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

조선경국전 6 – 교서

從心所欲 2022. 5. 1. 09:28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은 정도전이 중국의 주례(周禮)대명률(大明律)을 바탕으로 하여, 치국의 대요와 제도 및 그 운영 방침을 정하여 조선(朝鮮) 개국의 기본 강령(綱領)을 논한 규범 체계서(規範體系書)로 후에 조선 법제의 기본을 제공한 글이다.

내용은 먼저 총론으로 정보위(正寶位)ㆍ국호(國號)ㆍ정국본(定國本)ㆍ세계(世系)ㆍ교서(敎書)로 나누어 국가 형성의 기본을 논했고, 뒤이어 동양의 전통적인 관제(官制)를 따라 치전(治典)ㆍ부전(賦典)ㆍ예전(禮典)ㆍ정전(政典)ㆍ헌전(憲典)ㆍ공전(工典) 등으로 나누어 육전(六典)의 담당 사무를 규정하였다.

 

[ 조헌의병장제수교서 ( 趙憲義兵將除授敎書 ), 87 x 123.5cm,  보물 제 1007 호 ,  칠백의총  : 1592 년  8 월 선조가 충청도 의병장 봉상시첨정 ( 奉常寺僉正 ) 인 조헌에게 내린 훈유교서 ( 訓諭敎書 ) 로서 왜적을 쳐서 공을 세울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다 .]

 

[교서(敎書) 88 x 623.5cm, 국립중앙박물관 : 영조가 강원도 관찰사겸 병마수군절도사인 조석명(趙錫命)에게 내린 교서.]

 

교서(敎書) : 국왕의 문서

《서경(書經)》에,
“위대하도다, 왕의 말씀이여!”
라고 하였고, 또,
“전일(全一)하도다, 왕의 마음이여!”
라고 하였다. 마음이 안에 전일하기 때문에 밖으로 표현되는 말이 자연 위대하기 마련이다. 밖으로 표현된 말의 위대함을 보게 되면 그 마음이 전일한 것을 따라서 알 수 있다.
전일(全一) : 완전하다. 전체가 하나로서 통일을 이루다.

전(典)ㆍ모(謨)ㆍ훈(訓)ㆍ고(誥)가 《서경》에 실린 이래로 정일집중(精一執中)이란 말이 만세 성학(聖學)의 연원이 되었으니, 그 말의 위대함을 믿겠다.
한(漢)ㆍ당(唐) 이래로 천자의 말은 혹은 제조(制詔)라고도 칭하고, 혹은 고칙(誥勅)이라고도 칭하였으며, 제후의 말은 교서(敎書)라고 칭하였다. 양자 사이에는 비록 존비의 다름이 있으나, 입언(立言)하는 뜻은 한가지인 것이다.
▶전(典)ㆍ모(謨)ㆍ훈(訓)ㆍ고(誥) : 《서경 우서(虞書)의 요전(堯典)ㆍ순전(舜典)ㆍ대우모(大禹謨)ㆍ고요모(皐陶謨), 상서(商書)의 이훈(伊訓)ㆍ중훼지고(仲虺之誥)ㆍ탕고(湯誥), 주서(周書)의 대고(大誥)ㆍ강고(康誥)ㆍ주고(酒誥)ㆍ소고(召誥)ㆍ낙고(洛誥)ㆍ강왕지고(康王之誥) 등을 가리킨다.
정일집중(精一執中) : 서경 대우모(大禹謨)에서 순()이 우()에게 천자의 자리를 물려줄 때, “인심은 위태하고 도심은 희미하니, ()하고 일()하여야 그 중()을 잡으리라[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하였다.
입언(立言) : 모범이 될 만한 의견을 세움.

이른바 제고ㆍ교서는 본인이 손수 짓는 경우도 있고, 문신(文臣)이 대신하여 짓는 경우도 있다. 제고와 교서는 정치 수준의 고하에 따라 순수한 것도 있고 잡박한 것도 있어서 한결같지 않으나, 이것을 통하여 그 시대의 운위(云爲)한 바를 살필 수가 있다.
우리 전하는 잠저(潛邸)에 있을 때부터 유사(儒士)와 함께 경사(經史)와 제자(諸子)를 읽어서 의리를 강명(講明)하고, 옛날부터 지금까지 정치의 성공한 일과 실패한 일을 토론하기를 좋아하여 이에 모두 능통하였다. 문장은 비록 여사(餘事)이지만, 학문이 지극해서 대개 자득하는 것이 많았다.
▶잠저(潛邸) : 새로 나라를 세우거나 반정(反正)을 통하여 임금으로 추대된 사람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던 집.
여사(餘事) : 덕행(德行) 이외의 일. 그다지 요긴하지 않은 일.

이제 유신의 시기를 맞이하여 기강을 확립하고 백성들과 함께 새로이 정치를 시작하여 여러 차례 교서를 내려 중외에 교시하였다. 교서는 비록 문신이 지어 바친 것이지만 교서에 담긴 명의(命意)는 모두 전하의 신념에서 나온 것이며, 토론(討論)하고 윤색(潤色)하여 의리에 맞게 한 것은 또 붓을 잡는 자가 능히 흉내낼 수 없는 것이니, 이를 편에 적어서 일대의 법전으로 갖춰야 할 것이다.

 

 

번역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김동주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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