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건축물

우리 옛 건축물 16 - 기둥 2

從心所欲 2018. 6. 4. 10:24

 

[부석사 무량수전 실측도]

 

 

전면에 배흘림기둥이 6개 있다.

옛 건물의 기둥은 단순히 모두 기둥이라고 부르지 않고 나름대로 이름들이 있다. 우선 건물 외부에서 보이는

외곽기둥들을 평주(平柱)라고 부른다. 평주 중에서도 또 건물 모서리에 있는 기둥을, 모퉁이 우(隅)字를 써서

우주(隅柱), 우리말로는 귀기둥(귓기둥)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위의 무량수전 실측도에는 전면에 6개의

평주가 있는 것이고 그 중 2개는 우주인 것이다. 우리 옛 건물은 귓기둥에 추녀가 걸리고 하중을 제일 많이 받기

때문에 평주보다는 굵게 만드는 것이 보통이며 귀솟음에 의해 기둥 높이도 평주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평주라는

명칭은 건물 내부에 있는 기둥들과 구분하기 위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의 건물은 겨울의 추위와

여름의 더위를 동시에 견뎌야 하는 구조적인 이유로 가운데 공간을 사방으로 퇴칸(退間)이 감싸고 있는 이중구조를

이루고 있다. 지붕은 또 경사가 있기 때문에 외부에 돌려지는 기둥보다 내부에 돌려지는 기둥의 높이가 높다.

따라서 기둥 높이를 기준으로 외곽기둥을 평주(平柱)라 하고 내부의 기둥을 고주(高柱)라고 한다.

 

 

[고주, 평주, 귓기둥 개념도]

 

우리 옛 건물에서 기둥은 건축적 기능 외에 건물의 크기를 짐작케 해주는 역할도 담당했다. 우리 옛 건물들에

대한 설명에는 크기가 거의 정면 몇 칸(間), 측면 몇 칸으로 나와 있다. 기둥과 기둥 사이를 주칸(柱間)이라고

하는데 이를 줄여 칸(間)이라고 부른다. 무량수전 같은 경우는 정면 기둥이 여섯 개니까 주칸이 5개라, 정면

5칸이 되는 것이다. 칸은 길이뿐만 아니라 면적의 단위로도 사용된다. 사방 각각 1주칸인 공간은 1×1=1칸의

면적이 된다. 무량수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이니까 5×3=15로 15칸 넓이의 건물이 되는 것이다.

 

 

 

대개는 건물의 정중앙 칸을 조금 넓게 하는데 이를 정칸(正間)이라고 하고 궁궐건물에서는 어칸(御間)이라고

한다. 그리고 정칸의 좌우칸은 가까운 곳부터 제1협칸(第一夾間), 제2협칸(第二夾間)이라고 하며 협칸이

반 칸일 경우 퇴칸이라고도 한다. 협칸은 좌우 대칭으로 배치되므로 이를 구분하기 위해 이름 앞에 좌우를

붙여주는데 이때 좌우는 주인이 건물에 앉아서 내다보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요즘도 흔히 방 하나 있는 집을 단칸방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단칸방의 면적은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 옛 건물의 기둥 사이 간격은 보나 도리가 건너갈 수 있는 범위 안이어야 하고 이에 따른 목재의 길이 때문에

기본적인 길이가 제한되어 있었다. 그래서 살림집에서는 1칸이 8자(2.4m)정도가 보통이었으며 사찰이나 궁궐은

10자에서 12자 사이였다고 한다. 민가의 8자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단칸방은 대략 1.7평 남짓 되는데 8자로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니까 물론 면적의 편차는 있다. 그럼 민가에서 가장 크다는 아흔아홉 칸 집은 얼마나

큰 집 이었을까? 1칸을 8자 기준으로 할 때 건축면적은 대략 173평쯤 된다. 물론 정확한 수치는 아니고 그저 대략적

개념 파악 측면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집의 크기는 건물 배치를 어떻게 하고 마당 공간을 얼마나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안채, 사랑채, 행랑채로 구분되는 조선시대의 건물배치 구조를 고려할 때, 99칸 집을 지으려면 대지면적이 최소 1,000평 가까이는 되지 않았을까하는 어림짐작이다.

 

기둥 중에 또 어미기둥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어미기둥은 주로 건물 측면 외벽에 생기는데 봉정사 극락전의

경우 측벽 정중앙에 (용마루 밑의)종도리까지 이르는 고주가 사용되었다. 이런 기둥을 어미기둥이라고 부른다.

 

[봉정사 극락전 측면 어미기둥]

 

 

어미기둥이 이렇게 종도리까지 올라간 경우는 봉정사 극락전이 유일한 경우라고 한다. 아래 사진은 극락전

내부에서 본 어미기둥 사진이다.

 

 

 

같은 어미기둥이라도 수덕사 대웅전의 경우는 보 밑에서 끝나고 만다.

 

[수덕사 대웅전 측면 어미기둥]

 

 

또 하나,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는 기둥이 있는데 동바리기둥이라는 것이다. 마루 밑을 받치는 짧은 기둥을

말하는데 동바리(童發伊, 童發里)는 짧은 받침기둥이란 의미의 한자와 순우리말이 결합된 용어라고 한다.

 

[동바리 기둥]

 

 

대청마루가 넓을 때에는 귀틀이 출렁거리거나 아래로 처질 수 있으므로 그 아래에 짧은 기둥을 받치는데 마루

밑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동바리는 특별히 정밀하게 가공하지는 않는다. 동바리는 나무로 만들 수도 있지만 틈이

작을 때에는 자연석을 이용해 받치기도 했다. 동바리 기둥을 받치는 초석은 별도로 가공하여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자연석을 초석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훨씬 더 견실하기 때문이다. 자연석을 가공 없이 그대로

사용한 자연석초석을 덤벙주초라고도 한다. 

 

 

[덤벙주초에 올려진 동바리 기둥, 치악산 구룡사]

 

 

 

이 글은 동녘출판사에서 출간한 김왕직 교수의 <알기쉬운 한국건축 용어사전>을 참조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