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23 - 정사에 임할 때 서명날인에 신중 하라.

從心所欲 2021. 3. 31. 05:59

[김홍도 외 <안릉신영도(安陵新迎圖)> 中 부분5, 지본채색, 전체 25.3 x 633cm, 국립중앙박물관]

▶<안릉신영도(安陵新迎圖)>는 황해도 안릉(安陵)에 새로 부임하는 관리의 행차를 긴 두루마리에 그린 행렬도이다. 조선시대에 제작된 의궤도에 보이는 반차도(班次圖) 형태로 그려졌다. 그림에 달린 글에 의하면 김홍도에게 그리게 했다고 적혀있지만, 그림의 세부 필치에 차이가 있음을 근거로 후세에서는 여러 화원 화가들이 함께 그렸을 가능성을 추정하고 있다.

아전의 뒤를 이은 통인(通引), 세요수(細樂手), 기생(妓生)의 행렬.



● 부임(赴任) 제6조 이사(莅事) 1

이튿날 새벽에 개좌(開坐)하여 정사에 임(臨)한다.

(厥明開坐 乃莅官事)

▶이사(莅事) : 수령이 부임하여 실무를 맡아보는 일

▶개좌(開坐) : 관원이 출근하여 사무를 보는 것

 

상사(上司)에 올리는 보고문서 가운데 전례에 따라야 할 것은 곧바로 성첩(成帖) - 서명 날인하는 일을 성첩이라 한다. - 하고, 그 사리를 따져야 할 것은 모름지기 이속이 만든 초안(草案)을 가져다가 윤색하여 문안을 만들고 그들에게 다시 쓰도록 한다.

 

민간에 내리는 명령은 일자반구(一字半句)라도 함부로 성첩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다음에 나오는 6전(典) 36조(條) - 6×6=36 - 를 참고하여 하나하나 검사하고 그 안에 털끝만큼도 간계와 허위가 들어 있지 않음을 분명히 안 뒤에 성첩하는 것이 옳다. 혹 의심스러운 것은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수리(首吏)와 담당 아전을 불러 자세히 묻고 조사하여 그 본말을 분명히 안 뒤에 성첩하는 것이 옳다. 매양 보면, 가장 어리석은 사람일수록 일을 잘 아는 체하고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하여 어름어름 의심스러운 것을 그냥 덮어둔 채, 다만 문서 끝에 서명하는 것만 착실히 하다가 아전들의 술수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

▶6전(典) 36조(條): 이전(吏典)ㆍ호전(戶典)ㆍ예전(禮典)ㆍ병전(兵典)ㆍ형전(刑典)ㆍ공전(工典)의 각 전(典)마다 6조씩 36조.

 

혹 그 고을의 잘못된 전례가 이미 오래되었고, 또 그것이 전혀 사리에 합당하지 않은 것은 보고할 기한이 급박하지 않으면 책상에 그냥 두어 성첩하지 말고 개혁할 것을 도모할 것이요, 그 기한이 급박하고 혹 일의 단서가 복잡하여 갑자기 변경시킬 수 없는 것은 일단 명령을 내려놓고 천천히 개혁할 것을 도모해야 한다.

부임 도중에 부과(付過)된 자는 이날에 조사하여 훈계 방면하고 태형(笞刑)으로 다스릴 것까지는 없다. 혹 사면할 수 없는 사람은 가두어 두어 뒷날을 기다리게 한다. 부임한 지 10여 일 사이에는 형벌을 가하지 말아서 안팎의 소문에 관대 온후하고 강맹(剛猛)하지 않은 사람 같이 전해지는 것이 좋다.

▶부과(付過) : 관리나 군병(軍兵)들이 공무상 과실이 있을 때에 이를 바로 처벌하지 않고 관원 명부에 기록해두는 것.

▶강맹(剛猛) : 굳세고 사나움.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