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뿌리

옛날이야기 28 - 기문(奇聞) 1

從心所欲 2020. 8. 24. 22:23

「기문(奇聞)」은 19세기 말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패설집이다. 편찬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기문」은 동물 우언(寓言)과 성 이야기가 다수를 차지한다. 「기문」에 실린 총 66편의 이야기 중, 성에 관련된 이야기가 38편이다.

 

 

☞교토탈화(狡兎脫禍)

 

옛날에 수토끼 한 마리가 곰의 굴에 들어갔는데, 어미 곰은 밖에 나가고 새끼 곰만 있었다. 토끼가 새끼 곰에게 말했다.

“네 어미가 있었다면 내가 마땅히 그 음문에 한번 흘레라도 했을 텐데.........마침 네 어미가 없는 것이 한탄스럽고 애석하구나.”

어미 곰이 돌아오자 새끼 곰은 토끼가 한 말을 그대로 전했다. 그러자 어미 곰이 화를 내며 말했다.

“호랑이는 산군(山君)이로되, 세상의 수많은 영웅들은 그래도 내가 먼저고 호랑이는 나중이라 하지. 하물며 쇠 입[鐵口]에 긴 수염을 가진 괴상하게 생긴 토끼가 감히 나를 욕보이다니. 만약 다시 온다면 내 마땅히 그놈을 잡아 한입에 삼켜버리리라.”

그리고는 어미 곰은 숲 속에 몸을 숨겼다. 이윽고 토끼가 지나다가 다시 그 굴에 와서는 새끼 곰에게 전과 같은 말을 했다. 그때 숨어있던 어미 곰이 즉시 튀어나오자, 토끼는 깜짝 놀라 달아났다.

몸이 작은 토끼는 우거진 나무 사이로 들어갔다. 어미 곰도 토끼를 쫓아갔지만 워낙 몸이 커서 우거진 나무 사이를 뚫지 못하고, 오히려 칡과 등나무 덩굴에 끼이고 말았다. 그러자 토끼가 되돌아와 어미 곰 뒤로 가서 겁간을 하고 달아나며 말했다.

“이래도 내가 네 지아비가 아니더냐?”

그때 마침 하늘을 돌며 날던 큰 수리가 토끼를 낚아채어 멀리멀리 날아갔다. 그러자 곰이 머리를 들어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은 지금 어디로 가시나요?”

그러자 토끼가 대답했다.

“상제(上帝)께서 나를 약에 쓰려고 수리를 보내 맞이하는 것이라네. 그래서 내가 수리를 따라가는 것이지.”

수리는 두려우면서도 화가 나서 말했다.

“내가 너를 잡아먹는다 해도 배에 차지 않겠지. 그렇다면 차라리 너를 풀 한 포기 없는 섬에 던져버려 굶어 죽게 하리라.”

수리는 모래섬에다 토끼를 던져버렸다.

토끼는 모래섬에 떨어진 후 오랫동안 굶주려 장차 굶어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마침 별주부(鼈主簿)란 놈이 물결 위에서 노닐고 있는 것이 보였다. 토끼는 별주부의 화를 돋우려고 따지듯이 말했다.

“외로운 놈. 친척도 없는 자라가 어찌하여 여기에 있느냐?”

“물고기와 자라는 모두 내 친족으로, 이들이 바다를 모두 덮는다면 바다가 오히려 좁을 게다. 그런데 어찌하여 내가 외롭다고 하느냐?”

‘네가 정말 그들을 모두 불러 바다를 메울 수 있다고?“그러자 별주부가 그의 무리들을 불러 바다를 차례로 덮게 하였다.

“그렇다면 내 마땅히 수가 얼마나 되는지 세어보겠다.”

그러면서 토끼는 자라의 등 위로 뛰어올라 차례차례 걸음을 옮겼다.

“한 자라, 두 자라.........천 자라........만 자라.....”

물가에 이르자 토끼는 육지로 뛰어오르면서 말했다.

“넘어가는 자라!”

그렇게 의기양양해서 가던 토끼는 갑자기 시골 사람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들었는데, 거기에서 빠져나올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때마침 붉은 머리를 한 쉬파리가 토끼의 눈자위에 와서 앉았다. 토끼는 또 쉬파리를 격돌시키려고 말했다.

“너는 자손도 없으면서 어찌 감히 내게 오느냐?”

그러자 쉬파리가 화를 내며 말했다.

“내 자손은 거재두량(車載斗量)해서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다!”

토끼는 놀라는 척하며 말했다.

“네 자손이 그렇게 많다한들, 불러 모아서 내 몸의 털 하나마다 알 하나씩 낳게 할 수 있을까?”

쉬파리는 즉시 앵앵거리며 소리를 냈다. 그러자 다른 쉬파리들이 무더기로 모여들더니, 토끼의 털에 알을 낳기 시작하여 마침내 구더기가 온몸에 가득해졌다. 그런 상태에서 토끼는 숨도 쉬지 않고 거짓으로 죽은 척했다. 그때, 그물을 걷는 사람이 와서 보고는 탄식하며 말했다.

“그물에 걸린 지 오래되었구나. 썩어서 구더기까지 생겼으니.....이를 장차 어디다 쓰리오?”

그러고는 산 구릉에 던져버렸다. 토끼는 뛰어 달아나며 말했다.

“달리는 자라가 마침내 죽음을 면했네.”

토끼는 처음에 자라로 인하여 목숨을 건졌던 까닭에 또한 기쁨이 지극해지자 자기 스스로를 자라라고 칭했던 것이다. 자라는 곧 별(鼈)의 속명이다.

▶거재두량(車載斗量) : 수레에 싣고 말(斗)로 될 만큼 양이 많음.

 

 

☞박호취처(搏虎娶妻)

 

옛날에 한 부자가 산 아래에 좋은 밭 백여 이랑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밭을 새로 개간하려 할 때마다 불현듯 사나운 호랑이가 나타나 일하는 사람들을 잡아먹었다. 그래서 누구도 감히 그 밭을 개간하려 들지 않았다. 부자는 밭이 황폐해지는 것을 아까워하며 말했다.“저 큰 호랑이를 제압하는 자가 있으면 내 딸을 아내로 주겠노라.”

그러자 한 역사(力士)가 나섰다.

역사가 밭에 와서 쟁기를 잡고 막 밭을 갈려고 할 때, 갑자기 사나운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면서 나타나더니 아가리를 벌리고 곧바로 역사에게 내달려왔다. 그러자 역사는 손으로 호랑이의 허리를 부러뜨려 산 귀퉁이에 던져버렸다.

호랑이는 산 아래로 숨어들었으나 앓는 소리는 멀리까지 들렸다. 여우가 호랑이를 찾아와 물었다.

“숙부님은 왜 이렇게 아파하십니까?”

“내기 밭가는 몸을 잡아먹은 지 여러 해가 되었었는데, 오늘은 갑작스레 한 놈에게 잡혀 허리뼈를 다쳐서 그렇다네.”

“우리 숙부님은 평소 산군(山君)이라 칭하며 온갖 짐승들에게 위엄을 펼치시더니 어쩌다가 시골의 어린놈에게 잡혀 허리가 부러지셨는지요? 제가 숙부님의 원수를 갚겠습니다.”

여우는 요염한 계집으로 변신하여 역사에게 알랑거렸다. 그러나 역사는 그가 요물임을 알아차리고서 주먹으로 후려쳐 여우의 뒷다리를 부러뜨려버렸다. 여우는 절뚝거리면서 호랑이 곁으로 달아났지만, 그 고통은 참을 수가 없었다.

이때 등에 한 마리가 호랑이와 여우 앞으로 날아와 말했다.

“두 분이 촌놈 하나를 당해내지 못하고 몸을 상하셨다고요. 그 사실을 다른 짐승들이 알아서는 안 됩니다. 제가 마땅히 날카로운 침으로 그의 머리를 물어뜯어서 피를 내고 말라죽게 하여 두 분의 원수를 갚겠습니다.”

마침내 등에가 날아가 역사의 머리에 붙어 살갗을 물어뜯었다. 그러나 피가 나오기도 전에 역사는 손으로 등에를 잡고는 풀대를 꺾어 그 뒤꽁무니에 찌르고 놓아주었다. 등에 또한 호랑이와 여우 곁에 와서 마찬가지로 앓는 소리를 내는데, 스스로 멈출 수가 없었다.

한참 후에 부자는 그의 딸에게 역사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살펴보고 오도록 했다. 딸은 술과 음식을 갖추어 역사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역사가 말했다.

“내가 호랑이를 제압하고 밭도 갈았으니 이제 당신은 내 아내요.”

그러고는 밭 가운데서 관계를 맺었다.

호랑이는 역사가 여자의 허리를 껴안는 것을 보고 말했다.

“반드시 허리가 부러질 거야.”

여우는 역사가 다리를 들어 올리는 것을 보고 말했다.

“반드시 다리가 부러질 거야.”

등에는 역사의 양물이 삽입되는 것을 보고 말했다.

“반드시 뒤꽁무니에 풀대가 꽂힐 거야.”

두 짐승과 벌레 한 마리는 모두 자신이 당한 곤경에 비추어 말한 것이다.

 

 

☞마천현인(麻篅眩人)

 

한 소년이 오쟁이에 마(麻) 종자를 짊어지고 시냇가를 건널 때였다. 맞은편 언덕을 바라보니 한 사내가 아내와 함게 김을 매고 있었다. 소년은 그녀를 겁간하고자 했다. 이에 멀리서 사내와 그의 아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며 큰 소리로 꾸짖었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백주 대낮에 일을 벌이고 있느냐?”

사내는 몹시 해괴하여 물을 건너오며 따졌다.

“너는 미친놈이구나. 어찌하여 내가 백주 대낮에 일을 벌인다고 말하느냐?”“네가 누굴 속이려고 하느냐?”

“너는 도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이처럼 허무맹랑한 말을 지어내느냐?”

“내가 분명히 보았는데!....옛사람이 말하기를 ‘마를 먹은 자는 혼미해진다’고 했는데, 내가 마침 마 종자를 담은 오쟁이를 짊어져 눈이 어지러워진 것인가? 당신은 시험 삼아 내가 짊어진 것을 대신 지고 여기에서 한번 봐보구려. 나는 당신의 아내와 함께 건너편 언덕에 있을 것이오. 그러면 당신에게 보이는 것이 내가 본 것과 반드시 같을 것이오.”

‘그렇게 해봅시다.“

소년은 짊어진 것을 풀어 사내에게 준 다음 그것을 짊어지고 시냇가에 서 있도록 했다. 소년은 그의 아내를 이끌고 건너편 언덕에 가서 마음대로 겁간한 후 다시 돌아와 사내에게 물었다.

“당신이 본 것이 어떠하였소?”

“당신의 말이 과연 허무맹랑하지 않았소. 나는 오늘 비로소 마를 담은 오쟁이가 사람의 눈과 귀를 어지럽힌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구려.”

이 말을 듣는 사람은 몰래 웃었다.

▶오쟁이 : 곡식을 담기 위해 짚으로 엮어 만든 섬

 

 

☞양열공천(佯裂孔穿)

 

혼례식을 마친 날 밤, 신랑은 신부가 이미 다른 사람을 경험한 적이 있는지를 의심하였다. 그래서 신부의 실초를 받아내려고 손으로 신부의 음호를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이 구멍은 심히 좁으니 칼끝으로 찢은 후에라야만 양물을 집어넣을 수 있겠소.”

그러고는 지니고 다니는 칼을 빼서 거짓으로 찢어내려는 시늉을 하였다. 그러자 신보는 매우 두려워 급히 소리쳤다.

“건너편에 사는 김좌수댁 막내아들은 평소에 찢는다는 말을 하지 않고도 잘 집어넣었어요. 그래도 구멍이 좁다는 말은 하지 않던데요.....”

 

 

☞군시양의(君是良醫)

 

한 과부가 강릉 기생 매월(梅月)과 이웃하여 살았다. 매월은 명창이면서 용모 또한 아름다워 그 명성이 널리 퍼져있었다. 그래서 귀공자들과 재주 있는 소년들이 다투어 매월의 집 문 앞에 모여들었다.

때는 여름이었다. 하루는 매월의 집이 조용하여, 인기척도 없었다. 과부는 이상히 여겨 창문틈새로 그 집을 엿보았다. 그랬더니 한 소년이 바지와 적삼을 모두 벗고 매월과 관계를 맺는데, 둘은 서로의 가는 허리를 껴안은 채 동서도 분간하지 못하고 있었다. 소년은 손으로 매월의 두 다리를 들어 올려 커다란 양물을 자못 절도 있게 나아갔다 물러났다 하며 그 음흉한 곳을 범하고 있었다. 기생의 갖가지 교태와 장부의 음탕한 몸짓은 과부 평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소년의 거대한 양물을 보고 갑자기 음탕한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난 과부는 스스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음문을 어루만지면서 코로는 달콤한 소리를 냈다. 이렇게 잇따라 십여 차례를 하다 보니 말이 목구멍에 막혀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되었다. 그저 “흐응!”하는 음탕한 소리만 나올 뿐이었다.

때마침 이웃에 사는 할미가 과부의 집에 왔다가 그 모양을 보고 과부를 부축하여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까닭을 물었지만, 과부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입에서는 “흐응!”하는 음탕한 소리만 낼 뿐 말은 전혀 통할 수가 없었다.

할미는 마음속으로 반드시 무슨 곡절이 있으리라 여기고 말을 꺼냈다.

“색시가 만약 말로 할 수 없다면 글자로 곡절을 써서 내게 보여주는 게 좋을 듯하네.”

과부는 자초지종을 하나하나 써서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할미가 보고 웃으며 말했다.

“상말에 이런 말이 있지. ‘그것 때문에 생긴 병은 그 짓을 해야만 낫는다’고. 그러니 어떠한 처방도 건장한 장부를 얻어 그것을 치료하는 것만 못할 듯하네.”

할미는 곧장 과부에게 합당한 사람을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서른 살이 되었는데도 집이 가난하여 아직 부인을 얻지 못한 우생(禹生)이 떠올랐다. 할미는 같은 마을에 사는 우생의 집에 찾아가 말을 붙였다.

‘아무개의 집에 이러이러한 일이 있는데, 당신이 능히 치료할 수 있겠수? 그렇게 한다면 당신은 없던 아내가 생기는 것이고, 그 여인도 없던 지아비가 생기게 되오. 이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남는 장사지요.“

우생은 매우 기뻐하며 그 말을 좇았다. 즉시 그 집으로 달려 들어갔더니, 과부는 그를 방 안으로 맞아들였다. 우생은 곧바로 옷을 벗고 촛불 아래서 알몸이 되었다. 그리고는 먼저 두 다리를 들어 올려 과부의 음문을 애무했다. 한 번 양물이 나아간 후로는 그 마음속에 있는 애틋한 정까지 모두 다 나누었다. 그랬더니 음탕한 물이 샘처럼 솟아나 이부자리를 모두 적셨다. 과부는 팔짝 일어나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 좋은 의원이네요!”

두 사람은 부부가 되어 잇따라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두고 해로하며 잘살았다고 한다.

 

 

☞궐서하재(闕書荷在)

 

옛날에 한 신랑이 방사(房事)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의 장인은 항상 그것을 민망히 여겼다. 그러자 신랑의 처남이 장인에게 말했다.

“제가 신랑에게 남녀 간에 관계 맺는 방법을 가르쳐주어도 괜찮겠습니까?”

장인이 허락하자 처남이 신랑에게 말했다.

“내게 <동방편(洞房篇)>이라는 글이 있는데, 창밖에 서서 그것을 읽을 테니 자네는 그대로 행하시게.”

신랑은 그 말에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 처남은 방 밖에서 큰 소리로 읽었다.

“옷을 벗어라.(脫衣!)”

신랑이 그 말대로 따랐다.

“요위에 엎드려라.(臥褥!)”

“두 무릎을 세워라(擧兩脚!)”

신랑이 그 말대로 하자, 처남이 다시 외쳤다.

“음혈에 양물을 집어넣어라.(陰穴納鳥!)”

그러자 신랑은 그 말을 알지 못해 나지막이 물었다.

“음혈이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배꼽 아래에서 세 치 되는 곳으로, 항문에 이르지 아니한 곳에 도끼로 찍어놓은 듯한 구멍이 있어 질퍽할 것이네. 거기에 양물을 넣게.”

신랑은 그 말에 따라 그 구멍을 어루만지면서 또다시 물었다.

‘양물을 집어넣은 후에는 과연 어찌합니까?“

처남이 다시 말했다.

“나아가고 물러감을 규칙적으로 하라.(進退有節!)”

그러자 신랑은 매우 즐거워하며 말했다.

“번거롭게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또한 이제는 오묘한 이치를 깨달았습니다.”

다음 날 신부가 자기 오빠에게 물었다.

“어젯밤에 읽은 구절은 어느 책에 나온 것입니까?”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그 책은 『고문진보(古文眞寶)』 뒷장에 있는 거란다.”

▶고문진보(古文眞寶) : 송나라 말기의 학자 황견(黃堅)이 편찬한 시문선집.  실제 <동방편(洞房篇)>이라는 글은 없는 것으로, 순진무구한 동생의 묻는 말에 오빠가 책의 뒷장에 있다고 둘러댄 것이다.

 

 

☞이차환거(以此鱞居)

 

옛날에 한 재상이 있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양물이 매우 작아 십여 세 아이의 것과 같았다. 그의 부인은 모든 남자의 양물이 그와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때마침 임금님의 거동이 있어 부인은 길가 누각에 올라서서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 군졸이 누각 아래를 향해 오줌 싸는 것을 보았는데, 그 양물이 매우 단단하고 컸다. 부인은 그것을 보고 매우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집에 돌아오자, 부인은 재상을 보고 말했다.

“제가 오늘 우스운 일을 보았습니다. 그렇지만 부인이 즐겨 말할 내용은 아닙니다.”

재상이 억지로 그 일을 물으니, 부인은 그제야 말을 꺼냈다.

“제가 오늘 오줌 싸는 한 군졸을 보았사온데, 그의 양물이 길고도 컸습니다.”

그러자 재상이 물었다.

“혹시 얼굴이 검고, 머리는 누르스름하며, 신체가 몹시 큰 군졸이 아니었소?”

재상이 말한 모습은 대부분의 군졸이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부인이 “과연 그러했습니다.”고 대답하자, 재상은 손뼉을 치며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 사람은 그 병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홀로 살게 되었다지. 그 때문에 세상에서 유명해진 사람이라오.”

듣는 사람들은 모두 남몰래 키득거리며 웃더라.

 

 

 

번역본 출처 : 조선후기 성소화선집(김준형 옮김, 2010,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