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다운 나라

한 때는 부러웠던 대통령 - 호세 무히카

從心所欲 2018. 5. 6. 16:57

 

 

 

 

연설문보다 더 감동적이었던 것은 그의 삶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우루과이라는 나라의, 이름도 생소한 호세 무히카 대통령.

그런 그가 우리나라에서 주목받게 된 것은 아마도 호세 무히카가 하원의원이던 시절 6개월 동안 작가와 인터뷰한 대담집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 출간되면서, 출판사가 배포한 책 홍보 기사가 여러 언론 매체에 의해 재생산되었던 덕분이었을 것으로 짐작한다. 

 

 

 

호세 무히카 대통령은 재임 기간 소탈한 서민행보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궁을 노숙인들에게 내주고 부인 명의 농장에서 생활한 것은 물론 재임 기간의 월급(약 1,600만원)

중 90%를 사회단체에 기부했으며 그의 재산 목록에는 농장과 1987년제 폭스바겐 비틀(Beetle) 한 대, 트랙터

2대 등만이 등록돼있었다. 대통령 퇴임식을 마치고는 자신의 고물 비틀을 타고 수도 몬테비데오 외곽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갔다고 한다. 책 제목대로 그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별명을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필요 없어서 안 가질 뿐이라는 것이다.

 

 

 

 

 

2015년 즈음.

우리에게 - 아니면 적어도 내게는 -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이 나라가 암울하고 희망이 없어 보이던 시절이었다. 그 때에 호세 무히카 대통령을 가졌던 우루과이라는 나라는 나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남미 어느 구석에 있는 나라, 축구에 열광하지만 언제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밀려 다른 남미 국가들과 도토리 키재기하는 나라, EPL 리버풀 소속으로 실력만큼이나 다른 선수들의 귀를 물어뜯는 괴상한 행동으로 유명한 루이스 수아레즈의 조국인 나라. 이것이 내가 아는 우루과이라는 나라의 전부인데도 그 나라가 부러웠었다.

 

한 때 대통령의 최고 덕목은 능력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판단력, 결단력, 추진력, 통솔력 같은 것들이었다.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있으면 자의든 타의든 국가를 위해 혼심을 다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 믿었다. 비효율적 정책을 결정하고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정치를 하는 것은 대통령의 개인적 능력이 모자란 때문이라 생각했었다.

뒤늦게 그런 나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게 되었다. 대통령에게는 능력 못지 않게 철학이나 가치관 같은 인적 자질도 중요하다는 것을 이 나라가 돌아가는 꼴을 보며 거의 매일처럼 절감하면서부터였다.

 

 

 

그러던 때에 호세 무세카 대통령에 대한 글들을 접하니 그런 대통령을 가졌던 우루과이라는 나라가 한없이 부러웠다.

호세 무히카의 여러 말들이 나를 설레게 했다.

 

 

 

 

 

이런 철학과 혜안과 소신을 갖은 대통령이라면 설사 그 국정운영의 결과가 미흡할지라도 내가 국민이라면 크게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내가 남의 나라에 대한 부러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에 나는 감사한다.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더욱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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