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123 - 임무를 교대할 때는 동료로서의 우의가 있어야 한다.

從心所欲 2022. 4. 10. 14:12

[경직도(耕織圖) 10폭 병풍 中 2폭, 각폭 90.5 x 31.5cm, 국립민속박물관]

 

●봉공(奉公) 제3조 예제(禮際) 11
교승(交承)에는 동료의 우의가 있어야 한다. 내가 후임자에게 당하기 싫은 일은 나도 전임자에게 하지 않아야 원망이 적을 것이다.
(交承有僚友之誼 所惡於後 無以從前 斯寡怨矣)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등,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3조인 예제(禮際)는 ‘예의 있게 교제하는 것’을 말한다.
▶교승(交承) : 전임자와 후임자의 교대.

 

《여씨동몽훈(呂氏童蒙訓)》에는 이렇게 말하였다.

▶여씨동몽훈(呂氏童蒙訓) : 남송(南宋)의 여본중(呂本中)이 자신의 증조부와 조부, 부친의 일화를 모아 엮은 책. 동몽훈(童蒙訓)은 통상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교훈을 담은 책에 붙여지는 이름이다.

 

“동료의 우의와 교대하는 사이에 형제의 의리가 있으니, 그 자손에 이르러도 대대로 강구해야 한다. 옛사람들은 오로지 이것을 힘썼는데, 요즈음 사람들은 이것을 아는 자가 얼마 되지 않는다.” - 소학(小學) 가언(嘉言)에 보인다. -

 

전관(前官)과는 동료의 우의가 있으므로 서로 교대할 때 옛사람들은 후하게 하여서 전관이 비록 탐람(貪婪)하고 불법하여 여독이 가시지 않았더라도, 잘못을 고치고 정리하는 데 있어서 조용하고 간절하게 하여, 형적이 드러나지 않도록 힘썼다. 만약 급히 다그치고 시원하게 하여 예전 정사를 일체 뒤집어서 마치 큰 추위 뒤에 따뜻한 봄이 온 것처럼 자처하여 혁혁한 명예를 취하려는 자는 그 덕이 경박하고 또한 그 뒤를 잘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전임자 가족들이 아직 떠나지 못하고 읍내에 남아 있으면, 그의 행장이나 여러 가지 일들을 마음을 다해 살펴서, 마치 자기 일처럼 돌봐 주어야 하고 혹시 경박한 아전들이 전임자를 배반하여 존경할 것을 잊어서, 그 정상이 좋지 않거든 신신당부하여 그러지 말도록 깨우쳐 주고 심한 자는 그 죄를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만약 전임자가 상사(喪事)를 만나서 아직 발인하지 못했을 때에는 어려움을 돌보아 주고 걱정을 덜어 주기를 마치 자기 친척처럼 해야 하며 조금이라도 방심해서는 안 되니, 반드시 십분 진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