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공(奉公) 제3조 예제(禮際) 4
감사(監司)는 법을 집행하는 관리이니, 비록 오랜 정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믿고 예를 행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監司者 執法之官 雖有舊好 不可恃也)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등,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3조인 예제(禮際)는 ‘예의 있게 교제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실지로 죄를 범했으면, 그가 의로써 처단하는 것은 본래 원한이 없는 것이다. 요즈음 감사는 혹시 친한 사이의 수령에게 일부러 트집을 잡아서 공정하다는 이름을 낚기도 하니, 이러한 기미도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소장(蘇章)이 기주 자사(冀州刺史)가 되었을 때, 그의 친구 중에 청하 태수(淸河太守)가 된 사람이 있었다. 소장은 순찰하러 가서 그 친구의 부정을 처리하게 되었다. 이에 주연을 베풀어 마음껏 즐겼다. 태수가 기뻐하여,
“남들은 모두 하늘이 하나인데, 나만은 하늘이 둘이다.”
하니, 소장은,
“오늘 저녁에 소유문(蘇孺文) - 유문은 소장의 자(字)이다. - 이 옛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시는 것은 사사로운 은혜이고, 내일 기주 자사로서의 일을 살피는 것은 공법(公法)인 것이다.”
하고, 드디어 그의 죄를 들추어 바르게 처리하니, 주(州)의 경내가 숙연하였다.
▶소장(蘇章) : 중국 후한 때 인물. 자는 유문(孺文)이며, 어릴 때부터 박학하고 글을 잘하기로 이름이 있었다. |
만사(晩沙) 심지원(沈之源)이 홍주 목사(洪州牧使)로 있을 적에, 판서 임담(林墰)이 본도의 감사가 되어 순행하여 홍주에 도착하였다. 심지원은 감사가 평소의 친구라 해서 대접을 퍽 간소하게 하였다. 임담은 홍주의 아전에게 태형(笞刑)을 가하면서 말하기를,
“네 상관이 나와 교분은 친밀하지만 상하관(上下官)의 체모는 엄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네 상관이 실수하였으니 네가 대신하여 태형을 맞으라.”
하였다. 심지원은 매양 그의 자제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먼저 체모를 잃은 바 있었는데, 다시 아전에게 태형을 가한 것을 노여워한다면, 법을 멸시하는 것이므로 끝내 개의하지 않았다. 임 판서(林判書)가 나를 옥성(玉成)시킨 점이 실로 많다.”
하였다.
▶심지원(沈之源) : 1593 ~ 1662. 인조 때 홍주 목사를 지내고, 효종 때 평안도 관찰사ㆍ이조 판서 등을 거쳐 영의정에 이르렀다. 호는 만사(晩沙), 본관은 청송(靑松). ▶임담(林墰) : 1596 ~ 1653. 인조 때 지평(持平)ㆍ경상도 관찰사ㆍ충청도 관찰사ㆍ이조 참판ㆍ대사간ㆍ도승지(都承旨) 등을 지내고, 효종 때 우참찬(右參贊)ㆍ예조 판서ㆍ판의금 부사(判義禁府事) 등을 지냈다. 호는 청구(淸臞), 시호는 충익(忠翼), 본관은 나주(羅州). ▶옥성(玉成) : 완성(完成)한다는 뜻. |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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