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협(成夾)은 19세기에 활동한 화가라는 사실 외에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없다. 독일신부로 조선에서 20년 머물렀던 안드레 에카르트(Andre Eckardt)의 「조선미술사(Geschichte der koreanischen Kunst)」에 성협을 신윤복의 친척이라고 소개한 것이 거의 유일한 기록일 정도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성협의 풍속화첩을 소장하고 있고 그 가운데 몇은 낯익은 그림도 있지만 그의 풍속화첩 전체가 소개된 적은 없는 듯하다. 화첩 중에서 그나마 가장 많이 알려진 그림이 야외에서 쇠 화로에 전립투를 올려놓고 고기를 구어 먹는 <야연(野宴)>이라는 그림일 것이다.
제발(題跋)의 내용은 이렇다.
【술잔과 젓가락 늘어놓고 온 동네 사람 모인 자리
버섯과 고기가 정말 맛나네.
늘그막의 식탐이 이쯤에서 다 풀리겠냐마는
푸줏간 앞에서 입맛만 다시는 사람 꼴은 되지 말아야지.】
그런데 이 그림은 2018년에 소개된 단원 김홍도의 23세 때 풍속화첩인 《단원속화첩(檀園俗畵帖)》속 <춘절야유도(春節野遊圖)>와 판박이다.
<야연(野宴)>은 성협이 단원의 그림을 모사했음이 분명하다. 이 그림뿐만 아니라 《단원속화첩(檀園俗畵帖)》의 일곱 그림이 성협의 풍속화첩에 모두 들어있다. 성협의 풍속화첩 속 그림들의 명칭은 아직 명확하게 정해진 바가 없어 《단원속화첩》의 명칭을 따라 소개한다.
이 그림은 성협 풍속화첩의 제일 첫 번째 그림이다. 나귀에 앉아있는 선비에게 어린하인이 조심스럽게 장죽을 전하는 모습이다.
【산서(山西)지방의 나귀는 양쪽 귀가 쫑긋
둥근 등자와 구슬 달린 말다래가 맑고 깨끗하다
천 척 곤륜산을 모두 올라가자고 하니
모두가 좋다고 한꺼번에 외치는 소리에 열기가 생기누나.】
【노름하는 재주가 많기도 하네.
쌍륙이니 골패니 교묘하고 까다롭다.
투전판은 해로움이 가장 심하니
앉은자리 오른편에 그림 그려놓고 교훈으로 삼으리라.】
【사람을 마주 보고도 말이 없음은 앞길이 바쁜 모양인데
얼굴 가득히 화장한 모습으로 자주 엷은 미소를 보낸다.
한밤중 강 누각의 봄은 바다 밑과 같아 맑은 새벽 와도 애석하지 않으리.】
위 그림들의 원본이라 할 《단원속화첩》은 이 블로그의 ‘우리 옛그림’ 카테고리에 ‘김홍도의 20대 그림’이라는 제목의 글에 들어있다. 성협의 풍속화첩은 ‘지질(紙質)이나 그림의 품격이 《단원속화첩》에 비해 현저히 격이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래서 그런지 별다른 연구 결과도 없다.
성협의 풍속화첩에는 총 14점의 그림이 들어있어, 나머지 그림이 7점이 더 있지만 그림 제목도 달리 없다. 임의로 제목을 붙였다.
참고 :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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