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89 - 어진 수령은 공적인 물건도 자기 것처럼 아껴야한다.

從心所欲 2021. 11. 20. 00:28

[경직도 12폭 병풍(耕織圖 十二幅屛風) 中 4폭, 면본채색, 병풍전체크기 137.2 x 406.8cm, 국립민속박물관]

 

● 율기(律己) 제5조 절용(節用) 8
사용(私用)의 절약은 보통사람도 할 수 있지만 공고(公庫)를 절약하는 이는 드물다. 공물(公物)을 사물(私物)처럼 보아야 어진 수령인 것이다.
(私用之節 夫人能之 公庫之節 民鮮能之 視公如私 斯賢牧也)
▶율기(律己)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2편인 율기(律己)는 자신을 가다듬는 일을 말한다. 수령이 자신의 몸가짐을 가다듬는 일부터 은혜를 베푸는 일까지 6조로 나누어 논하고 있다. 율기(律己)의 제5조인 ‘절용(節用)’은 씀씀이를 아끼는 일이다.

 

고을마다 반드시 공용의 재정이 있어 제고(諸庫)가 설립되었다. 처음에는 이름을 공용이라 하여 설립하지만 그것이 차차 오래가게 되면 사용으로 지출되어 그릇된 관례가 겹겹이 생기고 절제 없이 낭비하게 된다. 그것이 본래 공용의 고(庫)이기 때문에 수령이 살피지 않고 감독하는 아전과 창고 맡은 종들이 온갖 방법으로 속여서 도둑질에만 뜻을 둔다. 재정이 바닥나면 또 거듭 거두어들이니 이는 각 도의 공통된 폐단이다.

그 제고(諸庫)의 이름을 보면 보민고(補民庫)ㆍ보역고(補役庫)ㆍ보향고(補餉庫)ㆍ보폐고(補弊庫)ㆍ해현고(解懸庫)ㆍ식견고(息肩庫)ㆍ고마고(雇馬庫)ㆍ수성고(修城庫)ㆍ양사고(養士庫)ㆍ장빙고(藏氷庫)ㆍ군기고(軍器庫)ㆍ군수고(軍需庫)ㆍ진휼고(賑恤庫)ㆍ전관고(傳關庫)라 하여 그 명목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 쓰는 것은 법식이 없으니 이는 불가불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보민고(補民庫) ... 전관고(傳關庫) : 여기 나열된 고(庫)가 각 군현에 모두 설치된 것은 아니고, 그중 한둘 혹은 몇 개씩 설치되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지방관청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하여 지방민에게서 거둔 돈과 곡식을 보관해두던 창고인 민고(民庫)이다. 보민 · 보역고는 요역의 재원으로, 보향고는 군역에 대비하여, 보폐 · 해현 · 식견고는 급한 잡역(雜役)에 대비하여, 수성고는 읍성(邑城)·산성(山城)의 수리를 위하여, 양사고는 군대 양성에, 장빙고는 얼음의 저장을 위해, 군기·군수고는 군물(軍物)의 마련을 위해, 진휼고는 흉년의 구휼을 위해, 전관고는 상급 기관과의 연락을 위한 재원으로 설치된 민고이다.

 

수령은 한 고을을 주재(主宰)하는 사람이다. 한 고을의 일을 주관하지 않는 것이 없고 책임은 윗사람에게 있으니 어떻게 핑계를 하랴.

일용의 하기(下記)는 조목조목 밝히 살펴서 아주 조그마한 것들이라도 그저 넘겨 버려서는 안 된다.

관주(官廚)의 하기(下記)나 현사(縣司)의 하기를 세밀히 검토하면 욕을 당하고, 제고(諸庫)의 하기나 학궁(學宮)의 하기를 세밀히 검토하면 위엄이 서니, 이는 공사(公私)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학궁(學宮) : 보통은 성균관을 뜻하나 여기서는 고을에 있는 문묘(文廟)와 거기 딸린 학교(學校).

 

그 법을 마련할 때에 본디 세밀히 하지 못했던 것은 고치기도 하고 잘못된 관례는 없애기도 하며 허점을 보완함으로써 폐단을 없애도록 하는 것이 좋다. 모두 봉공(奉公)의 수법조(守法條), 예전(禮典)의 흥학조(興學條), 호전(戶典)의 부역조(賦役條) - 민고절목(民庫節目) - 병전(兵典)의 군기조(軍器條) - 수병조(修兵條)를 말한다. - 에 보이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정만화(鄭萬和)는 여러 번 감사(監司)를 지냈는데 가는 곳마다 저축이 넘쳐 그득하게 되었다. 처음 부임하였을 때는 조금 남았으나 나중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남게 되었던 것이다. 일찍이 탄식하여 말하기를,

“내가 빼돌리고 속이는 것을 막아 버렸더니 1년 동안에 이만큼 남게 된 것이다. 절용이야말로 어찌 백성을 사랑하는 근본이 아니겠는가.”

하였다.

▶정만화(鄭萬和) : 1614~1669. 조선의 문신. 본관은 동래(東萊). 경상ㆍ전라ㆍ평안도의 관찰사를 지냈고, 선정이 있었다. 예조ㆍ형조의 참판(參判)에 이르렀다.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