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그림

유운홍 풍속도

從心所欲 2022. 1. 4. 15:55

시산(詩山) 유운홍(劉運弘)은 조선 후기의 도화서(圖畵署) 화원이다. 1797년생으로 김홍도보다는 50여년, 신윤복보다는 40년 뒤에 태어나 순조에서 헌종을 거쳐 철종 대까지 활동했던 인물이다. 20년이나 차비대령화원(差備待令畵員)으로 봉직했던 그는 산수, 인물, 화조를 비롯하여 풍속화까지 다양한 화목을 두루 다뤘다. 하지만 그의 풍속화는 김홍도와 신윤복의 화풍을 따랐다는 꼬리표가 늘 붙어 다닌다. 예나 지금이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화풍을 이뤄내지 못하면 늘 아류 취급을 당하기 때문에 세간의 주목을 받기 힘들다.

그가 남긴 풍속화 중 그나마 널리 알려진 것이 <기녀도>이다.

 

[유운홍 <기녀도(妓女圖)>, 지본담채, 23.9 x 36.2cm, 개인소장]

 

툇마루에 모여 있는 3명의 기녀를 그린 이 그림은 배경을 상세히 그린 것이 신윤복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평이 있다. 기녀라는 주제와 신윤복이 그린 <아기 업은 여인>과 겹쳐 얼핏 신윤복이 연상되기는 한다.

 

[신윤복 <아기 업은 여인>, 지본담채, 23.3 x 24.8cm, 국립중앙박물관]

 

전하는 유운홍의 풍속화는 가짓수가 별로 없지만 그려진 형태는 서로 다르다.

 

[유운홍 <유제조어도(柳題釣魚圖)>, 지본담채, 22.5 x 35.8cm, 선문대학교박물관]

 

버드나무 제방에서 아이들이 낚시를 하는 그림이다.

 

[《유운홍필 풍속도》 중 <길쌈>, 지본채색, 92 x 40cm, 국립중앙박물관]

 

경직도 형태로 그려진 길쌈을 하는 아낙네들의 모습이다.

 

[《유운홍필 풍속도》 중 <고깃배>, 지본채색, 92 x 40cm, 국립중앙박물관]

 

누군가 제목을 <고깃배>로 붙였지만, 그림에 보이는 배는 고기 잡는 배가 아닌 운반선이다. 갑판 위에 가득 쌓인 물건들은 쌀가마니로 보인다. 배 앞쪽에 달린 물레바퀴 모양의 장치는 닻줄물레로 굴통이라고도 부른다. 배의 닻을 올리고 내리는데 사용하는 도구이다.

 

지금의 눈으로 봐도 별로 거슬리지 않는 색감이지만 전문가들은 유운홍이 담채 감각이 부족하다고 한다. 필치가 단조롭다고도 하고 인물의 표정에 변화가 적다는 지적도 있다. 크게 이름을 얻지 못하면 꼬투리를 잡히는 것이 세상이치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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