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뿌리

옛날이야기 38 - 파적록(破寂錄)

從心所欲 2020. 9. 4. 06:00

‘고요함을 깨뜨린다’는 뜻의「파적록(破寂錄)」은 20세기를 전후한 때에 찬집된 것으로 추정되는 패설집이다. 「파적록(破寂錄)」은 현재 국립중앙도서관과 고려대에 수장되어 있는데 고려대본은 ‘각수록’이란 제목이 붙어있지만, 그 내용은 국립중앙도서관본 「파적록」과 동일하다. 총 45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으며, 그 가운데 성에 관한 이야기 는 9편이다.

 

[최재순화백 <우포>]

 

집은 매우 가난했지만 글재주만은 독보적인 사람이 있었다. 그는 매번 과거를 볼 때마다 한 여관에 들었다.

그 집 주인은 다른 양반들에게는 술과 음식을 후히 갖추어 대접했지만, 이 사람에게만큼은 박대가 심했다. 그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밥을 사 먹을 수도 없었다.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배가 등에 붙는 것 같은 고통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저 마음속으로만 원통하고 분하게 여길 뿐이었다. 그러나 주인의 아내는 여러 차례 술과 음식을 몰래 그에게 가져다주었다.

이러한 까닭에 두 사람은 매우 친밀해졌다.

하루는 주인이 마침 심부름을 해야 할 일이 있어 성균관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자 그 여자는 또 술과 안주를 준비하여 생원에게 주었다. 생원은 맛있게 먹고 배를 채웠다.

진심으로 여인에게 고마움을 느낀 생원은 환한 얼굴로, 문자를 이용해 희롱조로 나지막이 말했다.

“여차후은 실난보지(如此厚恩 實難報之)”

▶如此厚恩 實難報之 : 이처럼 두터운 은혜를 입으니 참으로 보답하기 어렵습니다

 

그러자 여인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였다.

“소첩은 생원님의 뜻을 자지(自知)합니다.”

▶자지(自知) : 스스로 알다. 자신의 역량을 자기가 알다.

 

이에 두 사람은 손을 마주 잡고 서로 희롱까지 하게 되었다. 얼마 후, 일을 마친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정담을 나누었다. 그러다가 여인은 종이와 붓을 가지고 와서 말했다.

“생원님은 나중에 반드시 귀하게 되실 것입니다. 이후 방백(傍白)이 되시면 천 냥의 행하(行下)를 주겠다는 것을 쓰고 수결(手決)해주시옵소서.”

▶행하(行下) : 심부름을 하거나 시중을 든 사람에게 주는 돈이나 물건.

 

생원은 꿈인 듯 취한 듯한 상태에서 붓을 놀려 써주고는 말했다.

“과연 그 말처럼 된다면야 두 사람 모두에게 좋은 일이지.”

이러할 즈음에 주인이 돌아왔고, 생원도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 후 몇 년이 지나 생원은 과거에 급제하였고, 다시 칠팔 년이 지나 과연 평양감사가 되었다. 어느 날, 여관 주인이 평양 감영(監營)에 갈 일이 생겼다. 그러자 그의 아내가 말했다.

“나와 함께 가면 천금을 얻을 수 있으니, 어찌 절묘하지 아니한가요?”

남자는 꾸짖으며 말했다.

“남녀가 같지 아니하고, 서울과 지방이 다르니 함께 가는 것은 불가하네. 그리고 내가 직접 내려간다 하더라도 천금은 가히 알 수 없을 정도로 큰돈이네. 그런데 당신이 어떻게 천금을 얻을 수 있단 말이오?”

“거기 안방마님과 지난날에 서로 약속한 일이 있어요. 그러니 내려간다면 식언할 리가 만무하지요. 만약 당신이 데려가지 않는다면 나 혼자서라도 걸어가겠소.”

남자는 마음속으로 ‘반드시 묘한 이치가 있나보다’하고는 아내를 데리고 감영까지 갔다.

감영에 간 여인은 틈을 타서 감사에게 뵙기를 청했다. 그러나 감사는 지난날의 일을 모두 잊고 ‘여인이 내려온 일도 뜻밖이며, 또한 나를 보자고 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답했다. 여인은 다시 애걸하며 말했다.

“한 말씀 아뢰올 일이 있사오니, 제발 내치지 마십시오!”

“일이 매우 의아하구나. 그렇다면 한번 불러들이라.”

여인은 가까이 와서 행하를 주겠다고 쓴 글을 내밀었다. 감사가 보니, 그것은 기름까지 먹여둔 것으로, 과연 어느 해에 자신이 행하를 약속한 글이었다. 감사가 웃으며 말했다.

“대단하구나, 여인이여! 내 어찌 식언하리오!”

그리고는 즉시 호방을 불러 천 냥을 내어주도록 하였다. 그리고 음식도 잘 먹여 보냈다.

남자와 아내는 함께 서울로 올라가다가 한 주막에 머물렀다. 그때, 남자가 아내에게 물었다.

“비록 당신이 안방마님과 서로 친해서 왔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천 냥을 내준다는 것은 참으로 부당한 일이네. 곡절을 숨기지 말고 모두 말해서 나를 이해시켜주게.”

“이제는 우리 두 사람이 모두 늙었으니 무슨 말인들 못 하겠어요? 다름이 아니라 어느 해던가 사또께서 곤궁한 생원으로 우리 집에 왔을 때였지요. 그때 한번 음탕한 일을 벌이고, 뒷날 반드시 귀히 되거든 돈 천 냥을 행하로 주겠다는 글을 받아두었지요. 지금 받은 이 돈 천 냥은 곧 그때 한 차례의 일로 얻은 것입니다. 그렇지만 마음은 참으로 부끄럽네요.”

이 말을 듣자, 남자는 크게 화를 내며 옷을 벗어던진 채 그의 아내를 사정없이 때렸다. 그 처가 애걸하며 말했다.

“당신이 그 실상을 묻기에 내가 젊었을 때 겪은 한 번의 일을 사실대로 아뢰었소. 또한 지금은 당신도 이미 늙지 않았소? 이제 와서 상관할 것이 무엇이 있기에 이처럼 정당하지 못한 행동을 하시오? 또한 이해관계로 봐도 조금도 손해 본 것이 없소. 도리어 지금 천금을 얻었으니 그 이익이 적지 않거늘, 어찌 이 점을 생각지 못한단 말이오?”

그러자 남자는 큰 소리로 꾸짖었다.

“그렇지 않다! 만약 그때 자네가 한 번만 더 했더라면 지금은 이천 냥이 되었을 게 아니냐?

만약 이천 냥을 얻었더라면 평생을 넉넉하게 지낼 수 있었을 텐데, 어찌 억울하지 아니 하냐? 억울하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 모두 배를 움켜잡고 웃었다.

 

 

십여 세 된 재상의 아들이 있었다. 나이가 이십여 세에 가까운 계집종은 상전의 귀한 그 아들을 매일 업고 놀아주었다.

때마침 여름철로, 홑옷을 입을 때였다. 계집종은 또 아들을 업고 노는데, 등 뒤로 뾰족한 양물이 닿아 꿈틀거렸다. 아들을 엎고 있던 계집종은 그것에 탐혹되어 아이에게 음행(淫行)을 가르쳤다. 아이는 양물이 아파 달아나고자 했지만, 달아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가 발악하자, 계집종은 겁이 나서 아이를 놓고 달아났다.

아이가 통증이 심하여 자세히 살펴보니 양물의 대가리가 벗어져 있었다. 아이는 그 까닭을 알지 못하고 놀라서 울며 그 어미에게 달려가 말했다.

“아무개 계집종이 고추 대가리에 있던 골무 껍질을 베어가지고 가버렸어요.”

 

 

한 수령이 식사를 하고 한가로이 앉아 있었다. 그때 젊은 여인이 술에 취한 놈을 끌고 와서 아뢰었다.

“소인이 막 관문을 지날 때였습니다. 저놈이 제 뒤를 쫓아와서는 음담과 잡소리를 무수히 늘어놓더니 앞으로 달려와서는 코로 숨을 들이마시면서 느꺼운 소리[興聲]를 무수히 냈습니다. 세상에 이처럼 분별없으면서 흉악한 놈이 어디 있겠습니까? 바라옵건대 사또께서는 밝게 살피시어 저놈을 다스려주옵소서.”

수령은 그가 아뢰는 말을 명확하게 알지 못해 다시 물었다.

“느꺼운 소리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고?”

급창(及唱)이 아뢰었다.

“저놈이 이 여인의 아름다움을 사모하여 코로 ‘흥흥’하고 느꺼운 소리를 냈답니다.”

통인(通引)은 급창이 아뢴 것을 듣고 또한 그 소리를 내며 아뢰었다. 수령은 그 소리를 듣고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말했다.

“저놈이 미친놈이로구나! 여인과 함께 관아 밖으로 내보내거라.”

수령은 그렇게 분부하고 안방으로 들어와 웃으며 부인에게 말했다.

“송사를 하다가 조금 전에 기괴한 일을 보았소.”

부인이 그 사연을 묻자, 수령이 대답하였다.

“술 취한 놈이 어떤 여인 앞에 와서 코로 ‘흥흥’하고 소리를 내기에 여인이 그놈을 잡아와서 내게 그가 ‘흥흥’거리며 소리 낸 죄를 다스려 달라고 고했지. 그러자 급창이 ‘흥흥’하면서 아뢰고, 통인은 또 급창이 아뢴 것을 듣고 또한 ‘흥흥’하면서 아뢰었다오. 그 들리는 소리가 매우 해괴한 까닭에 둘 다 내보냈소. 그렇지만 어찌 우습지 않소?”

부인이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

“급창이나 동인은 모두 무지한 상놈이기에 비록 존장 앞이라지만 상세한 정황을 아뢰고자 ‘흥흥’하는 소리를 냈겠지요. 하지만 상공은 지체가 낮지 않은 양반이면서 어찌 저를 향해 ‘흥흥’하시는지요?”

그때 십 여 세 된 딸이 들어오며 말했다.

“아버님은 남자이기에 비록 ‘흥흥’하는 소리를 냈어도 괴이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어머님은 부인이면서 어찌 ‘흥흥’하시는지요?”

그때 다른 방에 있던 며느리가 그 소리를 듣고 나와서는 그를 꾸짖으며 말했다.

“아버님과 어머님은 모두 연로하시지만 아기씨는 처녀의 몸으로 또한 어찌 ‘흥흥’ 소리를 내나요? 괴이하고도 괴이합니다.”

나이가 어린 계집종이 부엌에 있다가 박수를 치고 나오며 말했다.

“비록 처녀 아기씨를 책망한다 할지라도, 새아기씨는 또한 어찌하여 ‘흥흥’하십니까?”

그때 종놈이 밖에서 들어오면서 말했다.

“상전께서는 양반의 말로 실수한 바가 있다고 하겠지만, 종년이 어찌 감히 그 소리를 본떠서 ‘흥흥’하느냐?”

이러할 즈음에 툇마루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관비(官婢) 하나가 몽롱한 상태에서 그 곡절을 알지 못하고 다만 ‘흥흥’ 거리는 소리만 듣고는 몸을 돌려 누우며 말했다.

“무슨 좋은 일이 있기에 상하 남녀 모두가 콧소리를 내지? 그렇지만 안주인님과 새아기씨와 처녀 아기씨는 어찌하여 종놈들과 더불어 콧소리를 내는 거지? 괴이하고도 괴이한 일일세!”

 

 

한 사람이 성품이 매우 용렬하여 반편이에 가까웠다. 하루는 말을 타고 부모 성묘를 가게 되었다. 그런데 몇 리를 못 가 종이, 배가 너무 고프다고 가려 하지 않았다. 이에 생원이 말했다.

“노자돈을 쓸 수 없으니, 네가 배가 고파 참기 어렵다면 내 좆이라도 빨려무나.”

종이 물었다.

“좆을 빨면 배가 불러 주리지 않나요?”

“그렇지!”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힘써 농사지을 필요도 없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생원님께서 배가 고프면 소인의 좆을 빨고, 소인은 생원님의 좆을 빨면 상전과 하인이 주리지 않고 배가 부르겠네요. 제위답(祭位畓)을 제외하고는 애써 몸을 써가면서 농사짓는 것이 기실 쓸 데가 없겠군요.”

▶제위답(祭位畓) : 추수(秋收)한 것을 제사(祭祀)의 비용(費用)으로 쓰기 위하여 마련한 논

 

“네놈이 농사짓기에 게으르더니, 지금 이 말을 듣고는 매우 기쁜 얼굴색을 띠는구나.”

생원은 집으로 돌아와 그의 아내에게 말했다.

“아까 길가에서 아무개 종놈이 거짓으로 배가 몹시 고프다며 요기할 것을 보채기에 내가 이러저러한 말을 하였네. 그랬더니 다시 돈을 내놓으라는 말은 감히 입 밖으로 내지 못하고 대답하는 말이 여차여차하더군. 자못 기쁜 얼굴색까지 하더라고. 내가 세상에 나서 지금처럼 말을 잘해본 것이 처음일세.”

부인이 그 말을 듣고 몹시 화를 내며 말했다.

“종놈에게 욕을 입고 도리어 말을 잘했다고 운운하시나요?”

부인은 곧바로 그 종을 잡아다가 문밖에 엎드리게 한 후 죄를 따져 맹렬히 때렸다. 종놈은 혼자 말처럼 중얼거렸다.

“생원님과 더불어 서로 살아갈 계책을 낼 때는 집에서 키우는 말 외에 다른 누구도 듣지 못했는데, 그 사이에 어떤 놈이 정사를 어지럽히려고 부인에게 아뢰었을까?”

생원은 머리에 관을 쓰고, 등 뒤로 담뱃대를 쥐고 정원 주변을 천천히 걸으면서 말했다.

“난 애초부터 그 말을 전하지 않았네.”

보는 사람들 모두 배를 움켜잡더라.

 

[최재순화백 <겨울풍경>]

 

시골에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집이 매우 부유하고 부부간에도 화복하여 세 아들을 두었다. 그가 회갑을 맞이하자, 술과 안주를 성대하게 준비하여 인근의 친척들을 모두 초청하였다. 자손들은 차례로 헌수(獻壽)하며 축사를 드렸다. 큰며느리가 먼저 축사하였다.

▶헌수(獻壽) : 환갑 등의 잔치 때에 장수(長壽)하기를 비는 의미로 술잔을 올리며 축수(祝壽)하는 의식

 

“원컨대 천황씨(天皇氏)가 되소서.”

둘째 며느리도 축사하였다.

“원컨대 지황씨(地皇氏)가 되소서.”

▶천황씨(天皇氏), 지황씨(地皇氏) : 인황씨(人皇氏)와 더불어 중국 태고시대의 전설적 임금들인 삼황(三皇). 각기 1만 8천년을 살았다고 함. 이와는 달리 수인씨(燧人氏), 복희씨(伏犧氏), 신농씨(神農氏)를 삼황(三皇)으로 보는 설도 있음.

 

막내며느리는 마음속으로 ‘두 형님이 축사한 바는 아무 생각 없이 한 말로 맛이 없으니, 나는 다른 새로운 말로 아버님께 축사하리라’ 생각한 후 말했다.

“원컨대 좆이 되소서!”

그러자 자리에 앉아 있던 모든 사람들이 배를 움켜잡고 웃었다. 이에 시아버지가 물었다.

“이 세상 많고 많은 만물 중에 어찌하여 좆이 되라 하는고?”

“두 형님이 축사한 바는 불과 만 팔천 세(歲)만 사시라고 한 데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축원한 좆은 비록 죽어도 마음만 있으면 다시 살아나지요. 죽고자 하면 죽고, 살고자 하면 사는 것입니다. 죽고 사는 것을 임의로 할 수 있으니 어찌 좋지 않습니까?”

“축사가 진실로 그러하구나. 이른바 좋은 축수(祝壽)라고 할 수 있겠구나! 그렇다면 너희들은 다시 문자로 축수를 표현해 보거라.”

큰며느리는 삿갓을 이고 와서 말했다.

“편안할 안(安)자로 표합니다.”

둘째 며느리는 아이를 안고 와서 말했다.

“좋을 호(好)자로 표합니다.”

막내며느리는 달리 표현할 문자가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 나와 저고리와 치마를 벗어던지더니 알몸으로 누워 두 팔을 펴고 두 다리를 벌린 다음에 말했다.

“큰 대(大)자로 표합니다.”

곁에서 보던 사람들은 놀랍고 민망하여 코를 싸매더라.

 

 

한 상놈이 일이 있어서 호남 지방에 갔다. 주막은 이미 지나쳤고, 해는 서산에 기울어 있었다. 마침 앞쪽에 몇 채의 촌가가 보이기에 그곳에서 하룻밤 머물러 자고자 했다.

그곳을 향해 갈 즈음, 어깨에 호미를 멘 남자와 머리에 그릇을 인 여자가 작은 길로 쫓아왔다. 상놈이 가까이서 보니, 평소에 알고 있었지만 칠팔 년 동안 소식이 끊겨 왕래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뜻밖에 상봉하게 되니, 세 사람은 너무 기뻐 함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연거푸 막걸리를 마시고 저녁밥도 잘 대접받았다.

잠시 후 동쪽 언덕에 달이 떠오르자 두 사람은 서로 베개를 같이 하고 누워 몇 년간 쌓인 회포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시골 사람은 하루 종일 고달프게 농사를 지었고, 또한 연거푸 마셔댄 술에 취해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러자 서울 상놈이 흔들어 깨웠다.

“자네는 내 말을 듣다가 어찌하여 잠을 자시나?”

시골 사람은 몽롱한 상태로 말했다.

“내 듣고 있네. 그러지 자네는 하던 것이나 계속하시게.”

연거푸 흔들어도 계속 그렇게 말하며 깨지 아니하였다. 서울 상놈은 무료한 가운데 여인의 피부가 풍만하게 좋은 것을 보고 더불어 희롱하다가 관계까지 맺게 되었다.

관계를 맺고 있을 때였다. 그 방은 매우 좁아 여인의 발이 남편의 어깨에 부딪혔다. 남편의 어깨가 여인의 발 움직임에 따라 같이 움직였다. 마치 발로 흔들어 깨우는 형세지만, 남녀 간의 달콤한 전쟁을 시골 사람은 알지 못했다. 아내가 음란한 짓을 하면서 발을 흔들고 있는데도, 그는 몽롱한 상태로 서울 상놈이 흔들어 깨우면서 자신의 말을 들으라는 것으로만 생각하여 천천히 말했다.

“내 듣고 있네. 그러니 자네는 아무 걱정 말고 하던 것이나 계속하시게.”

 

 

저잣거리에 사는 여인이 시동생에게, “식구는 많고 솥은 적으니, 제일 큰 솥 하나를 사서 오세요.”라고 말했더니, 시동생은 그 작은 솥에다 돈을 더 얹어 큰 솥으로 바꾸어 왔다. 그러자 형수는 기뻐하며 말했다.

“좋기는 좋네요. 하지만 작은 것은 그냥 두고 큰 것을 새로 사와 큰 솥과 작은 솥을 함께 쓰면 더욱 좋았겠지요.”

시동생은 본래 혀가 짧아 발음이 온전하지 않았다.

“형수는 참으로 탐욕이 많으십니다. 좆이【솥을 좆이라 했다】작아 난감하다고 하시기에 작은 좆을 주고 가장 큰 좆으로 바꾸어 드렸구먼여. 그런데도 마음에 만족치 못하여 작은 좆과 큰 좆 두 좆을 모두 가지시렵니까?”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손뼉을 쳐대며 웃더라.

 

 

한 재상이 사위를 맞았다. 사위는 겨우 십여 세밖에 되지 않았지만 재주와 용모가 비상했기에 재상은 그를 몹시 사랑하였다.

재상의 부인은 본디 치통을 앓고 있었다. 때마침 부인의 생일이 되자 새로 맞은 사위도 불러들였다. 사위는 안방으로 들어가 장모께 절을 하고 치통은 어떠한지를 여쭈었다. 장모는 그 사위가 위문하는 것이 사랑스러워 손으로 입술을 들어 이를 보여주며 말했다.

“충치가 이를 먹고 들어가서 이 틈이 이렇게 벌어졌네. 아픈 것도 참기 어렵고, 먹는 것 또한 어렵구나.”

사위는 가까이 가서 이 사이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말했다.

“좆 틈으로 하여 씹도 못하니 민망하고 민망하옵니다.”

그러자 자리에 있던 나이 어린 부녀자들이 모두 머리를 돌려 코를 싸맸다.

 

 

 

번역본 출처 : 조선후기 성소화선집(김준형 옮김, 2010,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