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공(奉公) 제4조 문보(文報) 1
공이문첩(公移文牒)은 마땅히 정밀하게 생각하여 손수 써야지 아전들의 손에 맡겨서는 안 된다.
(公移文牒 宜精思自撰 不可委之於吏手)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등,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4조인 문보(文報)는 ‘공문서’를 말한다.
▶공이문첩(公移文牒) : 공이(公移)는 공문(公文), 문첩은 문서로 곧 제반 공문서.
호태초(胡太初)가 말하였다.
“사람 상대는 날마다 번거로워지고 심신은 날로 소모되니, 바야흐로 쉴 틈이 없음이 걱정인데, 다행하게도 이독(吏牘)이 이미 갖추어졌다 하여, 아전을 시켜 머리를 숙이고 붓 가는 대로 쓰게 하면, 결국에는 구차한 길로 돌아갈 따름이다.”
관례에 따라 형식만 갖추는 문첩(文牒)은 아전에게 맡겨도 무방하나, 혹 백성을 위해서 폐단을 설명하고 그 개혁을 도모한다거나, 혹 상사의 영을 거역하더라도 받들어 행하지 않기로 작정한 경우에는, 만약 아전의 손에 맡긴다면, 반드시 사(私)를 끼고 농간을 부려 그 요긴한 말은 빼고, 너절한 말만 늘어놓아 그 일을 낭패로 돌아가게 할 것이니, 어찌 쓸 수가 있겠는가. 만약 무인(武人)이나 오활한 선비로서 이문(吏文)에 익숙하지 못하면 마땅히 기실(記室)한 사람만 데리고 가서 함께 상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호태초(胡太初) : 송나라 때의 관리. ▶이독(吏牘) : 관리들 사이에 서로 쓰는 서간(書簡). ▶기실(記室) : 기록에 관한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 |
《다산필담(茶山筆談)》에는 이렇게 말하였다.
“요즈음 사람들은 주자(朱子)의 글을 읽되, 오직 편지에서 성리(性理)의 설만 보고 그 중에서 한 귀절을 따서 대책(對策)에 쓰려 할 뿐이요, 주자 학문의 출처가 공이(公移)의 제편(諸篇)에 있는 줄을 모른다. 무릇 수령이 된 자는 주자의 공이(公移)를 가져다가 책상 위에 놓아두고 때때로 외고 읽어 그것을 본뜬다면, 속리(俗吏)는 면하게 될 것이다.”
▶대책(對策) : 책문(策問)에 답하는 글. ▶공이(公移)의 제편(諸篇) : 《주자대전(朱子大全)》권100에 수록된 주희가 관직에 있을 때 쓴 공문서. |
한 위공(韓魏公)은 행정 실무에 부지런히 하여 모든 장부나 문서를 검찰하고 따지는 일을 모두 몸소 하였다. 좌우에 있는 어떤 사람이,
“공께서는 지위가 높고 나이가 많으시며 공명이 이와 같으므로, 조정에서 한 고을을 내려 주어 봉양하도록 하였으니, 작은 일은 몸소 다루지 마십시오.”
하니, 그는 말하였다.
“내가 번거로운 수고를 꺼리면, 아전과 백성이 그 폐해를 받게 될 것이다. 또 봉록이 하루 1만 전(錢)인데, 일을 보지 않으면 내 어찌 편안할 것인가.”
▶한 위공(韓魏公) : 범중엄(范仲淹)과 함께 송나라의 중추적인 인물이었던 관리. |
명망과 지위가 조금 높은 자는 고을을 얻으면 대체만 지키려 하고 작은 일은 몸소 하지 않고, 오직 음악과 풍류만으로 즐기니, 이것이 옳겠는가?
한지(韓祉)가 군수나 감사로 있을 적에 항상 말하기를,
“천하의 일은 한 사람이 해낼 수 없다.”
하고, 매양 문서를 만들 때 초안이 이루어지면, 반드시 막료들이나 향승(鄕丞) 그리고 군관까지 두루 보여서 그들이 모두 좋다고 한 뒤에 썼다.
▶한지(韓祉) : 조선 숙종과 경종 때의 관리. 본관은 청주(淸州). 청백(淸白)하고 문명(文名)이 있었다. ▶향승(鄕丞) : 향청(鄕廳)의 좌수(座首), 별감(別監). |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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