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공(奉公) 제3조 예제(禮際) 6
상사(上司)가 아전과 군교(軍校)들을 추문(推問)하여 다스릴 때는, 일이 비록 사리에 어긋나더라도 순종하고 어기지 않는 것이 좋다.
(上司推治吏校 雖事係非理 有順無違焉 可也)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등,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3조인 예제(禮際)는 ‘예의 있게 교제하는 것’을 말한다.
죄가 본읍(本邑)에 있어서 상사가 추문(推問)하여 다스릴 때는 본디 논할 것도 없다.
그러나 혹시 생트집을 잡아 이치에 당치 않은 일을 덮어씌우려고 하더라도, 나는 이미 그의 아랫자리에 있으니 그저 순종할 따름이다. 만일 상사의 뜻이 과오에서 나왔고 악한 마음이 있은 것이 아닌 경우에는, 내가 죄인을 호송하는 문서에 그 사정을 자세히 기록하고 관대한 처분을 빌어서, 내 아전과 군교가 억울한 형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충후(忠厚)하고 겸손한 도리이다.
▶본읍(本邑) : 수령이 관할하는 읍. |
만약 감사의 본의가 해치기 위한 것이어서 말로 다툴 문제가 아닌 것은 공형문장(公兄文狀)으로 죄수들을 호송하고, 따라서 사직서를 써서 같이 올리도록 해야 한다. - 사직서에는 “신병이 갑자기 중하여 책임을 다할 수 없다.” 한다. -
▶공형문장(公兄文狀) : 지방 관아의 호장(戶長)ㆍ이방(吏房)ㆍ수형리(首刑吏) 등이 죄인에 대해 꾸민 서류. |
감사가 사과하면 그대로 힘써 일을 보고 만약 끝내 무례하면 세 번 계속해서 사직서를 내어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감사가 만일 겉으로는 관용하는 체하고 속으로는 아직도 노여움을 품고, 고과(考課) 때에 하고(下考)에 두려는 자에게는, 즉시 인부(印符)를 끌러서 예향(禮鄕)ㆍ예리(禮吏)를 시켜 감영(監營)으로 가서 바치도록 하고, 벼슬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올 일이지, 구차하게 쭈그리고 앉아서 스스로 욕됨을 자초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예향(禮鄕) : 향임 중에서 예를 담당하던 자로 유향소의 좌별감이 맡았다. ▶예리(禮吏) : 예방(禮房)의 이서(吏胥). |
병마사(兵馬使)ㆍ수군사(水軍使)ㆍ토포사(討捕使)는 그의 명예나 지위가 감사보다는 다소 가벼우나, 내가 그를 섬겨야 할 처지이니, 더욱 성심으로 공경하여 예를 다해야 하며, 감사보다 차등이 있게 해서는 안 된다.
▶토포사(討捕使) : 조선 후기에 각 도의 요지에 신설한 관직으로 도적의 추포(追捕)를 관장하였다. 각 도의 지방군대를 관할하는 진영(鎭營)의 장관인 진영장(鎭營將)이 겸직하던 정3품 관직. |
만약 자신이 은대(銀臺)ㆍ옥당(玉堂) 출신이거나, 혹 본시 명문세족(名門勢族)이면 성심으로 공경하기를 곱절 더 해야 하며, 귀하고 세력이 있다고 해서 상관에게 무례하게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쇠잔(衰殘)한 무관이나 한미한 음관(蔭官)으로 처지가 고단한데, 상관이 이 때문에 능멸하고 비례(非禮)의 일을 자행할 때에는 큰 용기를 분발하여 벼슬을 헌신짝 벗어 버리듯 하여, 귀하고 세력 있는 자들과는 처신하는 방법이 달라야 할 것이니, 이것이 모두 치욕을 멀리하는 길인 것이다.
▶은대(銀臺)ㆍ옥당(玉堂) : 은대는 승정원(承政院)의 별칭이고, 옥당은 홍문관(弘文館)의 별칭이다. ▶음관(蔭官) : 과거를 거치지 않고 부조(父祖)의 음덕(蔭德)으로 얻은 벼슬. |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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