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113 - 태도가 예의에 맞아야 치욕을 면할 수 있다.

從心所欲 2022. 2. 19. 13:53

[경직도(耕織圖) 8폭 병풍 中, 지본채색, 국립민속박물관]

 

●봉공(奉公) 제3조 예제(禮際) 1
예의로 교제함은 군자가 신중히 여기는 바이니, 공손함이 예의에 알맞으면 치욕을 면할 것이다.
(禮際者 君子之所愼也 恭近於禮 遠恥辱也)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등,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3조인 예제(禮際)는 ‘예의 있게 교제하는 것’을 말한다.

 

존비(尊卑)에는 등급이 있고 상하(上下)에는 표시가 있는 것이 옛날의 예법이다. 수레와 복장이 서로 제도가 다르고 깃발의 장식에 그 문채를 다르게 하는 것은 그 분수를 밝히는 것이다. 자신이 하관(下官)이면 본분을 삼가 지키어 상관을 섬겨야 할 것이다. 나는 문관이요 상대는 무관일지라도 비교해서 괄시해서는 안 되며, 나는 혁혁하고 상대는 한미할지라도 교만을 부려서는 안 되며, 나는 잘났고 그는 어리석다 해도 말해서는 안 되며, 나는 늙고 그는 젊다 해도 한탄해서는 안 된다.

엄숙하고 공경하고 겸손하고 온순하여 감히 예를 잃지 않으며 평화하고 통달하여 서로 막히는 일이 없어야, 정과 뜻이 믿음으로 맺어지게 될 것이다. 오직 백성을 위하는 일에 있어서는 그가 만약 자애롭지 않은 일을 한다면 그의 뜻에 굽혀 따라서 백성들에게 해독을 끼쳐서는 안 된다.

 

황직경(黃直卿)이,

“요자회(寥子晦)가 수령이 되어 정참(庭參)을 하지 않음으로써 당시에 윗사람들을 거슬렸으나, 이 행동은 가장 잘한 것입니다.”

하니, 선생은,

“정참은 본디 옳지 않으나, 윗사람을 접대하는 데에 끝까지 다투는 것도 옳지 않은 것이다.”

하였다. - 《주자어류(朱子語類) 》에 나온다. -

▶황직경(黃直卿) : 송(宋)나라 관리였던 황간(黃幹, 1152 ~ 1221). 
▶요자회(寥子晦) : 송(宋)나라 관리.
▶정참(庭參) : 하급 관리가 공정(公庭)에서 상관을 배알(拜謁)하는 일.

 

학봉(鶴峰) 김성일(金誠一)은 본디 굳세고 바르다는 평이 있었지만, 수령으로 있을 때 매양 상관이 경내에 들어왔다고 들으면, 반드시 관대(冠帶)를 착용하고 공문(公門)에서 기다렸다고 한다.

▶학봉(鶴峰) 김성일(金誠一) : 1590년 정사(正使) 황윤길(黃允吉)과 함께 통신부사(通信副使)로 일본에 파견되었다가 돌아와 “왜가 군사를 일으킬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했던 인물. 대사성, 형조참의, 경상우도병마절도사 등을 지냈다.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