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신화무적(神化無跡)」이라는 김홍도의 풍속화첩이 있다. 「신화무적(神化無跡)」은 ‘신의 조화(造化)는 자취가 없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속뜻은 알듯 모를듯하다.
화첩 표지 왼쪽 하단에 김홍도의 속화진적(俗畵眞跡)이라고 써놓은 글 때문에 김홍도 작품으로 소개는 하고 있지만, 박물관에서도 화풍이 김홍도와는 다름을 지적하고 있다. 박물관에서는 그림의 필치가 섬세하거나 정교하지는 않지만 인물들의 표정이 해학적으로 그려져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김홍도와 비교하여 솜씨가 비록 모자랄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근본 없는 이의 붓질은 결코 아니다. 설혹 김홍도의 진적이 아니더라도 서민들의 풍습을 이해하고 그 정취를 느끼기에는 아무 부족함이 없다. 큰 나무를 배경으로 한 인물의 배치도 안정적이다.
여덟 점의 그림이 들어있는 이 화첩에는 그림에 따로 화제가 없다. 여기에 붙인 이름은 임의로 적은 것이다.
종아리를 드러내놓고 빨래하는 여인 앞에서 지팡이를 더듬거리는 인물은 진짜 소경일까? 아닐까?
거사와 사당이 서로 갈 길을 상의하는 듯하다.
상의 앞자락을 풀어헤친 노승은 등을 긁고, 상좌는 무언가를 꼬려고 재료를 고르고 있다. 고깔은 승려나 무당이 굿을 할 때 쓰는 건(巾)으로, 절에서는 상좌가 쓴다고 한다. 상좌는 여러 승려 가운데에서 스승의 대를 이을 승려를 뜻한다.
독을 얹은 지게를 내려놓고 부싯돌로 담뱃불을 만들고 있다. 아마도 새우젓을 팔러 다니는 상인이 아닐까 싶다.
굽은 등에 지팡이를 짚고 손자를 업은 노파의 수고로움이 항아리에 물을 담아 나르는 물지게꾼에 못지않을 듯하다.
아마도 이 화첩 중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그림일 것이다. 말굽에 징을 박느라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워 지나던 노인이 훈수를 두려고 나서는 것처럼 보인다.
탕건(宕巾)은 갓 아래에 받쳐 쓰는 건(巾)이다. 이마에 대는 망건과 함께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감싸고 상투를 가리기 위한 것으로, 망건의 덮개이면서 갓의 받침으로도 사용되었다.
아이를 안은 채 소위에 앉아 담뱃대를 든 아낙의 모습이 여유롭기 그지없다. 맞담배질 운운하며 담배 필 때 남녀노소를 찾는 것은 아무래도 근대에 만들어진 풍속 같다.
참고 및 인용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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