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

조선경국전 4 – 정국본

從心所欲 2022. 4. 26. 07:31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은 정도전이 중국의 주례(周禮)대명률(大明律)을 바탕으로 하여, 치국의 대요와 제도 및 그 운영 방침을 정하여 조선(朝鮮) 개국의 기본 강령(綱領)을 논한 규범 체계서(規範體系書)로 후에 조선 법제의 기본을 제공한 글이다.

내용은 먼저 총론으로 정보위(正寶位)ㆍ국호(國號)ㆍ정국본(定國本)ㆍ세계(世系)ㆍ교서(敎書)로 나누어 국가 형성의 기본을 논했고, 뒤이어 동양의 전통적인 관제(官制)를 따라 치전(治典)ㆍ부전(賦典)ㆍ예전(禮典)ㆍ정전(政典)ㆍ헌전(憲典)ㆍ공전(工典) 등으로 나누어 육전(六典)의 담당 사무를 규정하였다.

 

[「왕세자입학도첩」中 <수폐도(脩幣圖)>. 「왕세자입학도첩」은 1817년 효명세자가 성균관에 입학하는 행사를 기념하여 만든 도첩으로 세자시강원 관원들의 찬시(讚詩)와 6점의 그림이 들어있다. 그림은 <왕세자출궁도(王世子出宮圖)>, <작헌도(酌獻圖)>, <왕복도(往復圖)>, <수폐도(脩幣圖)>, <입학도(入學圖)>, <왕세자수하도(王世子受賀圖)>인데 그 가운데 수폐도(脩幣圖)는 왕세자가 스승인 박사(博士)에게 입학을 허락받고 감사의 뜻을 표하는 폐백 의식을 그린 것이다. 지본채색, 34.1 x 46.5cm, 고려대학교도서관]

 

정국본(定國本) : 국본을 정함.

세자(世子)는 천하 국가의 근본이다. 옛날의 선왕(先王)이 세자를 세우되 반드시 장자로서 한 것은 왕위 다툼을 막기 위한 것이고, 반드시 어진 사람으로서 한 것은 덕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천하 국가를 공적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아님이 없었다.
그래도 오히려 세자의 교양이 부족하면 덕업(德業)이 진취되지 않아, 부탁한 중임을 감당하지 못할까 염려하였다. 그래서 노성한 학자와 덕행이 높은 현인을 택하여 세자의 사부(師傅)로 삼고, 단정한 사람과 정직한 선비를 세자의 요속(僚屬)으로 삼아서, 조석으로 강권(講勸)하는 것이 바른말ㆍ바른 일이 아닌 게 없도록 하였으니, 그를 훈도(薰陶)ㆍ함양(涵養)함이 이렇듯 지극하였다. 선왕은 세자에 대하여 다만 위(位)를 정해줄 뿐 아니라, 따라서 그를 가르침도 이와 같았던 것이다.
▶훈도(薰陶) : 덕으로써 감화함.

그러나 간혹 기술을 가진 인사를 초빙하여 한갓 사장(詞章)의 학문을 배우는 경우가 있어서, 그 배우고 익힌 것이 도리어 본심을 미혹하게 하는 도구가 되었다. 심한 경우에는 참소하고 아첨하는 무리들만을 신임하고 유희나 안일한 일만을 좋아하다가 끝내 세자의 위를 보존하지 못한 자가 많았으니, 아! 애석하다.
우리 전하는 즉위 초에 윤음(綸音)을 내리어 먼저 동궁의 위를 바루고 서연관(書筵官)을 설치하여, 문하좌시중(門下左侍中) 조준(趙浚)ㆍ판중추원사(判中樞院事) 남재(南在)ㆍ첨서중추원사(簽書中樞院事) 정총(鄭摠)의 학업이 세자를 강권할 만하다고 믿어서 명하여 세자의 사부와 빈객으로 삼았는데, 불민한 신 또한 이사(貳師)의 직책을 더럽히게 되었다. 신은 비록 학문이 소략하여 세자의 덕을 제대로 보필하기는 어려우나 마음속로는 항상 책임감을 잊지 않았다.
윤음(綸音) : 임금의 말씀.
서연관(書筵官) : 왕세자를 가르치는 벼슬아치.

지금 우리 동궁은 뛰어난 자질과 온화한 성품으로 일찍 일어나고 늦게 자면서 부지런히 서연(書筵)에 참여하여 강론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으니, 앞으로 일취월장하여 반드시 그 학문이 광명한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 기대된다. 세자의 위를 바루어 나라의 근본을 튼튼하게 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번역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김동주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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