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도의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 열네 번째는 ‘진밀(縝密)’로, ‘주도면밀함’이다.
是有眞跡 : 여기에 참된 자취 있으나
如不可知 : 알 수는 없을 것 같도다.
意象欲出 : 의상(意象)이 나오려하니
造化已奇 : 조화(造化)가 이미 기이하도다.
水流花開 : 물 흐르고 꽃 피니
淸露未晞 : 맑은 이슬은 마르지 않았도다.
要路悠遠 : 중요한 길은 아득히 멀고
幽行爲遲 : 그윽한 곳 가는 길도 더디기만 하다
語不欲犯 : 말은 범하기를 바라지 않고
思不欲癡 : 생각은 어리석기를 원하지 않는다.
猶春於綠 : 봄날이 초록 풀빛에 있고
明月雪時 : 흰 눈에 밝은 달빛 비치는 때라.
신랄한 화평은 이 그림에도 계속된다. “이 그림은 위치를 잃고 쓸데없이 꾸미기만 하였다. 너무 심하다(此幅失之位置
冗雜粧撰 太其)”
열다섯 번째 시품은 소야(疎野)이다. ‘활달하여 예법에 얽매이지 않음’이다.
惟性所宅 : 본성이 가는대로
眞取弗羈 : 천진하게 취하고 얽매이지 않는다.
控物自富 : 만물을 버려 스스로 부유하게 여기고
與率爲期 : 언제나 솔직하기를 기하도다.
築室松下 : 소나무 아래에 집을 지어
脫帽看詩 : 모자를 벗고서 시를 읽는다.
但知旦暮 : 다만 아침과 저녁만 알 뿐
不辨何時 : 시간이 어느 때인지를 알지 못한다.
倘然適意 : 어쩌다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겠지만
豈必有爲 : 어찌 일부러 그렇게 하겠는가.
若其天放 : 그것이 사람 손 가지 않은 천연의 모습이라면
如是得之 : 이렇게 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라.
화평은 무덤덤한 편이다. “저녁 풍경을 그렸는데 곧 해가 넘어가는 정경이라(寫暮景 卽入日景).”
열여섯 번째 시품은 ‘청기(淸奇)’로 ‘맑고 기이함’이다.
娟娟群松 : 저 멀리 소나무 숲
下有漪流 : 그 아래 맑은 물 흘러간다.
晴雪滿汀 : 갠 날, 물가에 눈이 가득하고
隔溪漁舟 : 개울 건너엔 고기잡이배가 떠있다
可人如玉 : 마음에 맞는 사람 옥(玉) 같아
步屐尋幽 : 나막신 신고 깊숙한 곳을 찾는다.
載行載止 : 쳐다보다가 또 섰다가 하니
空碧悠悠 : 푸른 하늘은 아득하기만 하도다.
神出古異 : 예스러움과 기이함이 묘하게 나오니
澹不可收 : 담담함이 그리 없도다.
如月之曙 : 새벽에 떠오르는 달과 같고
如氣之秋 : 공기는 마치 가을과 같도다.
‘청기(淸奇)’의 정선 그림과 이광사 글씨는 유실되었다.
열일곱 번째는 ‘위곡(委曲)’으로, ‘세세하고 곡진함’이다.
登彼太行 : 저 태행산에 오르노라니
翠遶羊腸 : 푸르름이 굽은 산길을 에워싼다.
杳靄流玉 : 안개는 아득하고 옥빛 물 흐르는데
悠悠花香 : 꽃향기가 유유하다.
力之於時 : 이때에 힘을 쏟아
聲之於羌 : 피리소리 일어난다.
似往已回 : 가버린 것 같으나 이미 돌아오고
如幽匪藏 : 그윽한 것 같아도 감춰진 것은 아니다.
水理璇洑 : 물은 무늬 이뤄 돌고
鵬風翶翔 : 붕새는 바람 일궈 날아오른다.
道不自器 : 도(道)는 스스로 그릇이 되지 않고
與之圓方 : 정상에 따라 둥글게도 모나게도 되도다.
여전히 화평은 야박하다. "뜻은 얕은데 오로지 붓의 힘만 굳세다(意匠淺 而但筆力遒勁)"
참고 : 사공도시품첩과 18세기 회화비평(유승민), 국립중앙박물관,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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