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뿌리

옛날이야기 34 - 교수잡사(攪睡襍史) 4

從心所欲 2020. 8. 31. 06:45

☞탐대반소(貪大反小)

 

한 갖바치의 아내는 몹시 예뻤다. 이웃에 사는 사람은 그녀를 어떻게 해보려고 했지만, 그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몰랐다. 그래서 그녀의 욕망을 움직일 계책을 생각해냈다.

▶갖바치 : 가죽신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하던 사람.

어느 날 그는 갖바치의 집으로 갔다. 갖바치는 윗방에서 신발을 만들고 있었고, 그의 아내는 건넌방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갖바치는 그에게 왜 왔는지를 물었다.

이웃 사람이 말을 꺼냈다.

“부탁할 일이 있는데, 그 사연을 말하려 하니 몹시 부끄럽네.”

“당신과 나 둘 뿐인데, 무슨 부끄러운 말인들 못 하겠습니까? 그저 말씀이나 해보십시오.”

“내 양물이 몹시 큰 편이네. 그래서 걸어 다니다보면 거치적거려 불편할 때가 많다네. 사슴 가죽으로 갑(匣)을 만들어 양물을 담은 후에 끈으로 허리띠에다 매어놓으면 좋은 것 같아 그러는데, 자네가 갑 하나 만들어줄 수 있겠나?”

“표본을 내어 보여주신다면 마땅히 만들어드립지요.”

이웃 사람은 곧바로 돌아앉아 바지춤을 풀고 표본을 꺼냈다. 갖바치가 그것을 보니, 몸체는 둥글어 몇 번 움켜쥘 수 있을 정도였고, 길이는 반 자 정도 되었다.

갖바치는 놀라 말했다.

“말의 양물보다도 작지 않으니 참으로 놀랍군요.”

“오히려 작은 편에 해당하니 만들 때는 표본보다 조금 더 크게 해도 무방할 것이네.”

갖바치의 아내가 이 말을 하나하나 엿듣고는 사랑하는 마음에 견딜 수가 없었다. 마음속으로는 내가 바라던 것이라고까지 생각하였다. 그때 갖바치자 이웃 사람에게 말했다.

“내가 집에 있을 때 즉시 말씀하신 대로 만들어서 가죽 궤짝 속에 넣어두겠습니다. 만냑 내가 집에 없더라도 집사람에게 말해 찾아 가십시오.”

며칠 후, 이웃 사람은 갖바치가 없는 밤을 틈타서 갖바치의 집으로 가 그를 불렀다. 갖바치 대신 그의 아내가 응답했다.

“밖에 나가고 집에 없는데요.”

“내가 부탁해둔 물건이 있는데, 자기가 집에 없더라도 알아서 찾아가라고 말을 해두었네. 물건은 만들어두었는지 모르겠어서 심히 걱정이 되는구먼.”

“이미 만들어두었는데, 가죽 궤짝 속에 있답니다. 들어오셔서 가지고 가십시오.”

이웃 사람은 이내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갖바치의 아내는 눈길을 주며 은근한 정을 보냈다. 이웃 사람은 이미 여인의 마음이 움직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그녀를 껴안고 관계를 맺었다.

두 사람이 한창 일을 벌일 때였다. 이웃 사람의 양물은 오히려 갖바치의 그것보다도 작았다. 여인은 자기가 이웃 사람의 꾀에 빠져들었음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부득이 잠시 관계를 맺고 한탄하며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이웃 사람이 다시 그 집에 오니, 갖바치가 물었다.

‘가죽 갑은 어제 이미 찾아가셨다고 하더군요. 크거나 작지는 않습니까?“

“약간 작은 듯하네만, 그런대로 쓸 만은 하네.”

갖바치의 아내는 건넌방에 있다가 이 말을 듣고는 눈을 찡그리고 입술을 씰룩씰룩하며 말했다.

“저와 같은 양물이라면 삼백 개는 들어가겠구먼. 갑에는 자기 머리라도 완전히 들어가겠는데, 어찌하여 작다고 말을 하는지, 내 참.”

이 말은 곧 작은 것에 속았음을 한탄하면서 내뱉은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 모두 포복절도하더라.

 

[최재순화백 <겨울이야기> 50 x 90cm]

 

☞급지선변(急智善變)

 

생원이 한 계집종을 눈여겨보았지만, 항상 그 지아비가 집에 있는 것을 꺼렸다. 그래서 생각이 날 때마다, 심부름을 핑계로 계집종의 남편을 내보냈다. 그리고 틈을 봐서 계집종을 간음하였다. 계집종의 남편도 이를 알고 있었지만, 그저 시새움만 내며 한탄할 뿐이었다.

어느 날 황혼 무렵, 생원은 또 계집종의 남편을 불러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 가서 편지를 전해주라는 심부름을 시켰다. 계집종의 남편은 생원의 계책을 알고, 밖으로 나와 아내에게 말했다.

“생원님이 내게 아무개 댁에 편지를 전달하라고 하네. 그런데 나는 지금 복통 때문에 가기가 어렵네. 자네가 나를 대신해서 그 편지를 전달해주구려.”

계집종은 편지를 가지고 갔다. 계집종의 남편은 도로 방에 들어와서 불을 끄고 누웠다.

생원은 계집종의 남편이 이미 멀리 갔고, 계집종이 홀로 방 안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몰래 계집종의 방으로 들어갔다. 칠흑같이 깜깜한 방에서 생원은 더듬더듬 계집종을 찾았다. 그러다가 손이 계집종의 남편 몸에 닿았다. 계집종의 남편은 그가 생원임을 짐작하고, 급히 일어나서 큰 소리로 말했다.

“어떤 놈이 이 캄캄한 밤에 남의 방에 들어왔느냐? 뭘 훔치려고?”

생원은 계집종의 남편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않고 있다가 갑작스레 당한 일에 적잖이 놀랐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진정하고 큰 소리로 계집종의 남편을 꾸짖었다.

“내가 네게 편지를 전하라고 했는데, 너는 어찌하여 감히 네 아내를 대신 보내놓고 방 안에 편히 누워 있느냐? 나를 속이고자 했느냐? 내 이미 이럴 줄 알고 일부러 와본 것인데, 과연 발각이 되었구나. 너 같은 놈은 마땅히 엄히 징벌하리라.”

이에 생원은 손으로 계집종의 남편을 잡아채서 발을 들어 마구잡이로 찼다. 계집종의 남편은 생원이 자신의 허물을 숨기기 위해 꾸며대는 것임을 분명히 알았지만, 생원의 사리 또한 분명하였다. 계집종의 남편은 자신이 꾸며댄 계교로 인하여 오히려 자신이 변변치 못한 상황에 몰렸음을 깨달았다.

계집종의 남편은 그저 애걸할 수밖에 없었다.

“소인이 마침 복통 때문에 부득이 아내를 대신 보냈던 것뿐입니다. 생원님은 불쌍히 여겨 그 죄를 용서해주십시오.”

생원은 계집종의 남편을 꾸짖어 말했다.

“이번만은 십분 용서하겠지만, 이후로 다시 이러한 일이 있으면 죽어도 죄가 남을 줄 알아라.”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생원의 임기응변을 칭찬했다.

 

 

☞별기조곡(別妓祖哭)

 

어떤 감사(監司)가 한 기생에게 빠져 몹시 사랑하였다.

그러다 감사의 임기가 다하여 떠날 때, 수청을 들었던 기생들은 모두 한 참(站)까지 따라 나와 감사가 탄 가마 앞에서 하직 인사를 드렸다.

▶참(站) : 역(驛), 역마을

감사는 이별의 아픔이 마치 칼로 도려내는 것만 같았다.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할 정도였다.

급창(及唱)이 가마 옆에 서 있다가 그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비웃으며 말을 꺼냈다.

▶급창(及唱) : 조선 시대에, 관아에 속하여 원의 명령을 간접으로 받아 큰 소리로 전달하는 일을 맡아보던 사내종.

“사또께서는 어찌하여 통곡을 하십니까?”

감사는 딱히 뭐라고 대답할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길가에 있는 무덤 하나가 보이기에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 무덤은 내 먼 조상의 산소라네. 그래서 이곳을 지날 때마다 슬픔을 금할 수가 없어 자연히 그리되었네.“

“사또께서 무엇을 잘못 알고 계신 게 아닙니까? 저것은 소인과 같이 관아에서 일했던 도방자(都房子)의 무덤인뎁쇼.”

감사는 머리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도방자(都房子) : 각 지방 관아에 딸려 심부름하던 남자 하인들인 방자의 우두머리.

 

 

☞음양수장(陰陽隨長)

 

직장(直長)으로 불리는 어느 집의 주인이 있었다.

▶직장(直長) : 조선시대 각 관아에 두었던 종7품 관직으로, 주로 궁궐 내의 재정, 물품담당아문에 배치되어 전곡, 비품 등의 출납실무를 담당하였다.

그는 종종 자신의 집에 오는 참기를 장수 여인을 보고 항상 어떻게 해보고자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집이 텅 비어 있는데, 그 여자 장수가 또 왔다. 직장은 좋은 말로 그녀를 꾀어 손을 이끌고 방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막 일을 시작하는데, 직장의 양물이 커서 마치 목침(木枕) 같았다.

▶목침(木枕) : 나무로 만든 베개. 시원한 느낌을 주어 여름철에 자주 이용되었다.

참기름 장수는 도저히 대적할 수가 없었다. 한번 큰 액운을 만난 참기름 장수는 즐거움을 모두 나누지도 못하고 몸을 빼 달아났다. 돌아와서 보니 음호는 찢어졌고, 아픔은 참아낼 수가 없었다. 그 바람에 며칠 동안 조리만 해야 했다.

그 후 참기름 장수는 다시 그 집을 드나들었는데, 항상 그 집 여주인만 보면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여주인은 이상히 여겨 참기름 장수에게 물었다.

“요즘 나만 보면 웃음을 터뜨리는데, 왜 그러시오?”

“내 마땅히 사실대로 아뢰겠사오니, 죄를 묻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지난번에 직장님께서 아무도 없는 때를 타서 나를 유혹하여 잠자리에 들게 되었습니다. 거절해도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했습니다. 그런데 직장님의 양물 크기가 고금(古今)에 없는 것인지라, 감당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즐거움을 누리지도 못한 채 제 아랫도리는 심한 상처를 입고 말았습지요. 그 후 말루하(抹樓下)님을 볼 때마다 그 일이 떠올라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도 깨닫지 못했습니다. 말루하님은 정말 어떻게 그것을 감당해내시는지요?”

▶말루하(抹樓下) : 귀인의 아내를 존대하여 이르는 말. ‘마누라’라는 말의 어원으로 보기도 한다.

여주인은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알지 못하리라! 우리는 열네댓 살에 서로 만나서, 둘의 작은 음양(陰陽)으로 관계를 맺었소. 그러던 중 알지 못하는 사이에 양물은 점점 자라났고, 음호도 그에 따라 점점 커졌지. 그래서 자연히 평상시처럼 지낼 수 있는 거라네. 지금은 도리어 넓어서 남는 때도 있다네.”

참기름 장수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이치가 과연 그럴듯하네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서로 만나 지금까지 흡족하게 지내지 못한 것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포복절도하지 않는 사람이 없더라.

 

[최재순 화백 작품]

 

☞혜녀탈루(慧女脫累)

 

예전에 서울에 사는 한 양반이 있었다. 그는 늙도록 이룬 것이 없었다. 집안은 가난하여 보존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떠돌아다니다가 호남까지 흘러내려와 살면서, 그 고을 아전의 아이들을 상대로 훈장 노릇을 하며 삶을 꾸려나갔다.

사오 년이 지나서 생원은 늙어 죽고, 그의 아내와 아직 시집가지 않은 열여덟 살 된 딸만 남게 되었다. 이웃에 사는 양반은 그녀가 어질고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사람을 보내 혼사를 정하고 예를 행하고자 하였다.

근처에 그 고을 이방(吏房)의 아들이 있었다. 그는 관아에서 통인(通引)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역시 생원에게 배운 학동이었다.

▶통인(通引) : 조선 시대에 지방 관아에서 수령(守令)의 잔심부름을 하던 구실아치

통인은 홀연 생원의 집에 와서 계집종에게 말했다.

“네 집 아기씨는 내가 여기에서 공부할 때 나와 여러 차례 간통을 하였다. 그런데 오늘 아무 곳에 혼사를 정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미 내게 몸을 허락하고서 어찌 다른 곳에 시집을 간단 말이냐? 이 말을 말루하님께 아뢰도록 해라.”

계집종은 즉시 처녀의 어머니에게 이 말을 전했다.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혼비백산하여 얼굴이 흙빛이 되어 딸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처녀는 태연하게 말했다.

“저놈이 내가 못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나봅니다. 그리고 내가 아버지도 없는 연약한 여자라는 점을 이용하여 이런 불측한 흉계를 낸 것이옵니다. 많은 말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저놈과 내가 서로 따지는 것보다 관아에 소장을 내어 원한을 푸는 것이 나을 듯합니다.”

처녀는 곧바로 가마를 타고 관아에 들어가 탄원서를 냈다. 수령은 놀랍고도 괴이했으나 그것을 밝히기는 어려웠다. 잠시 동안 묵묵히 있다가 이내 통인을 불러 물었다.

“네가 ‘저 처녀와 더불어 여러 차례 간통을 하였다’고 하니 그 모양과 체구를 상세히 알렷다. 그것을 하나하나 자세히 아뢰도록 하라. 만약 어긋남이 있으면 죽을 것이니라.”

통인은 하나하나 아뢰었다. 수령은 처녀에게 가마 앞에 나와 서 있게 했다. 처녀는 곧바로 나왔다. 수령이 처녀를 보니 과연 통인의 말과 조금도 어긋남이 없었다. 이는 통인이 몰래 사람을 시켜 미리 처녀에 대한 정보를 아주 자세히 탐문해둔 까닭이었다.

수령은 몹시 놀라 말을 할 수 없었다. 처녀는 진작부터 통인의 간교한 계략임을 알았지만, 수령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아뢰었다.

“소녀, 조용한 곳에서 아뢰올 말씀이 있사오니 잠시 주변 사람을 물리쳐주십시오.”

수령이 주변을 물리치자 처녀는 대청 앞까지 와서 아뢰었다.

“소녀의 왼쪽 가슴 아래에는 검은 사마귀 하나가 있사온데, 크기는 큰 밤톨만 하옵니다. 사마귀 위에는 털이 수십 개가 나 있고요. 이것은 다른 사람이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저 통인이 이미 소녀와 간통했다고 운운하니 반드시 그것을 알고 있어야겠지요. 사또께서는 그저 이것으로 하문(下問)하시옵소서.”

수령은 즉시 통인을 불러 물었다.

“너는 저 처녀와 더불어 간통했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한 곳에 흉터는 없더냐?”

원래 수령이 좌우를 물리쳤을 때 이미 몰래 엿듣는 자가 있었다. 염탐한 사람은 그 사이 통인에게 가서 수령과 처녀가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통인이 아뢰었다.

“처녀의 왼쪽 유방 아래에는 검은 사마귀가 하나 있사온데, 크기는 밤톨만 하고, 그 위에는 수십 개의 털이 나 있습니다. 이것으로 증거를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수령은 또 몹시 놀랐다. 그 때 처녀는 옷을 벗더니, 유방 아래쪽을 보여주며 말했다.

“소녀에게 본래 검은 사마귀가 없습니다. 없는 것을 있다고 말한 것은 저 간악한 놈이 다른 사람을 시켜 저와 사또가 하는 말을 몰래 엿듣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을 이야기했다면 엿들어서 아뢰는 것이 사실과 부합하게 되고, 그렇다면 판결을 내리기도 어려워졌을 것입니다. 저놈은 오히려 제 술수에 빠진 셈입니다. 이로써 본다면 아까 저놈이 소녀의 모습을 상세히 말한 것도 다른 사람을 시켜 먼저 탐문해두고서 교활하게 아뢴 것이 아니겠습니까?”

수령은 환하게 깨달았다. 책상을 치며 기이하도고 한 뒤에, 이내 통인을 잡아들이고 위엄을 갖추어 물었다. 통인은 변명할 말이 없어 결국 죄를 자백하였다. 수령은 법률에 비추어 그 자리에서 통인을 때려 죽였다.

처녀의 재주와 용모가 짝이 없음을 사랑한 수령은 처녀가 이미 정한 혼처도 물리쳤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새로이 처녀의 집으로 가서 그의 둘째 아들과 혼인해달라고 요청하여, 마침내 처녀를 며느리로 맞이하였다.

 

 

 

번역본 출처 : 조선후기 성소화선집(김준형 옮김, 2010,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