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그림

동양화 화론(畵論) 7 - 준법(난마,절대,하엽,하색)

從心所欲 2018. 8. 7. 18:58

 

4) 난마준(亂麻皴)

피마준이 평행선(平行線)인 것과는 달리 선이 교차(交差)한다. 그렇지만 요령은 대체로 피마준과 같다.

난마(亂麻)준은 삼이 흐트러진 것과 같은 모양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왕개(王槪)는 「개자원화전」에서

피마준법에 대해 설명하면서 "어린 여아가 흐트러진 베 타래를 간추리다, 일시 당황하여 손에서 떨어뜨려 그

실마리를 찾아낼 수가 없게 된 경우 이 또한 주름사위가 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절대로 아니다. 그물 벼릿줄에

가닥이 있어 어지럽지 아니함과 같으니, 옛 사람들의 주름들을 배우는 데는, 모두 모아 세우고, 떨어내고,

부수고, 깨고, 어지러운 가운데, 가지런한 굳셈이 있음을 볼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피마준에 부벽준을

섞는 법으로 왕개(王槪)가 즐겨 사용했다.

 

[<개자원화전>의 난마전 설명 부분]

 

 

[난마준, 월간미술자료]

 

 

 

5) 절대준(折帶皴)

절대(折帶)는 띠를 꺾었다는 뜻이다. 절대준은 붓을 옆으로 뉘어 그은 뒤, 끝에 가서 직각으로 짧게 그어

마무리함으로서 붓 자국이 ㄱ자처럼 보이도록 한 필법을 가리킨다. 산수화의 암산이나 둔치를 표현하는

준법이다. 원(元)때의 화가 예찬(倪瓚 1301-1374)이 창시한 것으로 전한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줄을

긋다가 수직으로 내리 꺾으면서 먹색을 짙게 쓰는 것이 특색이다. 또한 밑에서 위로 붓을 그어서 직각으로

구부려 ㄴ자를 그리기도 한다. 피마(披麻)로서 기조를 삼고 직측필(直側筆)로 각도의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옆으로 갈라지기 쉬운 편암으로 이뤄진 산을 그릴 때 적합한 준법으로 알려져 있다.

 

[절대준]

 

 

[예찬 <고목석죽도>, SmarK]

 

 

 

6) 하엽준(荷葉皴)

하엽(荷葉)은 연잎이라는 뜻으로 이 준법이 마치 연잎에 보이는 잎맥을 그리는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연잎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뜨려 잎맥 선이 아래로 향한 것처럼 묘사하는 것이 특징으로, 산 위에서 흘러내린

물이 바위나 작은 고랑을 따라 흘러가는 것처럼도 보이게 한다. 피마준, 절대준, 하엽준, 해삭(解索)준은 모두

 선(線)으로 그리는 같은 계통의 준법이다. 흙이 많은 산맥과 산봉우리를 그리는데 주로 사용되었고 동원과

조맹부(趙孟부), 남종화가들이 이 준법을 즐겨 사용하였다. 중국 북방 산수에서 활달하고 굳건한 아름다움을

나타내기 위한 준법이 부벽준이라면, 남방산수의 차분하고 부드러운 아름다움을 나타내기 위한 준법이 하엽준을

비롯하여 피마준, 해삭준 등이다.

 

 

[하엽준]

 

 

 

[조맹부1 〈작화추색도(鵲華秋色圖)2〉]

조선시대 김홍도(金弘道 ) 역시 하엽준을 애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도 <무의귀도(武夷歸圖)>]

 

 

 

7) 해삭준(解索皴)

피마준(披麻皴)의 변체(變體)로서 밧줄이나 새끼를 풀어놓은 지푸라기 같은 준으로 부드러운 곡선이

특색이다. 새끼를 풀었을 때와 같은 선(線)의 짜임새로 형성되어 피마준이나 하엽준과도 비슷하지만 선이 더

길고 복잡하게 엉킨 것이 다르다. 더욱 복잡하게 얽히게 한 것은 우모준(牛毛皴)이라고 한다. 조맹부의

<작화추색도>의 뾰족한 화부주산(華不注山)의 준법이 하엽준이 아니라 해삭준이라는 주장도 있다.

 

[<작화추색도>의 화부주산 부분]

 

 

 

이 글은 세계미술용어사전(월간미술), 미술대사전(1998. 한국사전연구사), SmartK 등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1. 조맹부(趙孟頫, 1254 ~ 1322) : 중국 원대의 관료이자 서화가로 호는 송설도인(松雪道人). 서(書)에 있어서는 전서, 문예, 진, 행, 초서 등 각체에 능통했고 특히 왕희지로의 복귀에 힘써서 그 서풍은 이후의 시대 및 한국, 일본에까지 영향을 끼쳤다. 화(畵)에 있어서는 당, 북송화풍을 모범으로 하는 복고주의를 따라 이사훈, 이소도의 청록산수, 동원, 거연의 소위 동거파 화풍 및 이곽파 양식을 받아들여 원대 산수화의 전형을 만듦으로써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미술대사전, 한국사전연구사) [본문으로]
  2. '작화추색도'는 작산과 화부주산의 가을 풍경 그림이란 뜻이다. 왼쪽 언덕 같은 산이 작산이고 오른쪽 삼각형의 산이 화부주산이다. 거의 실경을 묘사한 것이지만 두 산은 새로운 회화 양식을 선언하고 있다. 남송 산수화의 주된 기법인 부벽준을 버리고 작산은 삼의 올을 풀어 놓은 것 같은 피마준, 화부주산은 연잎 줄기 모양의 하엽준으로 그렸다. 여기에 당의 청록산수를 불러오고, 화공들이 주도한 형사(形似; 사실적인 묘사) 중시의 남송 미학을 전복하기 위해 붓의 골기(骨氣)와 정신을 중시하는 서예의 기법을 그림에 도입한다. 서법은 미학의 주도권이 화공의 그림에서 문인의 그림으로 전환되는 결정적인 코드가 되었다. 이 그림은 조맹부가 고향의 노학자 주밀(周密, 1232∼1298)에게 선물한 것이다. 주밀 집안은 대대로 제남(濟南, 산동 일대) 땅에 살다 강남 오흥으로 내려왔다. 주밀은 오흥에서 태어났지만, 북방의 제남을 자신의 뿌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 번도 제남에 가 본 적이 없었다. 그를 위해 조맹부는 그곳 관리로 근무했을 때의 기억을 되살려 이 그림을 그려주었다. (미학자 이성희 '이미지의 모험' 中에서)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