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

조선경국전 7 – 치전 총서

從心所欲 2022. 5. 7. 10:38

조선경국전(朝鮮經國典)은 정도전이 중국의 주례(周禮)대명률(大明律)을 바탕으로 하여, 치국의 대요와 제도 및 그 운영 방침을 정하여 조선(朝鮮) 개국의 기본 강령(綱領)을 논한 규범 체계서(規範體系書)로 후에 조선 법제의 기본을 제공한 글이다.

내용은 먼저 총론으로 정보위(正寶位)ㆍ국호(國號)ㆍ정국본(定國本)ㆍ세계(世系)ㆍ교서(敎書)로 나누어 국가 형성의 기본을 논했고, 뒤이어 동양의 전통적인 관제(官制)를 따라 육전(六典)의 담당 사무를 규정하였다.

 

육전(六典)국무(國務)를 수행하는 데 근거가 되는 6()의 법전을 의미한다. 통상 이전(吏典) · 호전(戶典) · 예전(禮典) · 병전(兵典) · 형전(刑典) · 공전(工典)을 말한다. 육전이란 말은 원래 주례(周禮)에서 나온 말로, ()나라 때는 치() ·() ·() ·() ·() ·()6전으로 되어있었다. 정도전은 이를 치전(治典)ㆍ부전(賦典)ㆍ예전(禮典)ㆍ정전(政典)ㆍ헌전(憲典)ㆍ공전(工典)으로 나누어 기술하였다.

 

[ 경복궁 근정전 앞의 품계석 ,  서울시 박우영사진 ]

 

치전(治典) : 행정조직에 대한 법전

<총서(總序)>

치전(治典)은 총재(冢宰)가 관장하는 것이다. 사도(司徒) 이하가 모두 총재의 소속이니, 교전(敎典) 이하 또한 총재의 직책인 것이다. 총재에 그 훌륭한 사람을 얻으면 6전(典)이 잘 거행되고 모든 직책이 잘 수행된다. 그러므로, ‘인주(人主)의 직책은 한 사람의 재상을 논정(論定)하는 데 있다.’ 하였으니, 바로 총재를 두고 한 말이다.
총재라는 것은 위로는 군부를 받들고 밑으로는 백관을 통솔하며 만민을 다스리는 것이니, 그 직책이 매우 큰 것이다. 또 인주의 자질에는 어리석은 자질도 있고 현명한 자질도 있으며 강력한 자질도 있고 유약한 자질도 있어서 한결같지 않으니, 총재는 인주의 아름다운 점은 순종하고 나쁜 점은 바로잡으며, 옳은 일은 받들고 옳지 않은 것은 막아서, 인주(人主)로 하여금 대중(大中)의 지경에 들게 해야 한다. 그러므로 상(相)이라 하니, 즉 보상(輔相)한다는 뜻이다.

백관은 제각기 직책이 다르고 만민은 제각기 직업이 다르니, 재상은 공평하게 해서 그들로 하여금 각기 그 적의함을 잃지 않도록 하고, 고르게 해서 그들로 하여금 각기 그 처소를 얻게 해야 한다. 그러므로 재(宰)라 하니, 즉 재제(宰制)한다는 뜻이다.
궁중의 비밀이나 빈첩들이 왕을 모시는 일, 내시들의 집무 상황, 왕이 타고 다니는 수레나 말, 의복의 장식, 그리고 왕의 먹는 음식에 이르기까지도 오직 총재만은 알아야 한다.
총재는 중신(重臣)이므로 인주가 예우를 하게 되는데, 몸소 이렇듯 자질구레한 일까지 관여한다는 것은 너무 번거로운 일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 빈첩ㆍ궁녀들이나 내시들은 본래 인주의 심부름을 맡은 사람들인데, 이들이 올바르지 않으면 사특하고 아첨하게 되는 일이 일어나고, 수레와 말, 의복과 음식은 본래 인주의 일신을 봉공하는 것인데, 절제하지 않으면 사치하고 낭비하는 폐단이 생긴다.
그러므로 선왕이 법을 만들 적에 이러한 일들을 모두 총재에게 소속시켜 총재로 하여금 절제와 제한을 두게 하였으니, 그 사려가 원대한 것이다.

대저 인주는 높은 위치에 있으므로 인신이 인주를 바룬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력(智力)으로써 버티는 것도 불가하고, 구설(口舌)로써 다투는 것도 불가하다. 오직 자신의 정성을 쌓아서 인주를 감동시켜야 하고, 자기 자신을 바루고서 인주를 바루어야 할 뿐이다.
그 많은 백관과 만민을 총재 혼자서 다스린다는 것 또한 어려운 일이다. 일일이 귀에 대고 가르치는 것도 불가한 일이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깨우쳐 준다는 것도 불가한 일이다.
오직 어진 사람과 어질지 못한 사람을 구별하여 어진 사람을 등용하고 어질지 못한 사람을 관직에서 물러나게 하면 여러 가지 공적이 이루어지고 백관이 다스려질 것이며, 온당한 일과 온당치 못한 일을 살펴서 이를 구분하여 치리하면 만물이 제 자리를 얻게 되고 만민이 편안하게 될 것이다.

송(宋)나라의 위대한 유학자 진서산(眞西山)은 재상이 해야 할 일을 논하여,
“자신을 바루고서 인군을 바루며, 인재를 잘 선택하고,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이다.”
라고 하였으니, 뜻있는 말이었다.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자신을 바루고서 인군을 바룰 것’이란 치전의 근본인 것이고, ‘인재를 잘 선택하고 일을 잘 처리하는 것’이란 치전이 그로 말미암아 행해지는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므로 여기에 아울러 논한다.
사도(司徒) 이하가 ... 직책인 것이다 : 주례(周禮)에 의하면, 주관(周官)의 순위는
천관
(天官) - 총재(冢宰) : 방치(邦治, 나라의 정치)를 맡고,

지관(地官) - 사도(司徒) : 방교(邦敎, 나라의 교육)를 맡고,
춘관(春官) - 종백(宗伯) : 방례(邦禮, 나라의 길흉에 대한 의식)를 맡고,
하관(夏官) - 사마(司馬) : 방정(邦政, 나라의 조세)을 맡고,
추관(秋官) - 사구(司寇) : 방금(邦禁, 나라의 법령)을 맡고,
동관(冬官) - 사공(司空) : 방토(邦土, 나라의 영토)를 맡는.
진서산(眞西山) : 이름은 덕수(德秀)ㆍ남송(南宋) 영종(寧宗 1194~1224) 때의 학자로 저서에는 대학연의(大學衍義)사서집편(四書集編) 등이 있다.

 

 

번역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김동주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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