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뿌리

1880년대의 조선 사진

從心所欲 2020. 11. 14. 15:45

아래 영상에는 1880년대 조선의 사진들이 담겨있다. 겹치는 사진들도 있지만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조선 말기의 궁궐 내부 사진들이 다수 들어있다.

 

영상을 제작한 유튜버 Terebi35님은 Percival Lowell과 George Clayton Foulk이라는 두 미국인이 1880년대에 조선을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들을 World Digital Library, Lowell Observatory를 비롯한 여러 웹사이트에서 다운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이 찍은 사진 외에도 다른 사진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World Digital Library는 유네스코와 미국 의회 도서관 이 운영하는 국제 전자 도서관이며, 

로웰천문대(Lowell Observatory)는 수학자이자 아마추어 천문학자인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이 1894년 설립한 애리조나주 최초의 천문대라 한다.

 

Percival Lowell(1855 ~ 1916)은 1876년 하버드대학교를 졸업하고, 초기에는 실업가로 활약했으며, 한때는 외교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1883년에 미국 무역 사절단의 일행으로 조선과 일본을 방문하였고, 1886년에는 《Choson, the land of the morning calm(조선.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는 기행문을 발간하기도 하였다. 그는 특히 고종(高宗)의 사진을 처음으로 촬영하여 조선에 사진술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George Clayton Foulk(1856 ~ 1893)에 대해서는 조금 더 긴 설명이 필요하다.

고종 19년인 1882년 조선과 미국 간에 수호통상조약(朝美修好通商條約)이 체결되면서, 이듬해 4월에는 초대 미국 공사가 조선에 부임하였다. 이에 조선 정부도 6월에 민영익(閔泳翊)을 수반으로 하는 11인의 첫 방미 사절단을 미국에 파견하였다. 이때 미국 정부가 조선 사절단의 현지 통역으로 배정한 인물 중 한 명이 당시 해군 소위였던 조지 클레이튼 포크였다. 두 달간 자신들을 수행했던 조지 포크가 마음에 든 민영익은 미 국무부에 그의 조선 주재를 타진했고 미 정부는 없는 직책을 만들어 이를 허락했다. 그래서 조지 포크는 보빙사 일행과 함께 1884년 조선에 입국하게 되었다.

그리고 1885년 미국 공사가 갑자기 사임한 뒤, 포크가 대리공사가 되어 1887년까지 복무했다.

 

조선에 체류하는 동안 그는 조선 각지와 사찰 등을 두루 방문했고, 조선 문화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 이때 포크가 조선에서 찍은 사진과 수집해 사용하던 지도 등은 현재 위스콘신-밀워키대학의 American Geographical Society Library 에 소장되어 있고, 그에 관련된 문서(Foulk Papers)는 미의회도서관, 뉴욕공립도서관, 버클리대학도서관 등에 나뉘어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그가 18884년 조선여행 중 기록한 일기와 편지를 바탕으로, Samuel Hawley가 2007년에 「Inside the Hermit Kingdom(은둔의 왕국 속으로) The 1884 Korea Travel Journal of George Clayton Foulk」와 「America's Man in Korea(한국 속의 미국 남자)」라는 책을 연이어 발간하였다.

 

영상 속에 1863년 사진이 등장하는데, 유튜버 Terebi35님은 이 사진의 연도가 오류가 아니라 청나라에 파견되었던 조선 사절이 1863년 1월에 북경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는 조선인이 최초로 촬영된 6장의 사진 중 하나라고 소개하였다.

덧붙이자면 이는 1862년 한양을 출발한 이의익(李宜翼)을 정사(正使)로 하는 삼절연공행(三節年貢行) 사절 일행이 1863년 1월에 북경에서 러시아 사진사를 통해 찍은 사진 중 하나이다. 아래 사진은 당시에 찍은 일행의 또 다른 사진이다. 삼절연공행은 동지행(冬至行), 정조행(正朝行), 성절행(聖節行)을 말한다. 동지행과 정조행은 각기 동지와 새해를 경축하기 위한 것이며, 성절행은 청 황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사행이었다. 사진 속 일행의 사행에는 정사 이의익을 비롯하여 부사(副使)에 박영보(朴永輔), 서장관(書狀官)으로 이재문(李在聞)이 파견되었다.

 

[1863년 1월 북경에서 찍은 조선 사절단 일행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