은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체장수는 너무나 놀라 체 고친 값도 받지 않고, 곧바로 몸만 빼서 달아났다.
그 뒤, 체장수는 우연히 동료 장수를 만나 그때의 곡절을 말해주었다. 그러나 동료 장수는 믿으려 하지 않았다.“자네의 말은 허황되고 미친 말일세. 어찌 그럴 리가 있겠나?”
“만약 믿지 못하겠거든 그 집에 가서 체 고친 값을 자네가 받아서 쓰게. 그래도 내 다른 말을 하지 않겠네.”
그 동료 장수는 곧바로 과부의 집에 가서 덕거동을 불렀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홀연 한 물건이 튀어나와 동료 상인을 엎어뜨리고는 곧바로 방망이 같은 물건으로 상인의 항문을 찌르는 것이었다. 동료 장수는 너무 놀라 큰 소리로 “사람 살려!”를 외쳐댔다. 체장수는 멀찌감치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다 비웃으며 말했다.
“만약 그것이 맹독과 같은 것이 아니었다면 내가 어찌 체 고친 값을 네게 양도했겠느냐?”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다.
☞명제석죄(命製釋罪)
한 나그네가 산골짜기를 지나다가 길에서 한 중을 보았다. 그 중은 수풀 속에 몸을 숨긴 채 자신의 양물을 희롱하고 있었다. 중은 흥이 무르녹아 나그네가 온 것도 깨닫지 못했다.
나그네는 마음속으로 그를 비웃으며 말을 세우고 물었다.
“너는 무슨 짓을 하느냐?”
중은 매우 부끄러워 합장하고 땅에 엎드렸다.
“밝은 대낮에 길가에서 이처럼 음란한 짓을 하니 네 죄를 용서할 수 없도다.”
중은 대답할 말도 찾지 못하고 그저 빌 뿐이었다. 그러자 나그네가 말했다.
“네가 한 짓을 시제(詩題)로 삼아 한 편의 시를 짓는다면 네 죄를 용서하리라.”
“소승은 문장이 짧으니 글자나 모아서 바치겠습니다.”
“그리하라.”
중은 즉시 입으로 읊기 시작했다.
四顧無人處 사방 아무도 없는 곳에서
脫袴到脚邊 바지를 벗어 다리까지 내리고
玉妓心中憶 옥같은 기생을 마음속에 그리며
朱柱拳中穿 붉은 기둥이 주먹가운데를 뚫으니
圈圈精墮地 방울방울 정액은 땅에 떨어지고
童童日上天 동동 해는 하늘로 오르거늘
郎得何許罪 사나이는 어찌하여 죄를 얻고자
空受數千拳 공연히 주먹을 수천 번 놀렸네.
그러자 나그네는 웃으며 말했다.
“그 형용(形容)을 잘도 드러냈도다. 족히 죄를 용서할 만하구나.”
번역본 출처 : 조선후기 성소화선집(김준형 옮김, 2010,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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