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29 - 다스리는 지역의 지도를 그려 풍속과 사정을 살피라.

從心所欲 2021. 4. 19. 05:48

[<필자미상경직도(筆者未詳耕織圖)> 8폭 中 4폭, 지본담채, 102.7 x 47.3cm, 국립중앙박물관] 

 

 

● 부임(赴任) 제6조 이사(莅事) 7

다음날 노리(老吏)를 불러서 화공(畵工)을 모아 본현(本縣)의 사경도(四境圖)를 그려 관아의 벽에 걸어 두도록 한다.

(厥明日 召老吏 令募畵工 作本縣四境圖 揭之壁上)

▶이사(莅事) : 수령이 부임하여 실무를 맡아보는 일

▶노리(老吏) : 나이 많은 아전

▶사경도(四境圖) : 관할 지역의 사방 경계를 나타낸 지도.

 

《치현결(治縣訣)》에는 이렇게 말하였다.

“지도 가운데 강줄기와 산맥은 실제와 꼭 같게 그리도록 힘쓰고 동서남북과 사방의 방위(方位)를 각각 표시하여 나누고, 향명(鄕名)과 이명(里名) - 속칭으로 향을 면(面)이라 한다. - 도 역시 각각 표시하며, 사방 길의 이수(里數)와 여러 마을의 인구의 다소와 큰길과 작은 길ㆍ다리ㆍ나루터ㆍ고개ㆍ정자ㆍ객점(客店)ㆍ사찰(寺刹)이 있는 곳 등을 모두 밝혀 놓아야 한다. 이로써 인정 풍속을 살필 수 있고 그곳 사정을 알 수 있으며, 또 아전과 백성들이 왕래하는 길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생각건대, 이 지도는 가장 긴요한 것이다.

본현(本縣)에 만약 화공이 없으면 이웃 현에서 데려오되 비록 솜씨가 졸렬하더라도 괜찮다. 모름지기 노숙한 향임(鄕任), 아전, 군교들이 관장하여 지도를 만들게 한다. 우리나라의 지도는 지형의 길고 짧음을 따지지 않고 모두 방형(方形)으로 만들어서 쓸모가 없다. 모름지기 먼저 경위선(經緯線)을 그어놓고 1칸을 10리로 하여 동쪽으로 1백 리 거리에 있는 것이면 지도상에는 동쪽 10칸에 있게 하고, 서쪽으로 10리 거리에 있는 것이면 지도상에는 1칸 서쪽에 있게 그려야 하며, 현의 관아가 꼭 중앙에 그려져 있게 할 필요는 없다. 1백 호가 있는 마을은 호수를 다 그려 넣을 수 없으나 집이 조밀하게 있는 모양을 그려서 큰 마을임을 알게 하면 된다. 한 집 두 집이 산골짜기에 끼여 있는 것도 빠뜨리지 말아서 사람이 살고 있음을 알게 하여야 한다. 기와집과 큰 집도 또한 각각 표시하여 토호(土豪)의 집임을 알게 하는 것이 좋다.

▶경위선(經緯線) : 경선(經線)과 위선(緯線).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