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율기(律己) 제3조 제가(齊家) 11
물건을 살 때에 가격을 따지지 않고 사람을 위력으로 부리지 않으면 규문(閨門)이 존엄해질 것이다.
(貿販不問其價 役使不以其威 則閨門尊矣)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령이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를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고, '가정을 바로 다스리는 것‘을 뜻하는 제가(齊家)는 그 가운데 3번째이다.
《상산록(象山錄)》에 이렇게 적었다.
“매양 보면, 법도 없는 집은 수리(首吏)ㆍ주리(廚吏) - 관청색(官廳色) - ㆍ수노(首奴)ㆍ공노(工奴) - 공고직(工庫直) - 들이 늘 염석문(簾席門) 밖에 섰다가 무명ㆍ삼베ㆍ명주ㆍ생모시 따위를 보따리로 싸서 지게에 잔뜩 지워 내아(內衙)에 보내어 고르도록 하면, 억센 노비들이 분부를 전하되, 거칠다느니 성글다느니 값이 비싸다느니 하며 좋은 물건을 골라 싼값으로 팔기를 강요한다. - 싼값으로 좋은 물건을 사려는 것이다. - 시끄러운 소리가 바람결에 흘러나가고 얕은 속셈이 여러 사람의 눈에 훤히 드러나 보인다. 그러므로 장수가 포목을 가지고 밖으로 나오자 나쁜 소문이 사방에 퍼지니 이것은 천하의 큰 수치이다.
마땅히 미리 약속을 정하되 무릇 포백(布帛)을 사들이는 권한은 수노에게 일임하고 - 수리(首吏)도 큰 아전이니 이런 잔일을 맡기는 것은 좋지 않다. - 수노는 자신이 묵인(墨印)을 찍어서 책방에 바치고, 책방은 펴보지 말고 내아에 들여보낸다. 내아에서는 비록 승수(升數)가 반으로 줄고 가격이 곱절이 되었더라도 되돌려 보내지 않고 이런저런 말이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가정의 법도가 어그러지지 않고 나쁜 소리가 퍼지지 않을 것이다.”
▶수노(首奴) : 관노비들의 우두머리. ▶공노(工奴) : 공방(工房) 소속의 관노. ▶염석문(簾席門) : 각 고을 관아(官衙)의 안채인 내아(內衙)의 바깥문. 바깥쪽에서 보이지 않도록 발이나 자리를 쳐서 가렸다. ▶승수(升數) : ‘승’은 우리말로 ‘새’인데, 피륙의 날을 세는 단위. 승수가 높을수록 고운 재질이다. |
《상산록》에 또 이렇게 적었다.
“무식한 부녀자들은 관비(官婢)를 집안 종 부리듯 해서 매를 때리기도 하며 우격다짐으로 감독한다. 기한을 촉박하게 정하고 매질을 엄혹하게 하여 원한이 그의 일신으로 돌아오고 비난하는 소리가 사방에 퍼지니 어찌 이래서야 되겠는가. 안으로부터 일언반구(一言半句)도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내외의 의복은 관비와 관기에게 바느질을 시켜서는 안 된다. 만일 부득이 남의 손을 빌어야 할 경우에는 침비(針婢) - 이른바 침장(針匠)이라는 것이다. - 를 불러서 침가(針家) - 읍마다 다 있는데 침가는 선수자(善手者)라고도 한다. - 로 보내어 삯을 주고 짓는 것이 좋다.
매양 보면, 안사람들이 온필의 가는 누비감 - 속칭 필누비(疋縷飛) - 을 강제로 침기(針妓)에게 맡기면 침기는 제 비녀ㆍ팔찌ㆍ솥 등을 팔아서 침가(針家)의 삯을 치르게 되니 그 원성이 하늘에 사무친다. 그 비녀ㆍ팔찌ㆍ솥은 본래 음란한 짓을 해서 마련한 것들인데, 그것으로 옷을 짓고 조복(朝服)이나 제복(祭服)을 만들어 부모가 물려준 몸을 가리니, 임금을 공경하고 선조(先祖)를 공경하며 부모가 물려준 몸을 공경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말하기도 더러운 일이다.
다만 부중(府中)의 가난한 손님에게 주는 옷은 그 바느질이 거칠더라도 굳이 남의 손을 빌 것이 아니고, 침기(針妓)에게 시키는 것이 좋다.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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