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21 - 백성을 다스릴 방도를 생각하라.

從心所欲 2021. 3. 25. 06:17

[김홍도 외 <안릉신영도(安陵新迎圖)> 中 부분3, 지본채색, 전체 25.3 x 633cm, 국립중앙박물관]

▶<안릉신영도(安陵新迎圖)>는 황해도 안릉(安陵)에 새로 부임하는 관리의 행차를 긴 두루마리에 그린 행렬도이다. 조선시대에 제작된 의궤도에 보이는 반차도(班次圖) 형태로 그려졌다. 그림에 달린 글에 의하면 김홍도에게 그리게 했다고 적혀있지만, 그림의 세부 필치에 차이가 있음을 근거로 후세에서는 여러 화원 화가들이 함께 그렸을 가능성을 추정하고 있다.

선두 기수 행렬에 이은 중군(中軍), 악대(樂隊), 병방(兵房)의 행렬.

 

 

● 목민심서 부임(赴任) 제5조 상관(上官) 3

참알하고 물러가면 묵연히 단좌해서 백성을 다스릴 방도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너그럽고 엄숙하고 간결하고 치밀하게 규모를 미리 정하되, 오직 시의(時宜)에 알맞도록 할 것이며 굳게 스스로 지켜 나가도록 해야 한다.

(參謁旣退 穆然端坐 思所以出治之方 寬嚴簡密 預定規模 唯適時宜 確然以自守)

▶상관(上官) : 관리가 임지에 부임하는 것.

 

《치현결(治縣訣)》에,

“군자가 백성을 대할 적에 먼저 나의 성품이 편벽된 곳을 찾아 바로잡아야 한다. 유약한 것은 강하도록 고치고, 게으른 것은 부지런하도록 고치고, 강한 데 치우친 것은 관대하도록 고치고, 원만한 데 치우친 것은 위맹(威猛)하도록 고쳐야 한다.”

하였다.

▶《치현결(治縣訣)》 : 《치군요결(治郡要訣)》로도 불려지는 영 · 정조 때에 편찬한 목민서(牧民書)로 저자는 알 수 없다.

 

반드시 구준(丘濬)의 《대학연의보(大學衍義補)》, 조선료(趙善璙)의 《자경편(自警編)》, 설문청(薛文淸)의 《종정록(從政錄)》 등 책을 가져다가 그 중의 아름다운 말과 착한 행실이 마음에 감복되는 내용을 언제나 뽑아내어 되풀이하면서 몸소 본받아 실행하여 그 근원을 맑게 해야 한다.

또 《경국대전(經國大典)》, 《수교집록(受敎輯錄)》, 《결송유취(決訟類聚)》, 《무원록(無寃錄)》, 《종덕편(種德篇)》, 《의옥집(疑獄集)》 등의 책을 가지고 일에 앞서 연구하면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옛날 사람이 사람에게 의술을 가르칠 적에 매일 평명(平明)에 먼저 《효경(孝經)》과 《논어(論語)》를 읽게 한 것도 다 이러한 뜻이다.

▶구준(丘濬)... : 여기에 따로 주를 달지 않은 인물들은 모두 중국의 관리이거나 학자이다.

▶수교집록(受敎輯錄) : 조선조 숙종(肅宗)의 명에 의하여, 이익(李翊) 등이 중종 때의 법전인 《대전후속록(大典後續錄)》 이후 155년 동안의 교령(敎令)을 찬집(纂輯)한 책.

▶결송유취(決訟類聚) : 조선조 명종(明宗) 때 김백간(金伯幹)이 편집한 재판에 관한 편람(便覽).

▶무원록(無寃錄) : 중국 원(元)나라 때 지은 법의학(法醫學)에 관한 책. 뒤에 《증수무원록(增修無寃錄)》으로 다시 편찬된 것을 조선조 정조(正祖) 때 언해(諺解)하여 발간한 책.

▶종덕편(種德編) : 조선 중기의 정치가 김육(金堉)이 지방관을 위해서 편찬한 책. 사람을 구제한 사례와 재판에 관한 사례가 실려 있다.

▶평명(平明) : 해가 돋아 밝아올 무렵.

 

순암(順菴)의 《임관정요(臨官政要)》에 이렇게 말했다.

“천 리마다 습속이 같지 않고 백 리마다 기풍이 다르다. 한 성(省) 안에서도 산악과 해안지대가 적의함이 다르고, 한 현(縣) 안에서도 읍과 촌이 숭상하는 바가 다르다. 시장의 민심은 간교하고, 농촌의 민심은 질박하다. 백성을 다스리는 자는 형세를 살펴서 대처해야 할 것이다.

 

옛날 유중영(柳仲郢)이 경조윤(京兆尹)이 되었을 때 북사(北司)의 아전이 곡식의 납입 기일을 어기자 곤장을 쳐 죽이니 정령이 엄하고 밝아졌다. 뒤에 하남윤(河南尹)이 되어서는 관대하고 은혜로움으로써 정사를 행하였다. 어떤 사람이 경조윤 시절과 같지 않음을 말하니, 유중영이 ‘제왕이 계시는 곳에서는 위엄이 앞서야 하고 군읍을 다스릴 때는 은혜와 사랑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하였다.

최언(崔郾)이 섬주(陝州) 지방은 너그럽게 다스리고 악주(鄂州) 지방은 위엄 있게 다스리면서 말하기를 ‘섬주 지방은 토지가 메마르고 백성이 가난하므로 무마하여도 소요가 있을까 염려하였고, 악주 지방은 토지가 비옥하고 백성들이 억세므로 위엄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하였다.

장영(張詠)이 촉(蜀) 지방을 다스릴 때, 처음에는 엄하게 다루다가 두 번째 부임해서는 백성들이 자기를 믿는 줄을 알고, 드디어 엄한 태도를 고쳐 너그럽게 대하였다.

이는 모두 풍속에 따라 변통할 줄을 안 것이다.”

▶순암(順菴)의 임관정요(臨官政要) : 순암은 숙종 말기에 태어나서 정조 말기에 세상을 떠난 실학자 안정복(安鼎福, 1712 ~ 1791)의 호. 《임관정요》는 지방 수령의 치정(治政)에 관계되는 모든 문제를 서술한 책.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