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목민심서 151 – 검시관으로 차출되더라도 피하지 말아야 한다.

從心所欲 2022. 7. 31. 14:25

[풍속화 <물놀이와 소 목욕>, 국립민속박물관]

 

●봉공(奉公) 제6조 왕역(往役) 5
인명(人命)에 관한 옥사(獄事)에 검시관(檢屍官)이 되기를 피하려 하면 국가에는 그것을 다스리는 일정한 법률이 있으니 범해서는 안 된다.
(人命之獄 謀避檢官 國有恒律 不可犯也)
봉공(奉公) : 목민심서(牧民心書) 3편인 봉공(奉公)은 충성으로 임금을 섬기고 공경으로 윗사람을 섬기는 등,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6조로 나누어 논하였다. 봉공(奉公)의 제6조인 왕역(往役) 차출되는 일를 말한다.
검시관(檢屍官) : 조선시대 변사자(變死者 )의 시체를 검사하던 관원. 검시의 대상은 피살자와 기타 변사자, 옥중이나 취조 도중 사망한 죄수, 귀양지에서 사망한 자들이 포함되었다. 검시는 보통 2회에 걸쳐 시행되었다. 초검관(初檢官)은 서울에서는 오부(五部)의 관원이, 지방에서는 그 고을의 수령이 맡았고, 복검관(覆檢官)은 서울에서는 한성부의 관원이, 지방에서는 인근 고을의 수령이 맡았다. 만약 두 차례의 검시에 의혹이 있을 때는 3, 4검을 시행하는데, 서울에서는 형조에서, 지방에서는 관찰사가 적임자를 선임하였다.

 

무원록(無寃錄)의 주()에 이렇게 말하였다.

검시(檢屍)에는 정해진 기일이 있으므로 조금이라도 늦추어서는 안 된다. 혹 이웃 고을의 관사(官司)에 사고가 있는데, 다른 고을의 수령守宰 - 같은 도내의 먼 고을 수령守宰이다. - 이 그 경내를 지나가게 되면 그 고을의 수령이 공문을 보내어 복검(覆檢)하기를 청한다라고 하였다.- 도내에서 사방 이웃 고을 수령들이 유고가 있을 때는 인접한 다른 도의 고을 수령들도 가능하다. - 옛날에는 우리나라도 이렇게 하였지만 폐지되었다. 마땅히 이치에 합당하다면 다시 시행할 수 있다.

▶무원록(無寃錄) : 중국 원나라 때 지은 법의학서(法醫學書)로, 조선에서는 세종 42년인 1442년에 이 책을 근거로 하여 검시법을 정비하였다.

 

법례(法例)가 비록 이와 같더라도, 생각하건대, 인접한 다른 도()의 수령에 문서를 보내어 청하였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고, 혹 통첩으로 청하였다 하더라도 수령의 부신(符信)을 차고 도의 경내를 넘는 것은 또한 국법이 금하고 있으니 가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매양 보면, 수령의 고과(考課),

검시관 되기를 피하였으므로 경계해야 한다.”

는 것으로서 그 성적이 ()’으로 매겨지는 자가 잇달고 있는데, 무엇이 괴로워서 이렇게 해야 할 것인가.

 

무릇 사관(查官)이나 검관(檢官)이 된 수령은 의옥(疑獄)이 있는 경우에는 자제나 책객(册客중에서 일을 잘 할 줄 아는 단정하고 결백한 사람 하나를 골라서, 그로 하여금 그 고을로 미행시켜 사건의 실정을 캐내게 하고, 내가 그 고을에 가서 밤을 타서 서로 만나거나 혹은 서찰로 서로 통한 후에 간악한 일이나 감추어진 일을 적발하여야 잘못 판결하는 허물이 없게 될 것이다.

사관(查官)이나 검관(檢官) : 사관은 사건 조사관, 검관은 검시관(檢屍官).
의옥(疑獄) : 범죄 혐의는 받고 있으나 그 범죄 사실이 분명치 않아 결단하기 어려운 옥사(獄事).
책객(册客) : 지방 수령이 문서나 회계 따위를 맡기기 위하여 데리고 다니는 사람.

 

매양 보면, 사관이나 검관이 미행하는 사람을 파견하지 않고 오직 데리고 온 이속(吏屬)을 심복으로 인정하여 비밀히 여론을 묻지만, 아전이 뇌물을 받고 청탁을 들어서 중간에서 농간을 부리게 되니, 혹 처음 조사나 검시(檢屍)에는 잘못 판결한 일이 없다가도 두 번째 조사나 검시에서 이유 없이 안건을 뒤엎어서 옥사의 내용을 의심스럽고 애매하게 하여 원통한 자가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리하여 혹 그 고을에 새 사건이 생기게 하기도하고 혹 다른 고을의 수령이 허물을 당하게 되기도 하니 실로 한탄스러운 일이다.

▶이속(吏屬) : 관아에 딸린 모든 서리(胥吏)의 부류.

 

만일 수령으로 있은 지 오래되어, 아전이나 군교(軍校중에 나를 속이지 않을 자가 있음을 명백하게 알면, 그를 시켜 미행하도록 하여도 안 될 것은 없다.

대개 내 자신이 진실로 강단 있고 밝으면 본래 간교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제는 유능한 신하가 될 수도 있으니 이속도 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군교(軍校) : 군대의 장교(將校)라는 뜻이지만, 대개는 군역(軍役)으로 복무하는 군사와 구별하는 호칭으로 사용되었다.

 

 

번역문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이정섭 역, 1986), 다산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