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평원현(平原縣)으로 향하는 길에 유비(劉備)의 옛 읍치(邑治)와 도원결의(挑園結義)를 했던 곳임을 알리는 길가의 큰 비석을 보았다. 여기서부터는 전국시대 조(趙)나라 땅이다. 성(城) 남쪽에는 평원군(平原君)의 사당이 있고, 성안에는 안진경(顔眞卿))의 사당이 있었다.
▶안진경(顔眞卿: 709 ~ 785)은 왕희지의 전아한 서체에서 벗어나 역동적이면서도 균제미(均齊美)를 갖춘 글씨체로 당(唐)나라 이후의 중국 서도(書道)를 지배했던 인물이다. |
10월 1일은 덕주(德州)에서 유숙했다.
남경(南京)은 일찍이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초(楚)나라의 금릉읍(金陵邑)이었던 곳으로 삼국시대(三國時代)인 229년에 오나라의 손권(孫權)이 건업(建業)이라고 개칭한 곳이다.
후한이 멸망한 뒤 수나라가 통일할 때까지 양자강 남쪽에 있었던 여섯 왕조[육조(六朝)]의 수도로써 강남(江南)의 중심지로 발전하였다. 1368년 명(明)태조 주원장이 응천부(應天府)로 이름을 고치고 도읍지로 삼았다가 1441년 북경으로 옮겼다. 남경(南京)이란 이름은 그 때부터 생겼다.
▶육조(六朝) : 오(吳), 동진(東晋), 송(宋), 제(齊), 양(梁), 진(陳) |
10월 2일에는 경주(景州) 남관(南關)에 유숙하였다.
주성(州城)의 동문(東門)에 ‘동자하유처(董子下帷處)’라는 편액(扁額)이 걸려있었다. 동자(董子)는 후한(後漢)의 학자이자 관료였던 동중서(董仲舒)이다. 그는 삼강(三綱)을 밝혀, 한나라가 유교를 국교로 삼게 하는 기초를 닦았다. ‘동자하유(董子下帷)’는 ‘동중서가 장막을 내렸다’는 뜻으로, 그가 3년 동안 장막에 들어앉아 학문에 몰두하느라 자기 집의 채소밭이 망가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고사를 가리키는 것이다.
서문(西門)에는 ‘한세류장군후봉주(漢細柳將軍侯封州)’라는 편액이 있었다.
한나라 문제[漢文帝] 때 주아부(周亞夫)를 장군으로 삼아 세류영(細柳營)에 주둔하여 오랑캐에 대비하게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문제(文帝)가 격려차 직접 이곳을 방문했는데 군문에서 제지하고는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다. 이에 임금이 사자를 시켜 부절(符節)을 보내 장군에게 조명(詔命)을 내리자, 주아부가 군문을 열고 군례(軍禮)로 문제를 맞이했다. 이에 문제는 주아부를 가리켜 ‘진짜 장군[眞將軍)]’이라 하였다는 고사를 일컫는 것이다.
홍익한은 그동안 병을 앓아왔는데 이날 밤에 병세가 더 심해져 말을 탈 수 없을 정도가 되어 결국 가교(駕轎)를 빌려오게 하였다. 10월 4일 헌현(獻縣)에 묵고 다음 날에는 하간부(河間府)에 유숙하였다.
하간(河間)에서 북경까지는 410리가 남았다. 여기서부터는 평탄한 큰길이 남에서 곧장 북경으로 통하였는데 사방에서 모여드는 거마(車馬)가 길을 메웠다. 길 양쪽에는 구덩이를 파서 뜰을 만들었는데, 너비와 깊이가 모두 한 길 남짓했으며, 그 밖에 한 길 남짓한 토담을 쌓아 수백 리에 뻗쳤다고 했다.
10월 8일 신성현(新城縣)에 유숙했다. 신성현부터는 옛 연(燕)나라 땅이다.
형가(荊軻)가 연(燕)나라 태자 단(丹)의 자객(刺客)이 되어 진시황(秦始皇)을 죽이러 가면서 번어기(樊於期)의 머리와 함께 진시황이 탐을 내던 연나라의 옥토(沃土)인 독항(督亢) 땅의 지도를 미끼로 가져갔었다. 진나라로 떠날 때에 그의 친지들이 백의(白衣) 차림으로 역수(易水)에 나와 전송하자, 형가(荊軻)가 칼을 어루만지며 격렬한 노래를 불러 최후의 작별을 하였다는 곳이다.
10월 9일, 탁주(涿州)의 북관(北關)에서 유숙하였다.
탁주(涿州)는 황제(黃帝) 헌원씨(軒轅氏)가 지남거(指南車)를 만들어 치우(蚩尤)를 잡았다는 곳이다. 성 동북방 10리쯤에 유비가 태어난 누상촌(樓桑村)이 있다. 또한 서쪽에는 장비(張飛)의 세마담(洗馬潭)이 있고, 남쪽에는 관우(關羽)가 우거(寓居)하던 곳이 있다.
10월 12일, 사신 일행은 드디어 북경에 도착하였다. 동악묘(東嶽廟)를 거쳐 땅거미가 질 때쯤 북경성의 동쪽문인 조양문(朝陽門)을 통하여 성안으로 들어갔다.
참고 및 인용 : 조천항해록(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고전용어사전(2001, 세종대왕기념사업회),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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