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병풍

병풍 15 - 모란도(牡丹圖)

從心所欲 2020. 12. 16. 06:36

모란도는 중국에서 당나라 때부터 그려졌는데, 크게 두 가지 흐름을 보였다고 한다. 하나는 모란이 상서로운 꽃이자 성군(聖君)의 상징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왕실에서 서상화(瑞相畵)로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송(北宋)의 유학자(儒學者) 주돈이(周敦頤)가 자신이 연꽃을 사랑하는 이유를 적은 「애련설(愛蓮說)」에서 ‘모란은 꽃 가운데 부귀한 자[牡丹 花之富貴者]’라고 하면서부터 모란이 부귀영화를 상징하는 꽃이 되어 화조화로서의 모란도가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징성 때문에 모란은 북송 때부터 여러 예술품의 주요 의장문양으로도 사용되었으며, 주돈이가 ‘모란을 사랑하는 이들은 마땅히 많을 것이다[牡丹之愛 宜乎衆矣]’라고 한 대로, 여러 양식의 변화를 거치며 모란 그림이 기복화로 자리 잡게 되었다.

 

조선 전기와 중기에는 모란은 작약, 동백 등과 함께 화조화를 구성하는 기화요초의 하나로 그려졌다. 그러나 후기로 가면서 부귀영화의 상징성에 기복성(祈福性)이 더해지면서 모란의 비중이 커지고 단독 회화로 제작되었다. 모란화는 애초에는 채색화로 그려졌으나 11세기 말 이후 수묵기법의 모란도가 출현하면서 수묵화와 채색화로 모두 그려졌다.

 

모란도는 특히, 조선시대 궁중 행사와 국가의례에 병풍으로 제작되어 국가와 왕실의 위의를 보여 주는 용도로 다양하게 사용되었다. 이는 서상화(瑞相畵)로서의 전통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국상(國喪)과 같은 흉례는 물론 관례, 가례, 길례를 비롯하여 혼전(魂殿)과 어진을 봉안하는 곳에도 배설되는 등 왕을 상징하는 자리에 널리 사용되었다.

 

[<종묘친제규제도설병풍(宗廟親祭規制圖說屛風)> 中 제8폭 ‘친상책보의도(親上冊寶儀圖)’ 부분, 국립고궁박물관 ㅣ 이 병풍은 종묘에서 거행되는 주요 의식의 절차 등을 기록한 8폭 병풍이다. 그림은 왕이 직접 어책(御冊)과 어보(御寶)를 올리는 의식을 거행하는 장면의 일부인데 그림의 왼쪽 구석을 보면 휘장 아래에 모란도병풍이 배설된 것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궁중행사에서 모란도 병풍을 사용했다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1627년 『소현세자가례도감의궤』라고 한다. 현재 전하는 궁중용의 모란도 병풍은 대부분 19세기 이후 제작된 것이다.

 

[<모란도병풍(牡丹圖屛風)>, 8폭 병풍, 견본채색, 각 폭 205 x 54cm, 국립고궁박물관(www.gogung.go.kr) ㅣ창덕6434]

 

[<모란도병풍(牡丹圖屛風)>, 4폭 병풍, 견본채색, 각 폭 253 x 65cm, 국립고궁박물관(www.gogung.go.kr) ㅣ창덕6426]

 

[<모란도병풍(牡丹圖屛風)>, 4폭 병풍, 견본채색, 각 폭 331 x 67.7cm, 국립고궁박물관( www.gogung.go.kr ) ㅣ창덕6424]

 

[<모란도병풍(牡丹圖屛風)>, 4폭 병풍, 견본채색, 각 폭 190.5 x 64cm, 국립고궁박물관( www.gogung.go.kr )] ㅣ창덕6431]

 

서상화로서 궁중에서 제작된 모란도는 이처럼 중앙의 축을 따라 수직병렬식으로 전개되는 형태다. 탐스러운 꽃송이들이 달린 모란 줄기가 가득한 병풍차들로 구성되지만 비슷한 형태의 도안화된 그림을 각 폭에 반복함으로써 도식적이면서 장식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개중에는 이런 도식적 양식에서 벗어난 것도 있다.

 

[<모란도병풍(牡丹圖屛風)>, 4폭 병풍, 견본채색, 병풍: 182.8 x 263.9cm, 국립고궁박물관( www.gogung.go.kr ) ㅣ창덕6417]

 

앞의 병풍차들은 정형화된 도안을 반복하여 사용하면서 채색만 달리한 것에 비하여 이 병풍은 전체가 하나의 연결된 그림이다.

 

[<모란도병풍(牡丹圖屛風)>, 4폭 병풍 中 1,2폭]

 

[<모란도병풍(牡丹圖屛風)>, 4폭 병풍 中 3,4폭]

 

땅에 흩어져 자라는 모란을 네 면의 화폭에 담았다. 그림이 서로 연결되도록 장황하여 커다란 한 폭의 그림처럼 꾸몄다. 왕실 행사용 모란도 병풍들과는 달리 회화성이 강조된 병풍차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모란도(牡丹圖)> 10폭 병풍 역시 같은 형식이다. 10폭에 이르는 대형 화면에 각양각색의 모란 나무들이 다양한 모양의 괴석과 함께 연속적으로 그려졌다.

 

[<모란도(牡丹圖)> 10폭 병풍, 지본채색, 국립중앙박물관]

 

 

 

참고 및 인용 : 국립고궁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