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그림

동양화 화론(畵論) 8 - 준법(부벽, 마아, 운두, 반두)

從心所欲 2018. 8. 9. 09:03

 

8) 부벽준(斧劈皴)

부(斧)는 큰 도끼를 뜻하고 벽(劈)은 쪼갠다는 뜻이니까 부벽준(斧劈皴)은 큰 도끼로 내리쳐서 드러난 단면처럼

보이는 효과를 내는 붓 사용법을 이르는 말이다. 마른 먹을 묻힌 붓을 옆으로 뉘어 빠르게 내려 그으면 도끼로

내리친 것과 같은 단면을 보이는 거친 바위가 표현된다. 매우 박력 있는 효과가 연출되어 주로 험준한 산을

표현하는데 많이 쓰였는데 남송(南宋)의 마원, 하규부터 시작되어 명나라 절파화가들이 애용했다. 붓 면을 크게

사용한 것을 대부벽, 작은 것은 소부벽, 긴 것은 장부벽 등으로 나눠진다.

대부벽(大斧劈)은 큰 도끼로 강하게 찍었을 때의 모양으로 준법 중에서도 남성적이며 힘찬 화법으로 마원(馬遠)

과 하규(夏圭)에 의해 그려져 마하파(馬夏派)화풍으로 유명해 졌다. 소부벽(小斧劈)은 대부벽과 거의 동일한

요령으로 그리는 것으로 산과 바위의 굳세고 뻣뻣함을 작은 도끼로 갈라 터진 것처럼 그린다. 이 준은 붓을

기울인 자세로 쥐고 폭넓게 끌어당겨 만들면 단층이 모난 바위의 효과 또는 수직의 단층이 부서진 효과를 낼 수

있다. 장부벽(長斧劈)은 선의 머리를 도끼로 찍은 것처럼 하되 끝을 길게 뻗치는 부벽준의 일종이다.

 

[부벽준]

 

 

[정선(鄭敾)  <임천고암(林川鼓岩)> 1676, 지본수묵 79.8 x 49cm, 간송미술관]

 

 

 

 

9) 마아(馬牙皴)

구륵전채1의 채색화에서 주로 사용되는 것으로 산의 모습이 말의 이빨처럼 뾰족하게 보이는 준법이다.

구륵으로 윤곽을 그리고, 그 안에 채색을 가하는 것으로 장식적인 경향이 강하다. 대체로 세로가 긴 원기둥

모양의 산이나 바위를 그릴 때 일자 점과 같은 점을 평행하게 그려나간다. 당대(唐代)의 이사훈(李思訓),

이소도(李昭道), 남송(南宋)의 조백구(趙伯駒) 등 채색화가들이 즐겨 사용하였다.

 

 

[마아준]

 


[이소도2〈춘산행려도春山行旅圖>, 타이베이고궁박물원]

 

 

10)  운두준(雲頭皴)

풍화 작용으로 침식되어 마치 구름이 중첩되어 피어오르는 것처럼 생긴 산을 표현하는 준법이다. 산세를 영웅적

으로 그리고 기암괴석이 있는 산을 그릴 때도 흔히 사용되며 사계의 변화를 민감하게 표현하는 기법으로 북송

(北宋)초의 곽희(郭熙)가 창시한 준법이다. 그의 대표작 <조춘도(早春圖)>에 바람이 일고 구름이 솟는 듯한

민감함이 잘 표현되어 있다. 운두(雲頭)준법은 고려 말에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조선 초기 화단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안견(安堅)의 <몽유도원도(夢遊挑源圖)>에는 곽희 화풍의 영향이 잘 드러난다.

 

[운두준]

 

[곽희 <조춘도(早春圖)> , 타이베이고궁박물원]

 

 

11) 반두준(礬頭皴)

산봉우리나 언덕에 집결된 암석의 모양을 윤곽선으로 명반(백반)처럼 표현한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반두준은

명반(明礬)의 결정체 모양을 딴 주름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산정부(山頂部)나 암석(岩石)의 정부(頂部)에

들어간 윤곽선이 집성(集成)된 형태를 지칭하는 것이다. 마모되거나 부식된 작은 산봉우리를 묘사할 때 주로

사용되며 동원과 거연(巨然)에 의해 시작던 준법이다.

 


[반두준]

 


[청록산수에서의 반두준, 중앙국립박물관]

 

이외에 산의 전체적인 모습이나 바위들이 형세를 귀신의 피부처럼 험상궂게 그려 괴이한 느낌을 갖게 하는

귀피(鬼皮)준, 난마준과 흡사하나 나무 마디 같이 딱딱한 느낌을 주는 난시(亂柴)준, 울퉁불퉁한 산이나

암석을 표현할 때 둥근 모양, 혹은 둥글게 말리는 모양으로 그리는 탄와(彈渦)준, 필을 눕혀서 끌고 문질러

마치 소묘를 할 때 명암을 그리는 것과 비슷하다는 직찰(直擦皴)준 등이 있다고 하나 앞의 준법들에 비하면

빈번하게 사용되는 준법들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 추운 겨울의 나무나 죽은 나무의 앙상한 모습을 그릴 때 게의 발톱처럼 날카롭게 묘사하는 기법이라는

해조준(蟹爪皴)은 준법이라기 보다는 나뭇가지를 그리는 수지법(樹枝法)의 하나인 해조묘(蟹爪描)에 가까워

보이고 형태의 윤곽선을 그리지 않고, 수묵 또는 색채의 농담만으로 직접 대상을 그리는 채색기법으로 소개되는

몰골준(沒骨皴) 역시 준법보다는 용묵법(用墨法)으로 봐야 할 듯 싶다.

 

 

 

 

이 글은 세계미술용어사전(월간미술), 미술대사전(1998. 한국사전연구사), SmartK 등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1. 구륵전채(鉤勒塡彩) : 동양화에서 형태의 윤곽을 먹선으로 먼저 그리고 그 안쪽을 채색하는 기법으로, 줄여서 ‘구륵(鉤勒)’이라고도 한다. 당대(唐代) 이후 윤곽선을 나타내지 않는 몰골(沒骨)이 등장하자 이와 구분하기 위해 이전까지 사용했던 방법을 구륵이라 부르게 되었다. 단번에 써 내는 것을 ‘구’라 하고, 겹쳐서 그리는 것을 ‘륵’이라 한다. 보통 선으로 사물의 윤곽을 묘사한 후 칠하는 것을 가리키며, ‘쌍구雙鉤’라고도 부른다. 일반적으로 정밀하고 세밀한 화조화(花鳥畵)에 사용된다. (월간미술) [본문으로]
  2. 이소도(李昭道, 675~758). 이사훈(李思訓)의 아들로 청록산수화에 뛰어났다. [본문으로]