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122 - 이웃 고을과는 화목하고 예로 대하라.

從心所欲 2022. 4. 7. 19:09

[경직도(耕織圖) 10폭 병풍 中 1폭, 각폭 90.5 x 31.5cm, 국립민속박물관]

 

●봉공(奉公) 제3조 예제(禮際) 10
이웃 고을과는 서로 화목하고 예로써 대접하면 뉘우침이 적을 것이다. 이웃 수령과는 형제의 의가 있으니, 저쪽에서 잘못이 있더라도 그와 같아서는 안 될 것이다.
(隣邑相睦 接之以禮 則寡悔矣 隣官有兄弟之誼 彼雖有失 無相猶矣)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제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등,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3조인 예제(禮際)는 ‘예의 있게 교제하는 것’을 말한다.

 

이웃 수령과 불목(不睦)하게 되는 까닭은, 송사(訟事)에 관계된 백성을 찾아내려 하는데 그를 비호하여서 보내주지 않으면 불목(不睦)하게 되고, 혹 차역(差役)을 당연히 해야 하는데도 회피하여 서로 미루게 되면 불목하게 된다. 객기(客氣)를 서로 부려 지기를 싫어하고 이기기만 좋아하므로 이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저쪽에서 만약 이치에 맞지 않게 사정(私情)을 끼고 내 백성을 괴롭힌다면, 나는 백성의 수령으로서 직분상 당연히 비호해야 하겠지만, 저쪽에서 주장하는 일이 본래 공정한 데서 나왔고, 내 백성이 완악하고 교사스러워서 나를 의지하여 숲으로 삼아 숨으려 한다면, 나는 당연히 그와 함께 분개하여 그로 하여금 치죄하도록 해야 할 것인데, 도리어 사정을 끼고 간악한 것을 숨겨서야 되겠는가?

▶차역(差役) : 지방관이 출장을 가서 일을 보는 것.

 

또 저쪽에서 회피하는 것이 교만한 데에서 나오고, 따라서 내가 그것을 대신하게 하는 것은 실로 밉살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부모의 병환이나 자신의 신병이 실정이라고 한다면, 내가 기꺼이 그를 대신하여 이행해도 될 것이다. 어찌 이것 때문에 불목해서야 되겠는가.

양(梁)나라 대부(大夫) 송취(宋就)가 현령으로 있을 적에 초(楚)나라와 경계가 되어 있었다. 두 경계에 다 함께 오이를 심었는데, 양나라 사람들은 힘을 다하여 자주 물을 대어 주니 그 오이가 좋았고, 초나라 사람들은 게을러서 자주 물을 대지 못하여 그 오이가 좋지 못하였다. 초나라 수령이 양나라 오이가 좋은 것을 시기하여 밤중에 몰래 손톱으로 긁어버리니, 양나라 오이 중에는 말라버린 것이 생기게 되었다. 양나라 정장(亭長)이 앙갚음으로 초나라 오이를 긁어 버리려 하니, 송취(宋就)가,

“이는 화를 나누는 것이다.”

하고, 사람을 시켜 몰래 초나라 정장을 위하여 밤중이면 초나라 오이 밭에 물을 대 주게 하였다. 초나라 장정이 매일 아침 나가 오이를 보니 다 함께 물이 대어져 있고 날로 좋아졌다. 까닭을 조사해보니, 양나라 정장이 그렇게 한 것이었다. 초나라 수령이 매우 기뻐하여 초왕(楚王)에게 알리니, 초왕도 양나라의 숨은 양보를 기뻐하여 귀중한 물품으로 사례하고 양왕과도 우호를 맺었다.

 

하우(夏禹)는 사해(四海)를 물을 대는 구렁으로 삼았고, 백규(白圭)는 이웃 나라를 구렁으로 삼았으니, 도랑을 칠 때는 물길을 좇아야 하는 것이다. 종리(鍾離)는 초나라의 변읍(邊邑)이고 비량(卑梁)은 오나라의 변읍이었는데, 뽕나무로 다투다가 마침내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므로 군자는 이웃과 잘 지내는 것을 힘썼다. 내 고을의 백성도 백성이요, 이웃 고을의 백성도 백성인 것이다. 성심으로 백성을 사랑한다면 어찌하여 백성들의 일 때문에 이웃 고을과 싸울 수가 있겠는가.

▶하우(夏禹)...삼았고 : 중국 고대 우(虞)나라의 순(舜)임금으로부터 선위(禪位)를 받아 하(夏)나라를 개국한 임금인 우왕(禹王)이 홍수를 잘 다스린 일.
▶백규(白圭)는 ... 삼았으니 : 백규는 전국 시대 사람으로 이름은 단(丹)이고 규(圭)는 그의 자(字)이다. 백규가 맹자에게 세법(稅法)을 묻고 나서 치수(治水)에 대하여 “나의 홍수를 다스리는 것이 하우보다 낫지요?” 하자, 맹자는 “하우는 사해를 물이 빠지는 구렁으로 삼았는데, 자네는 이웃 나라를 물이 빠지는 구렁으로 삼았네.”라고 하였다 한다.
▶종리(鍾離)는 ... 일으켰다 : 맨 처음 두 나라의 변경 처녀끼리 뽕나무를 가지고 다투던 것이 두 집안간의 싸움으로 번졌고 그것이 더 확대되어 끝내는 두 나라가 싸우게 되었다.

 

진식(陳寔)이 대구장(大丘長)이 되어, 덕을 닦고 청정(淸淨)하여 백성들이 안정되었다. 이웃 고을 백성들이 그에게로 돌아와 의탁하려 하였지만 진식은 곧 명령하여 본현(本縣)으로 돌려보냈다.

▶진식(陳寔) : 중국 후한(後漢) 때의 인물로, 학문을 즐기고 소시에 현리(縣吏)가 되었다가 환제(桓帝) 때 대구장이 되었는데, 마음이 공평무사하였으므로 고을에 쟁송(爭訟)이 있으면 그에게 판정을 받으려 하였다. 

 

당(唐)나라 설대정(薛大鼎)ㆍ정덕본(鄭德本)ㆍ가돈이(賈敦頤)가 모두 하북(河北)의 군수가 되었는데, 다 치적(治績)이 있으므로 그들을 ‘당각 자사(鐺脚刺史)’라고 불렀다.

▶당각 자사(鐺脚刺史) : 당각은 솥의 세 발을 뜻한다. 세 인물이 솥을 안정되게 받쳐주는 세 발과 같은 지방수령[刺史]이었다는 의미.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