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병풍

병풍 53 - 채용신필 화조도

從心所欲 2021. 12. 25. 13:41

의병장 임병찬(林炳贊)을 비롯하여 최익현(崔益鉉), 황현(黃玹) 등 여러 항일투사들의 초상화를 남긴 석지(石芝) 채용신(蔡龍臣, 1850 ~ 1941)은 원래 직업이 화가가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려 15살이 넘으면서부터는 산수와 화조를 비롯하여 그리지 못하는 분야가 없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여기(餘技)였을 뿐이다. 그는 37살이 되던 1886년에 무과시(武科試)에 급제하여 오위(五衛) 소속의 정6품 무관직(武官職)인 사과(司果)를 시작으로 이후 의금부도사와 돌산진과 부산진의 수군첨절제사를 지냈다.

 

그는 1899년 관직에서 물러난 뒤 조상의 고향인 지금의 익산시 왕궁면으로 낙향하였는데 이때 조정으로부터 태조의 어진(御眞)을 모사하라는 명을 받았다. 채용신이 50세 때였다.

채용신은 조선의 마지막 도화서 화원으로 불리는 소림(小琳) 조석진(趙錫晋)과 함께 주관화사가 되어 태조 어진 모사를 수행하고 그 공로로 경상도 칠곡의 도호부사에 제수되었다.

1900년에는 영조의 어진을 모사하고 1901년에는 고종의 어진을 제작하여 고종으로부터 석강(石江)이란 호를 하사받았다. 1904년 부친의 3년 상을 치르고 난 뒤에는 다시 충남 정산군수(定山郡守)에 임명되었다. 그곳에서 항일지사 최익현(崔益鉉)을 만나면서 그의 충성심과 용맹스런 기상에 감복되어 채용신은 이후에 여러 항일투사들의 초상을 제작하였다. 그리고는 1906년 관직을 사임하고 익산의 왕궁면으로 내려가 본격적으로 서화에 정진하였다.

 

채용신은 화조화나 산수화, 미인도, 고사화 등 다양한 그림을 그렸지만, 그림의 질적 수준에서나 양적인 면에서도 단연 초상화가 압도적이었다는 평을 받는다. 주로 전북지역에서 활동을 하던 채용신은 74세가 되는 1923년에는 정읍시 신태인읍으로 이주하여 초상화를 그려주는 ‘채석강도화소(蔡石江圖畵所)’라는 공방을 차리고 그림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채용신은 자신의 이력을 담은 전단지를 제작하여 직접 오지 않고 사진만 보내주면 초상화를 그려준다고 홍보하면서 초상화가 사진과 다를 경우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또한 사진이 없으면 사진사의 출장촬영도 가능하다고 했는데 이는 채용신의 아들이 서울 종로에서 사진관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작품 가격도 미리 밝혔다.

 

전신초상은 100원, 반신상은 80원, 산수화 12폭 병풍은 100원, 화조화 12폭 병풍은 45원이라고 했다. 이 가격표에 따르면 가장 힘들고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초상화임을 짐작할 수 있다. 산수화 12폭이 전신초상 1점의 가격과 같고 화조화는 또 그보다 반값도 안 되는 것이다. 당시 쌀 한말이 3원 50전이라고 했으니 전신초상은 쌀 6가마니 값인 셈이다.

 

아래 <채용신필 화조도(蔡龍臣筆花鳥圖) 10곡 병풍>이 만일 주문을 받아 그린 것이라면, 10폭이니 그림값은 40원이 조금 안 되는 쌀 두가마니 값이었을 것이다.

 

[채용신필 화조도(蔡龍臣筆花鳥圖) 10곡 병풍 中 1, 면본채색, 189.5 x 46.7cm, 국립중앙박물관]

 

[채용신필 화조도(蔡龍臣筆花鳥圖) 10곡 병풍 中 2, 면본채색, 189.5 x 46.7cm, 국립중앙박물관]

 

[채용신필 화조도(蔡龍臣筆花鳥圖) 10곡 병풍 中 3, 국립중앙박물관]

 

[채용신필 화조도(蔡龍臣筆花鳥圖) 10곡 병풍 中 4, 국립중앙박물관]

 

[채용신필 화조도(蔡龍臣筆花鳥圖) 10곡 병풍 中 5, 국립중앙박물관]

 

[채용신필 화조도(蔡龍臣筆花鳥圖) 10곡 병풍 中 6, 국립중앙박물관]

 

[채용신필 화조도(蔡龍臣筆花鳥圖) 10곡 병풍 中 7, 국립중앙박물관]

 

[채용신필 화조도(蔡龍臣筆花鳥圖) 10곡 병풍 中 8, 국립중앙박물관]

 

[채용신필 화조도(蔡龍臣筆花鳥圖) 10곡 병풍 中 9, 국립중앙박물관]

 

[채용신필 화조도(蔡龍臣筆花鳥圖) 10곡 병풍 中 10, 국립중앙박물관]

 

 

참고 및 인용 : 한국 역대 서화가 사전(2011, 국립문화재연구소), 전업화가 채용신(이흥재, 전북도민일보), 향토문화전자대전(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