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릉신영도(安陵新迎圖)>는 황해도 안릉(安陵)에 새로 부임하는 관리의 행차를 긴 두루마리에 그린 행렬도이다. 조선시대에 제작된 의궤도에 보이는 반차도(班次圖) 형태로 그려졌다. 그림에 달린 글에 의하면 김홍도에게 그리게 했다고 적혀있지만, 그림의 세부 필치에 차이가 있음을 근거로 후세에서는 여러 화원 화가들이 함께 그렸을 가능성을 추정하고 있다. 그림은 행차의 선두인 의장기(儀仗旗)를 든 기수 48명의 후미부분이다. 영기(令旗)에 이어 군뢰(軍牢), 중군(中軍), 악대(樂隊)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군뢰(軍牢)는 군대에서 죄인을 다루는 일을 맡아보던 병졸이다. |
● 부임(赴任) 제5조 상관(上官) 2
이에 부임해서 관속들의 참알(參謁)을 받는다.
(乃上官 受官屬參謁)
▶상관(上官) : 관리가 임지에 부임하는 것. ▶참알(參謁) : 관속들이 상관에게 나아가 뵙는 일. |
좌수(座首)를 불러 앉히고 이렇게 말한다.
“급하지 않은 공사(公事)는 출관(出官)까지 기다리되, - 부임한 지 3일 만에 출관(出官)한다. - 만일 시급한 공사(公事)가 있으면 비록 오늘이나 내일이라도 구애치 말고 아뢰어도 좋다.”
▶좌수(座首) : 조선시대 지방의 자치 기구인 향청(鄕廳 : 留鄕所 또는 鄕所)의 가장 높은 직임. 한 때는 수령권을 견제하는 기능을 담당하였으나, 선조 이후 그 임명권이 수령에게 넘어가면서 기능이 크게 약화되어 별감 이하 향원(鄕員)의 인사권과 군기(軍器)의 정비, 정군(正軍)의 선발, 군포전(軍布錢)의 징수, 환곡(還穀) 등 주로 대민업무의 실무를 담당하는 수령의 수석 보좌관격으로 전락되었다. ▶출관(出官) : 수령이 관아(官衙)에 나가 일을 보기 시작하는 것. |
공청이 굉장하고 화려하더라도 좋다는 말을 하지 말며, 공청이 퇴락하였더라도 누추하다는 말을 하지 말고, 좌우의 온갖 기물들이 아름답거나 추하더라도 또한 입을 열지 말고 일체 침묵을 지키어, 눈은 마치 보이지 않고 입은 마치 말을 못하는 것 같이 해서 숙연히 지껄이지 아니하여 부중(府中)이 물을 끼얹은 듯하게 해야 할 것이다.
부임하면, 반드시 진찬(進饌)하는데, 의당 특생(特牲)의 품(品)을 쓰되 작(爵)은 1헌(獻)이요, - 술 1잔 - 식(食)은 2궤(簋)요, - 떡과 면 각 1그릇 - 국[갱(羹)]은 2형(鉶)이요, - 모두 채소에다 고기즙을 버무려서 국을 만든다. - 육(肉)은 3조(俎)요, - 삶은 고기 1접시, 구운 고기 1접시, 생선회 1접시 - 유물(濡物)이 4두(豆)요, - 채소 2접시, 어육(魚肉) 2접시 - 건물(乾物)이 4변(籩)이요, - 과일 2접시, 육포(肉脯)ㆍ어포(魚脯) 1접시, 쌀가루 음식 1접시 - 이다. 이 이상 더 차려서는 안 된다.
▶진찬(進饌) : 음식상을 올리는 것 ▶특생(特牲) : 송아지. |
자제나 혹은 친척ㆍ빈객(賓客)으로 따라온 사람에 대해서는 의당 특돈(特豚) 소품(小品)을 쓰되 작이 1헌이요, 식은 1궤요, 1형, 1조, 2두, 2변이다. 더 차려서는 안 된다.
만일 쇠잔한 고을이라서 녹봉이 박하면 부임시의 찬은 마땅히 특돈 3정(特豚三鼎)을 쓰되 , 국 1형에 2두, 2변이요, 다른 것은 특생의 경우와 같다.
▶특돈(特豚) : 새끼돼지. |
선왕(先王)의 예에 음식은 5등이 있다. 첫째 태뢰(太牢)요, 둘째 소뢰(少牢)요, 셋째 특생(特牲)이요, 넷째 특돈 3정이요, 다섯째 특돈 1정이다. 그 변ㆍ두ㆍ궤ㆍ형은 각각 정해진 수가 있으니, 《삼례(三禮)》와 《춘추전(春秋傳)》에 보이는데, 그 예문에 대해서 나의 《제례고정(祭禮考定)》 제2권에 상세히 기재되어 있다.
▶태뢰(太牢) : 제사나 잔치의 음식에 소ㆍ양ㆍ돼지를 쓰는 것. ▶소뢰(少牢) : 제사나 잔치의 음식에 양ㆍ돼지를 쓰는 것. ▶삼례(三禮) : 중국 고대의 예에 대하여 서술한 고전으로 《의례(儀禮)》, 《주례(周禮)》,《예기(禮記)》를 가리킴. ▶춘추전(春秋傳) : 《춘추(春秋)》는 노(魯)나라 역사를 공자(孔子)가 비판 수정을 가한 것인데, 그 해석서로서 《좌전(左傳)》, 《공양전(公羊傳)》, 《곡량전(穀梁傳)》, 《호씨전(胡氏傳)》 등이 있다. ▶《제례고정(祭禮考定)》 : 제례(祭禮)를 상고한 정약용의 저술로 『여유당전서』 예집(禮集)에 수록되어 있다. |
옛날에 대부(大夫)는 제사를 소뢰로 지내고 그 식(食)은 특생이요, 사(士)는 제사를 특시(特豕)로 지내고 그 식은 특돈이니, 이 이상 넘을 수 없는 것이다.
대저, 예라는 것은 천지의 절문(節文)이다. 제사와 연향(燕享)은 더욱 신중히 해야 하는 것이니, 그 명목(名目)과 그릇 수는 가감할 수 없는 것이다. 예법을 경솔히 버리는 자는 반드시 국법도 가벼이 범할 것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예법을 중히 여기는 것이다.
행차가 중도에 이르면 미리 이 절차를 적어서 수리(首吏)에게 주어 본 고을에 사사로이 통기하게 하는 것이 좋다.
무릇 조(俎)에 차리는 높이는 2치가 넘지 못하게 하고 변(籩)에 차리는 높이는 3치 - 혹 2치 - 가 넘지 못하게 하며, 두(豆)에 차리는 높이는 1치가 넘지 못하게 해야 한다. - 모두 주척(周尺)을 논하는 것이다. -
▶조(俎) : 나무로 만든 제기(祭器). ▶변(籩) : 대로 엮어서 만든 제기. ▶두(豆) : 식혜나 김치 같은 것을 담는 제기의 일종 ▶주척(周尺) : 중국 주(周)나라에서 제정하였다는 기본 척도. 중국과 조선에서 국가 도량형(度量衡)의 기준으로 쓰여 왔다. |
수행하던 아전이나 하인들은 3일 간 말미를 주되 수리(首吏)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수리와 수교(首校)를 불러 다음과 같이 약속한다.
“조사(朝仕)는 동이 틀 무렵에 시작해서 참알례(參謁禮)가 끝나면 해가 뜰 때가 되도록 하라. - 일어나는 것은 동이 트기 전이어야 한다. -방아(放衙)는 2경(二更)에 할 것이니, 폐문한 뒤에 보리밥이 익을 동안이면 될 것이다. - 겨울밤에는 다소 늦어도 무방하다. - 매일 동이 틀 무렵이 되어 시노(侍奴)가 조사할 시간이 되었다고 고하면 수령 자신은 곧 문을 연다. - 시노는 곧 급창(及唱) - 매일 2경(二更)이 되면 시노가 방아할 시간이 되었다고 아뢰면 이에 드디어 물러가라는 영이 내려질 것이다. 오늘 이렇게 알리노니 모두 알게 하라. 그중 혹 시간을 어기는 자가 있으면 네게 죄를 줄 것이다.”
▶수리(首吏) : 각 지방 관아의 수석 아전. ▶수교(首校) : 각 고을 장교의 우두머리. ▶조사(朝仕) : 지방의 관속들이 아침에 상관을 뵙던 일 ▶방아(放衙) : 근무를 마치고 관아에서 물러 나오는 것 |
아침 일찍 조례(朝禮)를 행하는 것이 옛날의 예법이다. 군현이 작더라도 조례는 마땅히 그래야 한다. 매양 보면, 수령들이 기거(起居)하는 것이 절도가 없어서, 해가 세 발이나 떠오르도록 깊이 잠들어 있고, 아전이나 장교 등 여러 일을 맡은 자들이 문밖에 모여서 느릅나무ㆍ버드나무 그늘 아래 서성거리고 있으며, 송사하러 온 백성들이 머물러서 드디어 하루 품을 버리게 된다. 온갖 사무가 지체되며 만사가 엉망이 되니 매우 불가한 일이다. 혹 너무 일찍 일어나도 아전들이 괴롭게 여긴다.
비나 눈으로 땅이 질척거리면 참알(參謁)을 생략하도록 한다.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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