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그림

김홍도 남해관음도

從心所欲 2022. 1. 22. 15:02

관음보살은 자비로써 중생을 구제하는 보살이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라는 염불의 관세음보살이 관음보살이다. 한자로 ‘南無’로 쓰는 ‘나무’는 귀의(歸依)한다는 뜻으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은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에 귀의한다는 뜻이다. 법화경에는 어려움을 당한 중생이 그 이름을 부르면 관음보살이 즉시 33종류의 화신으로 변해 그들을 구해준다고 되어 있다. 이를 보문시현(普門示現)이라고 하는데 중생들이 처한 상황에 맞도록 관음보살이 몸을 바꾸거나 자세나 옷을 바꾸어 33신(三十三身)의 형상가운데 하나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림으로 많이 그려진 수월관음(水月觀音) 역시 관음보살의 33신 가운데 하나이다. 수월관음은 물에 비친 달을 내려다보는 형상의 보살로 물가의 기암괴석 위에 유희좌(遊戱坐)라고 불리는 편한 자세로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는 모습의 보살이다.

 

[<수월관음도>, 고려, 106 x 55cm, 보물 제1426호,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관음보살은 관음전이나 원통전(圓通殿)에 모셔지는데 우리나라의 절에서 보살을 모신 당우로는 관음전이 특히 많다고 한다. 이는 관음보살이 모든 환란을 구제하는 보살일 뿐 아니라 관음보살이 서원하는 것들은 모두 중생의 안락과 이익들이기 때문에 현세이익 신앙의 대표적인 경배대상이 되는 까닭이라는 해석이다.

관음보살의 형상은 대개 머리에 아미타불을 새긴 보관(寶冠)을 쓰고 손에 보병(寶甁)이나 연꽃을 잡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기원적으로도 관음보살이 여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승경전 초기에는 남성명사로 표기되고 그림과 조각에서도 흔히 남성으로 표현되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중국에서 당(唐)나라 때부터는 관음보살을 여성으로 묘사하기 시작하였다.

 

[김홍도 <남해관음도(南海觀音圖)>, 지본담채, 30.6 x 20.6cm, 간송미술관]

 

김홍도 <남해관음도>는 광배(光背)를 두른 관음보살이 바다 위에 떠있는 모습이다. 그 뒤에 마치 부끄러운 듯이 몸을 반쯤 감춘 채 버드나무 가지를 꽂은 정병을 들고 있는 아이는 선재동자(善財童子)이다. 선재동자는 문수보살의 교도에 따라 53인의 성현을 찾아 천하를 여행하여 보살도를 배우고 마지막으로 보현보살의 가르침에 따라 깨닫고 법계에 들어갔다는 인물로 불교에서는 구도자의 상징이기도 하다.

화폭 오른쪽 ‘檀園(단원)’이란 관서(款署) 왼쪽에 행서로 쓰여진 것은 조선후기의 여항문인이자 서화가였던 임득명(林得明, 1767 ~ 1822)의 제발(題跋)이다.

 

“쓸쓸히 홀로 벗어나 매인 데 없으니, 구름 자취 학 모습 더욱 짝할 수 없네. 이미 삼천리 안에 앉지도 않았고, 또한 삼천리 밖에 서지도 않았으니, 이는 천리마가 봄바람 살랑이는 광야에 있는 것 같고, 신령스런 용이 밝은 달 비추는 창해에 있는 것 같다고 할 수 있다.”

 

끝에 ‘송월헌주인(松月軒主人)’이라고 적었는데 임득명의 호가 송월헌(松月軒)이다.

이어 화폭 왼쪽에 전서로 쓰인 글은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서예가였던 유한지(兪漢芝, 1760 ~ 1834)의 관음상찬(觀音像贊)이다. 유한지는 김홍도(金弘道)와 교유하면서 김홍도의 그림에 많은 제서(題書)를 남겼던 인물이기도 하다. 

 

“남쪽 비니원(毘尼園) 가운데 연꽃 위에서 탄생하시고, 천하에 무위도(無爲道)를 행하시어 고해에 빠진 이들을 건져 내시며, 불난 집에서 불타는 이들을 구해 내시었으나, 초연히 창해만리(滄海萬里) 밖에 우뚝 홀로 서 계시니, 천상천하에 오직 내 홀로 존귀하다[天上天下唯我獨尊]는 말 그대로이구나.”

 

그림 속 관음보살 옷 선은 넘실대는 파도가 그대로 올라와 마치 파도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은 율동감이 넘쳐난다. 아울러 어머니처럼 자비로움이 가득한 관음보살의 얼굴표정과 미소, 관음보살 뒤에 어린 아이가 엄마 뒤에 숨은 듯한 선재동자의 배치를 통하여 전체적으로는 모자의 모습처럼 친근하고 포근한 느낌이 물씬 묻어나고 있다. 갖가지 재앙으로부터 중생을 구원하는 관음보살의 이미지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하기는 힘들 듯싶다.

 

 

참고 및 인용 :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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