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는 이재관의 그림들은 졸작이 드문 것이 큰 특징이라고 한다. 크기가 작은 그림에도 숙달되고도 간결한 필치를 유감없이 발휘하는데 소홀하지 않았다. 그 가운데서도 <귀어도(歸漁圖)>는 전하는 이재관의 소품 가운데서도 단연 백미(白眉)라는 평을 듣는 작품이다.
일견 중국풍의 관념 산수 같은 느낌이 들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또 크게 조선적인 풍정을 벗어난 것도 아니다. 달빛 속에 망태기를 걸머지고 집으로 귀가하는 어부를 작은 강아지가 사립문 앞에서 반긴다. 어부가 돌아가는 초가집은 담묵과 농묵을 적절히 섞은 주위의 나무숲에 푹 파묻혀 어딘가 별세계인 듯도 하다.
이원복 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이 그림을 ‘어떤 부분은 대담하고 소탈하게, 어떤 부분은 예리하고 주의 깊게 처리하여 화면을 예술적 향기로 가득 채우고 있다.’고 평했다.
이 그림은 원래 모두 8점으로 이루어진 《소당화첩(小塘畵帖)》의 여섯 번째 그림으로 알려져 있다.
<방우도(訪友圖)>는 같은 화첩의 여덟 번째 그림이다. 그림에 정유(丁酉)년 이라는 간기가 있어 1837년 때의 작품임을 알 수있다. 《소당화첩(小塘畵帖)》은 예전에 화첩의 8점 그림이 흑백도판으로 소개된 일이 있었으나 이후 그림들은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그 소재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초옥 안에서 책을 의지해 폭포가 있는 풍경을 바라보다 잠이 든 <모정오수(茅亭午睡)>, 소나무 숲에서 홀로 거문고를 타다 말고 물끄러미 흐르는 물을 바라보는 <송하탄금(松下彈琴)>, 파초가 있는 뜰 한 모퉁이에 사방관을 쓰고 평상에 앉아 차 끓이는 동자를 바라보는 <고사한일(高士閑日)>, 오동나무 잎이 무성한 초옥 안에서 긴 담뱃대를 든 기녀가 지난날을 회상하는 <오창회인(梧窓懷人)> 등 아래의 네 그림은 작품의 크기가 유사한 것으로 미루어 한 때는 같은 화첩에 있었던 그림들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앞에 본 이재관의 그림들에 비해서는 많이 복잡해 보이고 붓질도 어지러운 느낌이 든다.
다만 <오창회인(梧窓懷人)>은 수심에 잠긴 여인의 심사가 화폭 전체를 가득 메운 듯하여 눈을 끈다.
<시서궁기(詩書弓棋)>는 선비들의 여가에 가까이했던 시와 서(書), 활쏘기와 바둑 두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선비들의 고아한 모임을 그린 아집도(雅集圖)의 형태다.
이재관이 초상화를 비롯한 다방면에 재주가 뛰어났다고는 하나 역시 이재관의 그림은 아래 <초당독서(草堂讀書)>처럼 고요하고 은은한 기품을 자아내는 분위기가 일품일 듯하다.
'우리 옛 그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원김선생풍속도 1 (0) | 2021.02.12 |
---|---|
성협의 풍속화 (0) | 2021.02.11 |
이재관 월계탁금도(越溪濯錦圖) (0) | 2021.02.08 |
칠광도(七狂圖), 10현도(十賢圖) (0) | 2021.02.03 |
이재관 선인도(仙人圖) (0) | 2021.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