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임(赴任) 제6조 이사(莅事) 8
인장(印章)의 글씨는 마멸되어서는 안 되고, 화압(花押)은 조잡해서는 안 된다.
(印文不可漫滅 花押不可草率)
▶이사(莅事) : 수령이 부임하여 실무를 맡아보는 일 ▶화압(花押) : 도장 대신 붓으로 직접 서명한 것. 즉 수결(手決)과 같은 것으로, 요즘의 사인(Sign)이다. 조선시대에는 대개 초서(草書)로 썼다. |
전자(篆字)가 모호하면 아전들이 농간질하기 쉽다. 그러므로 아전들은 말을 만들어서,
“인장을 바꾸는 이는 벼슬이 속히 갈린다.”한다.
이에 어리석은 수령은 이 말을 깊이 믿어서 감히 인장을 고쳐 새기지 못하고 글자가 뭉그러지고 획도 없는 것으로 난잡하게 찍는다. 그래서 호박껍질이나 삿갓 조각으로 찍어도 족히 첩(牒)이 되고, 첩(帖)이 되고, 계(契)가 되고, 권(券)이 될 수 있다. 그것을 뒷날의 사람들이 어찌 분별할 수 있겠는가. 부임하는 당초에 인장의 글이 분명하지 않음을 발견하면 바로 예조(禮曹)에 신보(申報)하여 다시 만들도록 하고 달을 넘기지 않는 것이 옳다.
▶전자(篆字) : 한자(漢字)의 한 서체(書體)로 대전(大篆)과 소전(小篆)이 있다. 도장은 흔히 전자(篆字)로 새긴다. |
화압(花押)도 또한 그러하다. 만약 그린 법이 조잡하여 낱낱이 같지 못하면 간교한 폐단이 생긴다. 물정을 잘 살피고자 한다면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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