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그림

김하종 해산도첩 4

從心所欲 2020. 11. 1. 08:43

외금강은 태백산줄기의 비로봉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게 뻗은 중앙연봉들의 동쪽지역을 가리킨다. 금강산의 최고봉인 비로봉(毘盧峰)의 바깥쪽에 있다 하여 외금강(外金剛)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금강산의 서쪽지역인 내금강이 우아하고 그윽한 정서를 자아내는 계곡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반면, 동쪽지역인 외금강은 금강산의 웅장한 산악미를 대표하는 지역이다.

은선대(隱仙臺)는 이 외금강의 가장 아래쪽이다.

 

[《해산도첩(海山圖帖)》中 <은선대망십이폭(隱仙臺望十二暴)>]

 

은선대는 외금강 효운동(曉雲洞)에 있는 봉우리로 십이폭포의 맞은편, 송림구역 성문동(聲聞洞)에 있다.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이 12단으로 꺾인 벼랑 턱에 부딪치며 떨어져 ‘십이폭포’라는 이름이 붙었다. 폭포 아래에서는 폭포모습이 절반밖에 보이지 않고 맞은편의 은선대와 불정대에서 보아야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십이폭포는 금강산 4대 폭포의 하나로, 높이가 289m나 되어 금강산 폭포 중에 가장 높다.

 

[김홍도 《금강사군첩(金剛四郡帖)》中 <은선대십이폭>]

 

비봉폭포 역시 금강산 4대 폭포의 하나로 구룡연구역 옥류동(玉流洞)에 있다. 높이는 139m 이고, 너비는 4m이다. 폭포수의 모양이 봉황새가 긴 꼬리를 휘저으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 같다고 하여 비봉폭포로 불리게 되었다 한다.

 

[《해산도첩(海山圖帖)》中 <비봉폭(飛鳳暴)>]

 

[김홍도 《금강사군첩(金剛四郡帖)》中 <비봉폭>]

 

구룡폭포는 높이 74m, 너비 4m의 폭포다. 금강산 4대 폭포 중에서도 절경으로 꼽는 폭포다. 예전에는 설악산의 대승폭포, 개성 대흥산의 박연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명폭(名暴)으로 꼽혔다.

김홍도 그림의 화제인 ‘구룡연(九龍淵)’은 구룡폭포의 아래에 있는 소이다.

 

[《해산도첩(海山圖帖)》中 <구룡폭(九龍暴)>]

 

[김홍도 《금강사군첩(金剛四郡帖)》中 <구룡연>]

 

외금강에서 폭포 3곳을 그린 김하종은 화폭을 해금강으로 옮겼다.

예전에는 해금강이라는 말이 따로 없었다고 한다. 그러다 17세기 말에 이르러 금강산의 동쪽 바다 풍경이 금강산에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바다의 금강산이라는 뜻에서 해금강(海金剛)이라 불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원래 해금강이라고 할 때는 고성군 동해기슭의 수원단으로부터 남쪽으로 해만물상 등 10여 리의 해안절경만을 가리키다가, 후에 내려오면서 외금강의 동쪽 바다기슭에 펼쳐진 명승들인 삼일포와 남강하류, 영랑호, 감호, 화진포를 비롯하여 북쪽으로 통천군 바다 기슭의 총석정, 금란굴 일대까지도 모두 해금강구역에 포괄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총석(叢石)은 해금강 가장 북쪽인 통천읍의 동북쪽 끝에 있다. 약 1㎞의 구간에 모난 돌기둥들이 병풍처럼 늘어서있으므로 ‘돌기둥무리’라는 뜻의 총석(叢石)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돌기둥들은 8각, 5각, 4각도 있으나 대부분 6각으로 되어있고, 크기와 높이가 비슷하고 빗살처럼 한결같아 석공이 다듬어 세운 것 같은 모습이라고도 한다. 서있는 바위기둥들은 입총(立叢), 누워있는 기둥들은 와총(臥叢), 앉은 모양의 바위기둥들은 좌총(坐叢)이라고 부른다. 총석정은 경치가 아름다워 예로부터 ‘관동팔경’의 첫자리에 꼽혀왔다. 총석정 일대는 ‘통천금강’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려왔으나, 이곳에 총석정이라는 정자가 세워진 후로부터 이 일대를 총석정으로 불렀다.

 

[《해산도첩(海山圖帖)》中 <총석(叢石)>]

 

[김홍도 《금강사군첩(金剛四郡帖)》中 <총석정>]

 

[겸재 정선「해악전신첩」中 <총석정> 견본담채, 32 × 24.3㎝, 간송미술관]

 

김하종의 <총석(叢石)> 그림은 이전의 정선이나 김홍도가 그렸던 그림과는 달리 정자가 왼쪽에 있어 일순 혼란스럽기도 한데, 이는 정선과 김홍도가 총석정 북쪽에 있는 총석을 그리고 김하종은 총석정 남쪽에 있는 총석을 그린 차이가 아닌가 한다.

 

총석정의 북서쪽기슭에는 이전에 환선정(喚仙亭)이라는 또 다른 정자가 있었다고 한다. 신선들이 올라 서로 부르며 즐긴 곳이라는 전설에 따라 환선(喚仙)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정선과 김홍도의 시절에는 그 정자가 그대로 있었는지 그림에 환선정이 등장한다. 그런데 김하종이 갔을 때는 환선정이 없어졌던 모양이다. 그래서 환선정 쪽에서 총석을 보고 그린 그림 제목을 ‘옛 환선정 터에서 바라본 총석’이라고 붙였다.

 

[《해산도첩(海山圖帖)》中 <환선구지망총석(喚仙舊址望叢石)>]

 

이 그림은 시점, 공간, 경물의 규모, 형태 등이 매우 사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현대적 시각에서는 경물의 형상이 원근의 변화에 관계없이 모두 뚜렷하게 보이는 것이 흠으로 지적받고 있다. 하지만 그 시대에 경물을 왜곡 없이 표현하려했던 작가의 의도를 고려한다면 그 시도자체만으로 높이 평가받을 일이다.

 

[김홍도 《금강사군첩(金剛四郡帖)》中 <환선정(喚仙亭)>]

 

호수의 모양은 남북으로 길쭉하게 생겼으며 기슭은 굴곡이 매우 심하다고 한다. 호수 한가운데는 와우섬을 비롯한 여러 개의 섬들이 있다. 호수의 서북쪽은 멀리는 외금강의 봉우리들이 보이고 가까이에는 국지봉과 그에 잇달린 여러 개의 작은 봉우리들이 둘러섰으며 남동쪽에도 여러 개의 산들이 솟아 있어, 예로부터 36개의 봉우리가 삼일포를 병풍처럼 둘러쌌다는 말들을 했다고 한다. 삼일포의 경치 역시 ‘관동팔경’의 하나로, 호수풍경으로는 전국의 으뜸으로 꼽혀왔다고 한다.

 

[《해산도첩(海山圖帖)》中 <삼일호(三日湖)>]

 

[김홍도 《금강사군첩(金剛四郡帖)》中 <삼일포(三日浦)>]

 

지금의 해금강구역 중에서도 해금강리의 수원단 남쪽 해금강문으로부터 그 아래의 후천 하구 립석에 이르는 지역에 천태만상의 기암괴석들이 많아 외금강의 만물상에 비겨 ‘해만물상(海萬物相)’이라 부른다. 전하는 해금강 그림은 모두 이곳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해산도첩(海山圖帖)》中 <해금강(海金剛)>]

 

[김홍도 《금강사군첩(金剛四郡帖)》中 <해금강 전면>]

 

[김홍도 《금강사군첩(金剛四郡帖)》中 <해금강 후면>]

 

[해금강구역, 대순진리회 자료 가공]

 

 

참고 및 인용 : 북한지리정보(2004. CNC 북한학술정보),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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