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125 – 정사와 법령은 계승하고 변통하되 잘못된 점은 개선해야 한다.

從心所欲 2022. 4. 25. 21:05

[경직도(耕織圖) 10폭 병풍 中 4폭, 각 폭 90.5 x 31.5cm, 국립민속박물관]

 

●봉공(奉公) 제3조 예제(禮際) 13
대체로 정사의 너그럽고 가혹한 것과 정령(政令)의 좋고 나쁜 것은 계승하기도 하고 변통하기도 하여, 그 잘못된 점을 해결해야 한다.
(若夫政之寬猛 令之得失 相承相變 以濟其過)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등,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3조인 예제(禮際) ‘예의 있게 교제하는 것’을 말한다.

 

한연수(韓延壽)가 영천 태수(潁川太守)로 있을 때였다. 앞서 조광한(趙廣漢)이 태수로 있을 적에 그 고을 풍속에 붕당이 많은 것을 걱정하여, 아전과 백성들을 얽어매어 놓고, 서로 잘못을 들추어내도록 하여 그렇게 하는 것을 총명한 일로 여겼다. 이 때문에 백성들이 서로 원수가 된 사람이 많았다.

한연수는 예의와 겸양으로 가르치되 백성이 따르지 않을까 걱정하여, 이 고을의 장로(長老)로서 향리의 신망이 있는 자 수십 명을 차례로 불러다가, 술과 음식을 차려놓고 친히 상대하여 예의로 대접하면서 사람들에게 풍속과 백성들의 괴로움을 물으며 화목하고 친애하는 것으로 원망하고 허물하던 것을 풀어 버릴 방도를 말하였더니, 장로들이 모두 곧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였다.

▶한연수(韓延壽) : 한(漢)나라의 관리로, 어진 선비들을 대우하여 그들과 치정(治政)을 논의하였으므로 치행(治行)이 당시 제일이었다 한다.

 

후한(後漢) 부하(傅嘏)가 하남 윤(河南尹)이 되었는데, 전임 윤()인 사마지(司馬芝)는 그 대강만을 세워서 너무 간략하였고, 다음 윤인 유정(劉靖)은 세목을 망라하여 너무 치밀하였으며, 그 다음의 윤인 이승(李勝)은 일정한 범례를 훼손하여 한때의 명성을 얻었다. 부하는 사마지의 강령을 세워서 유정의 세목을 통제하여 경위(經緯)로 삼고, 이승이 훼손한 것을 점차로 보완하였다. 관속들이 분담한 직무를 차례로 고찰하며, 그 정치는 덕교(德敎)를 근본으로 삼았지만, 법을 지킨다는 일정한 규모가 있어서 범하지  못하였다.

부하(傅嘏) :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 관리.
() : 지방 장관.

 

구양수(歐陽脩)가 개봉지부(開封知府)로 있을 적에  포증(包拯)이 위엄으로 다스린 뒤를 이어, 그는 간이(簡易)하게 이치를 따르고 혁혁한 명성을 구하지 않았다. 포증의 정책을 공에게 권하는 사람이 있자, 그는,

대개 사람의 재능과 성품이 같지 않아서, 그의 장점대로 쓰면 일의 성과를 거두지 않음이 없을 것이요, 그의 단점을 억지로 밀고 나가면 반드시 이루지 못할 것이니, 나도 또한 그 장점대로 맡겨 둘 뿐이오.”

하였다.

그는 두어 고을을 다스리되 치적을 바라지 않고, 너그럽고 간이하게 하여 시끄럽지 않게 하는 데 뜻을 두었기 때문에, 부임하는 곳마다 모두 큰 고을이지만, 그가 부임한 지 15일만 되면 일이 이미 10에서 5~6은 줄어지고, 한두 달 후면 관부(官府)가 절간처럼 조용하였다. 어느 사람이,

정사는 너그럽고 간이하되, 일이 해이해지고 퇴폐하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이오.”

하고 물으니,

방종한 것을 너그러운 것으로 알고 소략한 것을 간이한 것으로 알면, 해이하고 퇴폐하여 백성들이 그 폐해를 입는다. 내가 이른바 너그럽다는 것은 가혹하게 급히 서둘지 않는 것이요, 이른바 간이하다는 것은 번쇄(煩碎)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하였다.

그는 일찍이 사람에게 말하기를,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마치 병을 다스리는 것과 같다. 무릇 사람을 다스리는 데는, 이재(吏材)의 유능 여부나 시설(施設)의 여하를 묻지 않고 다만 백성들이 편리하다고 일컫는 것이 선량한 관리(官吏)인 것이다.”

하였다.

구양수(歐陽脩) : 송나라의 정치가 겸 문인으로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일인이었다.
포증(包拯) : 흔히 포청천(包淸天)으로 알려진 송나라의 관리로, 강직하고 올곧은 성품으로 이름이 높았다.
이재(吏材) : 행정 능력.

 

사방명(謝方明)은 전임자의 뒤를 이어서 그 정책을 바꾸지 않고, 꼭 고쳐야 할 것이면 점차로 바꾸어서 찾을 만한 흔적이 없게 하였으니 그가 허물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 것이 이와 같았다.

사방명(謝方明) : 중국 남조(南朝) ()나라의 관리.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