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91 - 재물은 버리는 것이 없어야 한다.

從心所欲 2021. 11. 26. 11:09

[경직도 12폭 병풍(耕織圖 十二幅屛風) 中 6폭, 면본채색, 병풍전체크기 137.2 x 406.8cm, 국립민속박물관]

 

● 율기(律己) 제5조 절용(節用) 10
천지가 물(物)을 낳은 것은 사람으로 하여금 누려서 쓰게 한 것이니, 한 물건이라도 버림이 없게 해야 재물을 잘 쓴다 할 수 있다.
(天地生物 令人享用 能使一物無棄 斯可曰善用財也)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령이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를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다. 율기(律己)의 제5조인 ‘절용(節用)’은 씀씀이를 아끼는 일이다.

 

도간(陶侃)이 형주(荊州)에 벼슬살이할 때 선관(船官)을 시켜 톱밥은 모조리 챙겨 두게 했다가 눈 녹은 진창을 막는 데 썼고, 대[竹]의 두터운 밑동을 산처럼 쌓아 놓게 했다가 후에 환공(桓公)이 촉(蜀)을 칠 적에 배 수선하는 데 못으로 사용하였다.

▶도간(陶侃) : 중국 진(晉)나라 때의 무신(武臣).
▶환공(桓公) : 진목제(晉穆帝)부터 효무제(孝武帝) 때의 권신(權臣)이었던 환온(桓溫).

 

패항(貝恒)이 동아령(東阿令)이 되어 벼슬살이할 때 비록 작은 물건이라도 반드시 생각이 백성에게 미쳤다. 건축ㆍ수리하고서 남은 물건으로 버려진 쇳조각, 해진 가죽, 헌 새끼, 헌 종이 따위들을 모조리 보관해 두었다가, 공장(工匠)이 한가하면 가죽은 삶아서 아교를 만들고 쇠붙이는 녹여서 절굿공이를 만들며 종이나 새끼는 두드려 찧어서 양의(穰衣)를 만들어 창고에 저장하였다. 마침 황제(皇帝)가 북경(北京)을 순행(巡幸)하여 칙사(勅使)가 황제가 임석할 석전(席殿)을 세우기를 독촉하므로 저축해 두었던 것을 모조리 급한 용도에 충당하고 백성들의 힘을 소모하지 않았다.

▶패항(貝恒) : 명(明)나라 때의 관리.
▶양의(穰衣) : 짚으로 만든 옷으로 천역(賤役)에 종사하는 사람의 옷.

 

윤현(尹鉉)이 호조 판서(戶曹判書)로 있을 때에 무릇 해진 자리, 지의(地衣), 청연포(靑緣布)를 모두 창고 안에 저장해 두니 여러 사람들이 비웃었다. 그 후에 해진 자리는 조지서(造紙署)에 보내어 맷돌에 갈아서 종이를 만들게 하니 종이의 품질이 가장 좋았고 청연포는 예조(禮曹)에 보내어 야인(野人)들의 옷 단추를 만들게 하였다.

▶윤현(尹鉉) : 1514 ~ 1578. 조선의 문신. 본관은 파평(坡平), 시호는 충간(忠簡). 광주목사(廣州牧使), 경기관찰사(京畿觀察使), 호조 판서 등을 지냈으며 청백리(淸白吏)에 녹선(錄選)되었다.
▶자리 : 왕골, 부들, 갈대 등으로 사람이 앉거나 누울 수 있도록 바닥에 까는 물건.
▶지의(地衣) : 가장자리를 헝겊으로 꾸미고 연폭(連幅)하여 크게 만들어 제사 때에 쓰는 돗자리.
▶청연포(靑緣布) : 푸른 선을 두른 베.
▶조지서(造紙署) : 종이 만드는 일을 담당하던 관아.
▶야인(野人) : 조선시대 압록강과 두만강 이북에 살던 종족.

 

고을 백성이 나무로 송덕비(頌德碑)를 만들어 세우거든 바로 뽑아서 공고(工庫)에 저장해 두었다가 그 중에서 큰 것은 상(喪)을 당하고도 관(棺)이 없는 백성에게 주고 작은 것은 초합[燭盒]이나 먹이통 등 자잘한 기구를 만들어 써서, 다시 백성의 동산에서 재목을 요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초합[燭盒] : 초상자,
▶먹이통 : 미끼통.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