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병풍

병풍 13 - 화조영모도(花鳥翎毛圖) 1

從心所欲 2020. 12. 14. 06:51

영(翎)은 새 깃, 모(毛)는 짐승 털이라는 의미 때문에 지금 영모(翎毛)는 날짐승과 길짐승을 가리키는 것으로 일반화되어 있다. 그러나 그림의 분류 명칭으로 영모가 쓰이기 시작한 중국 북송 때에는 화훼와 결합되어 조류의 의미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그러다 화훼(花卉)와 영모가 화조(花鳥)로 통합되면서 화조의 의미에 길짐승인 축수(畜獸)를 포함시키기도 하고 제외하기도 하는 혼란을 거치기도 하였다가, 이후 중국에서 영모는 주로 금조류(禽鳥類)를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영향으로 조선에서도 영모도(翎毛圖)를 새만을 가리키는 의미로 받아들인 때도 있었다. 하지만 중기부터는 금조류와 축수류 전반의 그림을 영모도로 지칭하게 되었다. 『경국대전』에는 산수, 인물, 화초와 함께 영모가 4대 화문(畵門)으로 규정되었고, 정조 때는 인물, 속화(俗畵), 산수, 누각, 초충(草蟲), 매죽, 문방과 더불어 자비대령화원 취재(取才)의

8대 화문으로 명시되었다. 영모에 화조를 포함시켜 독립된 화문의 명칭으로 사용한 것은 조선시대가 유일하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까치, 오리, 원앙, 용, 호랑이, 해태, 개 등의 화제를 모두 영모로 분류하였다. 또한 정조 때의 규장각 자비대령화원의 녹취재(祿取才)에는 학, 백로, 봉황, 공작, 앵무, 꾀꼬리, 비둘기, 꿩, 닭, 기러기, 참새, 비취새, 매, 팔준마, 기린, 사자, 코끼리 등이 영모의 화제(畵題)로 출제되었다.

 

새와 짐승은 선사시대부터 벽사(辟邪)와 길상(吉祥)의 대상으로 형상화되어 온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 새와 짐승의 그림이 중국에서는 당나라와 북송 시대를 거치면서 감상화로서의 자리를 매기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영모도가 감상화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부터로 보고 있다. 고려 후기에 이규보(李奎報)가 “새와 짐승을 그린 것을 완상하려고 좌우에 두네.”라고 읊은 시를 통해서도 영모도가 감상화로서 정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한다.

 

영모는 산수와 인물 다음으로 조선시대의 그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문인화가, 화원화가를 막론하고 다양한 화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즐겨 그렸기에, 영모도는 화원풍, 문인풍, 민화풍 등 여러 양식으로 제작되었다.

 

오원(吾園) 장승업, 심전(心田) 안중식, 석지(石芝) 채용신은 모두 도화서 화원은 아니었지만 뛰어난 그림 실력 때문에 특별히 선발되어 어진(御眞) 등 궁중 그림을 그렸던 화가들이다.

 

[<채용신 필 화조영모도 병풍(蔡龍臣筆翎毛花鳥屛風)>, 10곡병풍, 지본채색, 각 폭 87.1 x 30.9cm, 국립중앙박물관 ㅣ채용신(蔡龍臣, 1850~1941)]

 

[장승업 <화조영모10첩병풍>, 지본담채, 각 폭 127.3 x 31.5cm, 국립중앙박물관 ㅣ 장승업(張承業, 1843~1897)]

 

[장승업 <화조영모10첩병풍>, 지본담채, 각 폭 141 x 31.3cm, 개인]

 

[<안중식필 화조영모 12폭병풍>, 10곡 병풍, 견본채색, 병풍: 198.0 x 464.5cm, 화면: 143.0 x 34.0cm, 국립중앙박물관 ㅣ 안중식(安中植, 1861~1919)]

 

아래는 작자 미상의 화조도(花鳥圖) 병풍들로, 궁중회화 방식으로 제작된 유물들이다.

연꽃과 매화, 모란, 국화 등의 여러 가지 꽃과 꿩, 오리, 백로 등 다양한 종류의 새들을 조합하여 병풍차를 그렸다. 각 화면의 한쪽에 치우친 구도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꽃과 새들을 배치하는 화면 구성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정형화된 느낌을 준다.

 

[화조도병풍(花鳥圖屛風), 4폭 병풍, 지본채색, 병풍: 171.5 x 53.5cm, 국립고궁박물관( www.gogung.go.kr ), 창덕6478]

 

[화조도병풍(花鳥圖屛風), 4폭 병풍, 지본채색, 병풍: 165 x 54cm, 국립고궁박물관( www.gogung.go.kr ), 창덕6489]

 

[화조도병풍(花鳥圖屛風), 4폭 병풍, 지본채색, 병풍: 175 x 58.8cm, 국립고궁박물관(www.gogung.go.kr), 창덕6494]

 

[화조도병풍(花鳥圖屛風), 4폭 병풍, 지본채색, 병풍: 167.3 x 54.8cm, 국립고궁박물관( www.gogung.go.kr ), 창덕6491]

 

아래 병풍의 두 폭에는 화면 중간에 8각형의 발기창이 나있다. 이들 화조도병풍이 장식적인 목적뿐 아니라 실생활에서 실용적인 용도로도 사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화조도병풍(花鳥圖屛風), 4폭 병풍, 지본채색, 병풍: 172.5 x 57.5cm, 국립고궁박물관( www.gogung.go.kr ), 창덕6477]

 

[화조도병풍, 4폭 병풍 중 1폭]

 

[화조도병풍, 4폭 병풍 중 2폭]

 

 

참고 및 인용 :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한국민속예술사전(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