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22 - 향교와 사직단 참배

從心所欲 2021. 3. 29. 06:26

[김홍도 외 <안릉신영도(安陵新迎圖)> 中 부분4, 지본채색, 전체 25.3 x 633cm, 국립중앙박물관]

▶<안릉신영도(安陵新迎圖)>는 황해도 안릉(安陵)에 새로 부임하는 관리의 행차를 긴 두루마리에 그린 행렬도이다. 조선시대에 제작된 의궤도에 보이는 반차도(班次圖) 형태로 그려졌다. 그림에 달린 글에 의하면 김홍도에게 그리게 했다고 적혀있지만, 그림의 세부 필치에 차이가 있음을 근거로 후세에서는 여러 화원 화가들이 함께 그렸을 가능성을 추정하고 있다.

병방(兵房)과 집사(執事), 급창(及唱), 아전의 행렬.

 

 

● 부임(赴任) 제5조 상관(上官) 4

그 이튿날 향교(鄕校)에 나아가 선성(先聖)에게 알현(謁見)하고 이어 사직단(社稷壇)으로 가서 봉심(奉審)하되 오직 공손히 행해야 한다.

(厥明 謁聖于鄕校 遂適社稷壇 奉審唯謹)

▶상관(上官) : 관리가 임지에 부임하는 것.

▶향교(鄕校) : 각 주ㆍ부ㆍ군ㆍ현에 문묘(文廟)와 병설한 관립 학교

▶선성(先聖) : 옛날 성인을 말하기도 하나, 여기서는 공자(孔子)를 말한다. 성균관(成均館) 및 향교에는 공자의 위패(位牌)를 모셨다.

▶사직단(社稷壇) : 토지의 신(神)인 사(社)와 곡식의 신인 직(稷)에게 제사하는 단(壇)으로, 서울뿐만 아니라 각 군현에 있었다.

▶봉심(奉審) : 윗사람의 명을 받들어 사묘(社廟)를 보살피는 것

 

이날은 동트기 전에 일어나 횃불을 들고 향교에 가서 초를 켜고 배례를 행한다. 배례가 끝나면 전상(殿上)에 올라가 봉심하고, 다시 동서무(東西廡)로 가서 봉심한다.

나와서는 명륜당(明倫堂)에 앉아서 배례에 참여한 유생(儒生)들을 불러 서로 보되 답배(答拜)해야 한다. - 비록 서북(西北) 지방일지라도 이날은 답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동서무(東西廡) : 동무(東廡)와 서무(西廡). 문묘(文廟) 안에 유현(儒賢)들을 배향(配享)한 동쪽과 서쪽의 행랑을 가리킨다.

▶명륜당(明倫堂) : 성균관과 향교의 본 건물.

▶답배(答拜) : 절을 받고 답례(答禮)로 절하는 것.

 

유생들과 약속하기를,

“현임 향교 유생들은 서로 만나게 되겠지만, 사철 첫 달의 분향은 내가 몸소 거행할 것이요, 봄ㆍ가을의 석채(釋菜)도 내가 몸소 거행할 것이니, 그날에는 서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때때로 백일장(白日場)을 열어 선비들을 시험할 적에 재임(齋任)은 예의상 압반(押班)해야 할 것이니 그날은 서로 보게 될 것이요, 또 백성의 일이나 고을의 폐단에 대해서 공론을 알고자 하면 내가 응당 부를 것이니 그날 서로 보게 될 것이다. 제군들은 관아에 와서 청알(請謁)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다.

▶석채(釋菜) : 서울은 성균관(成均館) 문묘(文廟)에서, 각 지방은 향교 대성전(大成殿)에서 공자(孔子) 및 동서무(東西廡)에 배향(配享)한 선현(先賢)에게 올리는 제향(祭享). 음력(陰曆) 2월과 8월 상정일(上丁日 : 음력으로 매달 첫째 드는 정(丁)의 날)에 거행한다. 석전제(釋奠祭).

▶재임(齋任) : 향교의 임원.

▶압반(押班) : 백관의 위치할 위차(位次)를 정돈하는 것인데, 여기서는 응시자들의 위치를 정돈하는 것.

▶청알(請謁) : 뵙기를 청하는 것.

 

돌아와서 예리(禮吏)를 불러 이렇게 경계한다.

“이와 같이 약속을 하였으니 너는 그것을 알아서 통알(通謁)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사직단으로 가서 조복(朝服)을 입고 봉심하고, 예감(禮監) - 곧 관청별감(官廳別監) - 을 여단(厲壇)ㆍ성황단(城隍壇)으로 보내서 봉심하고 오도록 한다.

한 고을의 신으로는 사직(社稷)이 가장 크다. 근래 수령들이 전혀 삼가서 하지 않으니 매우 옳지 못하다. 여단이나 성황단도 몸소 가지는 않더라도, 수령은 모든 신의 주재자이니, 부임한 처음에 예를 차려 사람을 보내어 봉심하는 것이 옳다.

드디어 돌아와서 참알(參謁)을 받는다.

▶예리(禮吏) : 예전(禮典)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아전.

▶통알(通謁) : 명함을 통하여 면회를 요구하는 것. 통자(通刺)라고도 한다.

▶여단(厲塘) : 못된 돌림병을 퍼뜨리는 악귀(惡鬼)를 위무(慰撫)하는 뜻으로 지내는 제사인 여제(厲祭)를 지내는 제단(祭壇).

▶성황단(城隍壇) : 부락의 수호신으로 받드는 곳. 서낭당이라고도 한다. 사직단, 여단과 함께 군현마다 설치되어 삼단(三壇)이라고 일컬었다.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