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

조선경국전 2 – 정보위

從心所欲 2022. 4. 22. 14:31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은 중국의 주례(周禮)대명률(大明律)을 바탕으로 하여, 치국의 대요와 제도 및 그 운영 방침을 정하여 조선(朝鮮) 개국의 기본 강령(綱領)을 논한 규범 체계서(規範體系書)로 후에 조선 법제의 기본을 제공한 글이다.

내용은 먼저 총론으로 정보위(正寶位)ㆍ국호(國號)ㆍ정국본(定國本)ㆍ세계(世系)ㆍ교서(敎書)로 나누어 국가 형성의 기본을 논했고, 뒤이어 동양의 전통적인 관제(官制)를 따라 치전(治典)ㆍ부전(賦典)ㆍ예전(禮典)ㆍ정전(政典)ㆍ헌전(憲典)ㆍ공전(工典) 등으로 나누어 육전(六典)의 담당 사무를 규정하였다.

 

[경복궁 근정전 어좌, 문화유산채널 사진]

 

정보위(正寶位) : 보위를 바룸.

《주역(周易)》에,
“성인의 큰 보배는 위(位)요, 천지의 큰 덕은 생(生)이니, 무엇으로 위를 지킬 것인가? 바로 인(仁)이다.” 하였다.
성인의 큰 보배는 …… ()이다 : 주역 계사하(繫辭下) 천지의 큰 덕은 생이요, 성인의 큰 보배는 위이니……[天地之大德曰生 聖人之大寶曰位……]”라고 되어있다.
() : 만물을 생육하는 것.

천자(天子)는 천하의 봉공(奉貢)을 누리고, 제후(諸侯)는 경내(境內)의 봉공을 누리니, 모두 부귀가 지극한 사람들이다. 현능한 사람들은 지혜를 바치고, 호걸들은 힘을 바치며, 백성들은 분주하여 각기 맡은 역(役)에 종사하되, 오직 인군(人君)의 명령에만 복종할 뿐이다. 그것은 위(位)를 얻었기 때문이니, 큰 보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천지는 만물에 대하여 그 생육하는 일을 동일하게 할 뿐이다. 대개 그 일원(一元)의 기(氣)가 간단없이 주류(周流)하매, 만물의 생성은 모두 그 기(氣)를 받아서, 어떤 것은 굵고, 어떤 것은 가늘고, 어떤 것은 높고, 어떤 것은 낮아서, 제각기 형태를 지니고, 제각기 본성을 갖게 된다. 그러므로 천지는 만물을 생성시키는 것으로 본심을 삼으니, 이른바 만물을 생성시키는 마음이 바로 천지의 큰 덕인 것이다.
인군의 위(位)는 높기로 말하면 높고, 귀하기로 말하면 귀하다. 그러나 천하는 지극히 넓고 만민은 지극히 많다. 한 번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아마 크게 염려할 일이 생기게 되리라.
하민(下民)은 지극히 약하지만 힘으로 위협할 수 없고, 지극히 어리석지만, 지혜로서 속일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의 마음을 얻으면 복종하게 되고,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배반하게 된다. 그들이 배반하고 따르는 그 간격은 털끝만큼의 차이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은 사사로운 뜻을 품고서 구차스럽게 얻는 것이 아니요, 도를 어기어 명예를 구하는  방법으로 얻는 것도 아니다. 그 얻는 방법 역시 인(仁)일 뿐이다.
▶도를 어기어 명예를 구하는 :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에, “도를 어기어 백성의 칭찬을 구하지 말라[罔違道以干百姓之譽].” 하였다.

인군은 천지가 만물을 생육시키는 그 마음을 자기의 마음으로 삼아서 불인인지정(不忍人之政)을 행하여, 천하 사방 사람으로 하여금 모두 기뻐해서 인군을 마치 자기 부모처럼 우러러볼 수 있게 한다면, 오래도록 안부(安富)ㆍ존영(尊榮)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요, 위망(危亡)ㆍ복추(覆墜)의 환(患)을 끝내 갖지 않게 될 것이다. 인(仁)으로써 위(位)를 지킴이 어찌 마땅한 일이 아니겠는가?
▶불인인지정(不忍人之政) : 《맹자(孟子) 공손추상(公孫丑上)에 나오는 말로 ‘차마 남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는 정치’라는 뜻을 가지며 ‘인정(仁政)’을 가리킨다.

주상 전하는 천리와 인심에 순응하여 보위를 신속히 바루었으니, 인(仁)은 심덕(心德)의 온전한 것이 되고 사랑은 바로 인의 발(發)임을 알았다.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바루어서 인을 체득하고, 사랑을 미루어서 인민에게 미쳤으니, 인의 체(體)가 서고, 인의 용(用)이 행해진 것이다. 아! 위(位)를 보유하여 천만세에 길이 전하여질 것을 누가 믿지 않으랴!

 

 

번역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김동주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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